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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희의 팔도유람기]땅끝마을 편, 장태희의 유랑은 지금부터!

기사 등록 2017-06-0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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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김혜진기자]전국팔도를 다니며 세상 구경 들려주던 그녀는 늘 이렇게 얘기한다. 아직 시작도 안 한 기분이에요. 그런 그녀가 끝내는 땅끝 마을까지 갔으니 그 땅 끝은 끝이 아닌 시작점이라고 하니 딱 들어맞는 얘기다. 장태희의 유랑은 지금부터 진짜 시작인 셈이다. 우리 독자들의 두 발이, 두 눈과 귀가 돼 들려주는 세상이야기는 이롭기만하다. 보약 같은 친구 장태희. 바라보면 건강해지는 기분은 그러한 이유가 아닐까?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연습일거야. 끝은 새로운 시작 무수한 노래의 가사로도 수많은 문구로도 들어 봤고 알고 있던 이야기였는데 내가 밟고 내가 댕긴 이 땅의 끝은 어디일까? 가보면 알 것이야. 드디어 가게 됐다. 백두대간의 시작이자 끝이며 한반도의 기가 가장 많이 뭉쳐있다는 그 곳. 강진과 완도로 가는 육로가 가깝고 완도 노화도와 보길도를 연결하는 여객선 터미널이 있어. 관광객도 많다는 그곳에서의 공연 목포 MBC 전복 축제.

서울에서 천리를 달려야 닿는 먼 길에 나보다 내 궁뎅이가 먼저 긴장한 듯 했다. 오늘따라 구름이 왜 이리 예쁠까? 바람에 흩어졌다, 모였다 자유로운 그 흰 물결에 나는 흥얼거린다.

‘산 너울에 두둥실 홀로 가는 저 구름아. 너는 알리라 내 마음을. 한송이 구름을 꽃을 피우기 위해 떠도는 유랑별처럼 찬란한 젊은 꿈을 키우기 위해 떠도는 몸이라지만 내 마음 별과같이 떠도는 별이 되어 영원히 빛나리’ 그 가사 내 이야기 같아. 전국을 떠도는 내 청춘이 기가 막혀 그 모습이 보여 목이 매여 한곡을 제대로 다 부르지 못했던 노래 가락이다.

내 인생의 사계절이 있다면 푸른 청춘이 눈물겹게 아프다면 저 푸른 하늘 흰 구름에도 목 매인 노래 한 소절의 사연이 묻어난다면 나의 예술은 진실했고 순수했다고 믿어. 스스로를 위로할 뿐이야.

시간이 허락할 때 축제기간이면 동행하는 나의 미녀 매니저, 언니와의 여행 겸 스케줄. 어릴 적부터 외출할 때 다른 듯 비슷하게 예쁘게 입혀서 다닌 어머니의 스타일링 덕분에 지금도 오늘 뭐 입을 건데? 바닷가 가니까 흰색 입어야지. 드레스코드 흰색이다. 포카리 스웨트 캔디바 느낌 오케이.

서해안 고속도로➡목포IC➡21번국도(영암. 해남 방면)➡성진➡13번국도(해남방면)➡초호삼거리우회전➡806번 지방도 (송호 해수욕장 방면)➡79번국도➡땅끝마을

배에 올라탄다. 선착장에서 잘 다녀오시라. 직원들은 손을 흔든다.
태희야.
응, 언니 왜?
저기 봐.
마치 저기 육지서 이 배를 누가 떠미는 것 같지 않니?
응, 맞아.

떠미는 건 힘껏 힘을 줘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건데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이 배를 탄 사연.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사연. 남겨진 사람 두고 온 사람일까? 배가 서서히 바다로 나아가면서 육지와 차츰 멀어지는데 배 떠날 때 육지와 멀어지는 그 느낌이 너무 이상했다.

수많은 공연에 버스 열차 비행기 수도 없이 다녔지만 유독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고 섬을 가는 공연엔 가슴이 딱 저 파도만큼 요동친다. 누군가 그랬던가요. 젊은 청춘아, 뒤돌아보거나 머뭇거리지 말라고.

우리는 뱃머리에 서서 새로운 세계로, 새로운 섬으로 가는 인생의 항해자가 돼야 해. 하지만 난 늘 배 뒤에 서서 멀어져 작아져가는 육지의 추억을 잊지 못해 눈물짓는지도 몰라. ‘위 아래, 위 아래’ 아이돌 그룹의 노래도 있지만 앞 뒤, 앞 뒤, 이 배의 앞 뒤 앞머리의 설레임과 뒷머리의 그리움을 느껴 본 이 얼마나 될까?

영화 타이타닉에서 배에서 사랑에 빠져 결국 그곳에서 이별한 그들은 뱃머리에서 가슴 팔 벌려 희망과 자유를 만끽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이 배처럼 무슨 사연이 있듯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자.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야. 가수라는 직업으로 세상구경 다니니 이러한 인생 공부를 하게 돼. 아플수록 행복한 지금이 너무 소중해.

도착 후, 전복축제답게 상다리 부러지게 인심 좋은 전라도 전복 밥상 받고 흡입을 하고나니 배가 빵빵해지니. 허리가 쫙 펴졌다.

실제로 보니 안 통통하니 딱 좋다고 등짝 치시는 어머니들. ‘아이고 어무니. 그땐 쪼까 살 좀 쩠고예 지금은 쪼까 빼 부럿소. 실지로 보니까 겁나게 이뿌다고잉 소문 좀 내주소잉’

선배님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신나게 소리치고 밤배를 타고 나왔다.

바다를 향해가며 나도 모르게 ‘연안부두’라는 노래를 계속 부르게 됐다. 왜 이렇게 가슴이 뜨겁고 눈물이 나는지. 아빠생각, 엄마생각, 언니생각 이 노래는 존경하는 조운파 선생님의 곡이었다. 그 이름 마주하는 순간 고개가 숙여졌다. 곧장 선생님께 메시지를 보냈고 답장을 보내주셨다. 곡이 탄생하게 된 사연이었다.

평소 감성이 풍부하고 음색과 가수로서의 자질은 물론 작가로써의 가능성까지 높이 평가해주신 선생님의 애정 어린 조언들을 듣는 영광이 있었음에도 대중의 가슴을 적시는 진짜노래를 부르지 못한 죄인으로 마음 한 켠, 못다 푼 숙제로, 숙제 못한 학생의 마음이었다.

대중의 놀이문화의 소용돌이 속에 너도나도 아픔은 잊자고 하지. 아픔을 달래주려 하지 않는지도. 나는 흥을 알아야 한을 전달할 수 있다. 합리화시키며, 시간을 벌며, 나름의 공부를 하고 있는지도.

선생님의 곡은 부르는 내내 스스로 치유의 눈물을 흘리게 되는 가슴을 울리는 순간이 많았다. 저리도 큰 스승을 담기에 내 그릇이 넓으나 깊지 못했기에 그 깊이를 만들어나가는 시간이기를 나는 생각한다. 선생님 삶에 쫓겨 시시한 세상에 시달려 진짜의 문을 두드리지 못하고 소중히 건네주신 두 손을 잡기가 어렵고 높았습니다. 존경이었기에 그러했나봅니다. 닿은 연을 이어나가지 못한 마음의 숙제가 늘 서려있습니다. 아직 온전한 가수가 되지 못한 채 세상공부에 사연만 짙어갑니다. 이 넘치는 이야기들로 선생님 곡을 받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가요 사에 길이 남을 진짜노래.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진짜가수가 되기 위해 선생님은 제가 아껴둔 보물입니다.

선생님은 아까운 사람이라고 답장을 보내셨다. 25살 때인가 국악 경기 민요를 하던 시절 순수의 절정을 치 닫을 쯤 사람에게서 처음 마음의 상처를 입은 적이 있었다. 목청 좋기로 소문이나 각종대회를 휩쓸 때였는데 마음의 상처로 집밖을 3달 넘게 나가지 않은 적이 있었다. 베갯잇이 젖고 울다 지쳐 잠들고 그렇게 두꺼운 커튼에 빛 한줄기 허락하지 않았던 시간. 우연히 라디오에서 ‘날개’라는 노래를 들었다. 일어나라 아이야. 눕지 말고 걸어라. 날아라. 어느 누가청춘을 흘러가는 물이라 했나. 바로 그 곡이 조운파 선생님의 곡이였고 나는 그 노래를 ‘가요무대’에서 불렀다. 전문가적인 잣대로 평가를 떠나 나는 그날의 기억을 떠올려 불렀었다.

음악의 힘. 그리고 선생님이 대중들에게 사랑과 위로 눈물로 씻어주고 용기를 주고 찾길 원하시는 그 마음을, 나는 경험한 사람이기에 더 높고 높은 스승이다.

마음의 병이었을까? 음악치료였을까.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 가사에 나는 위로받았고 동시에 희망을 새겼다. 그렇게 다시 세상과 마주했다. 누군가 나처럼 절망 속에 빠져있다면 나의 노래 소리를 듣고 위로받고 희망을 가지길 바라는 나만의 사명이 있다. 나의 노래가 아닐지라도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분의 노랫말을 나만의 사연을 버무려 얘기하면 그것은 나만의 또 다른 명곡이 된다고 믿는다.

태희야, 얼굴이 안 좋네. 고민 있니? 나가자 언니가 꽃 선물 해줄게. 힘들고 지친 시간들을 보내고 쉬는 날이면 힐링하기 위해 예쁜 꽃을 보러나갑니다. 꽃으로 원예 치료 강의를 하는 언니의 사랑으로 연습생 시절 내내 꽃을 보며 마음을 다독이고 정화하고 위안 받고 했었는데 지금도 그러하네요. 아름다운 꽃을 보고 가던 발걸음을 멈추는 사람과 정을 나누고 싶습니다.

예쁜 꽃차를 보고 장태희 생각이 났다고 선물해준 지인의 따뜻한 마음이 있어 나는 오늘도 살아냅니다. 이 밝은 함박웃음을 지켜냅니다. 나보다 나 자신을 더 잘 아는 사람은 가족일까? 나를 지켜보고 함께한 사람일거야. 늘 내게 용기의 메시지로 평정심을 찾게 하는 언니. 맹자님 말씀을 전해주며 위로와 용기를 전한다. 그것은 곧 희망이 된다.

스케줄 이후 삼남매 함께 ‘함평 해수찜’ 전라도 함평 한우 맛도 보며 셋이 진솔한 대화 나누는 가족의 정을 새긴다.

어리기만한줄 알았던 남동생의 한마디에 나는 무너져 내리는 마음을 겨우 진정시켰다. 우리 둘째 누나는요. 이 세상에서 제일 강하고, 제일 약하고, 제일 불쌍하고, 제일 멋지다고.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았다. 그래, 나의 행복도, 나의 아픔도 가족이 함께한다는 것을 다시 새겼다. 가족은 한 배를 탄 사이지. 누군가 내게 그랬어요. 너는 가족을 너무 생각한다고. 근데 그거 알아요?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내 사람이 되면 당신도 내 가족이 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