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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김윤석, 연기에 미쳐 살다 ‘딸바보’ 되기까지

기사 등록 2016-12-0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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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자신만만하게 다정한 아빠라 말할 수 있어요. 가족끼리 ‘카톡’하면서 이모티콘도 많이 써요.”

배우 김윤석이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감독 홍지영)에서 예순의 나이로 지극히 딸을 아끼는 아버지 ‘현재 수현’ 역을 연기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스릴러물에서 많이 만나 겉으로는 엄하고 묵직한 카리스마 가득한 이미지의 그이지만, 실제로 인간 김윤석은 따뜻한 면모가 차지하는 부분이 많았다.

김윤석은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이슈데일리와 판타지 드라마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주제로 함께 인터뷰했다.

“저는 멜로를 절대 싫어하지 않아요. 우리나라에서 중년 멜로를 만들기 힘들잖아요. 불륜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고. 담백하고 아름다운 멜로를 담기 힘든 것 같아요. 기욤 뮈소의 소설을 기본으로 해서 그런지 기승전결이 모두 탄탄하더라고요. 해볼 만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각색은 감독님이 하셨는데, 프랑스 작가가 미국을 배경으로 쓴 작품을 한국 정서로 옮긴다는 게 어려운 부분이거든요. 감독님을 믿고 현장에서 즐겁게 촬영한 결과가 잘 나온 것 같아요. 시간여행 소재의 작품들이 SF적인 장르에 기댄 영화가 많잖아요. 그렇지만 이 영화는 내가 나를 만나러 가는 거고,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누면서 서로 다투기도 한다는 점이 특이했어요. 오히려 CG효과를 뺀 것도 좋았고요. 디테일에 승부를 걸어 캐릭터와 내용에 집중할 수 있도록 힘썼어요.”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10개의 알약을 얻게 된 남자 수현이 30년 전의 자신과 만나 평생 후회하고 있던 과거의 한 사건을 바꾸려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프랑스 인기 작가 기욤 뮈소의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 원작을 세계 최초 영화화한 작품으로, 타임슬립을 소재로 하며 치열한 과거 바꾸기에 고군분투하면서도 가슴 뭉클한 메시지를 던진다.

“멜로 이야기 구조를 띄지만 우정과 부모자식의 사랑까지 모두 아우르는 느낌이에요. 50살을 넘긴 남자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이야기죠. 저도 딸이 있고, 바쁜 배우 생활을 하면서 친구를 놓쳐보기도 한 입장으로서 공감이 많이 됐어요. 싱크로율은 70%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눈빛 얘기도 많이 말씀들 하시는데, 자기 눈빛은 자기가 모르잖아요. 이 역할은 절제하는 인물이에요. 클로즈업이 많아 내면 연기로 관객들을 이해시키고 설득시켜야 했죠.”

“초반에 작품 분석할 때 (변)요한이와 인물의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얘기했어요. 어머니의 자살, 아버지의 폭력을 거치며 외롭게 자라 와서 내성적인 성격이 되잖아요. 상처를 또 받을까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수현이 담배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이유죠. 고개를 숙이고 다님으로써 자신감 없는 모습을 표현하는 것 등 요한이가 제 행동을 많이 따라 배우기도 했어요. 요한이가 촬영장에서 한 군데 안 있고 잘 돌아다녀요. 그것도 저랑 되게 비슷하더라고요. 그게 자신만의 몰입하는 방법이더라고요. 요한이가 머리를 자꾸 쓸어 올리는 버릇이 있어서(웃음) 제가 그렇게 연기했더니 감독님이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

극 중 김윤석은 과거를 바꾸고 싶어 하는 현재 수현을 맡아 과거 수현 역의 변요한과 2인 1역을 함께 연기했다. 30년의 간극이 있지만 하나의 인물에 같은 특징을 담아 연기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다행히 변요한과 꽤 비슷한 행동 습관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담길 수 있었다. 이에 ‘성공적인 브로맨스’라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박혜수와의 따뜻한 ‘부녀 케미’도 호평 받는 부분이다.

“혜수는 같은 소속사여서 더 친근하기도 했고 일단 극 중 아빠와 딸이잖아요. 저희 집에 편하게 불러서 집도 구경시켜주고 아내가 과일도 깎아주면서 벽을 허무느라 노력했어요. 그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영화에서 ‘수아야’라고 부르는 느낌이, 제가 실제로도 저희 딸들에게 ‘딸~’이라 하는 것과 비슷했어요. 제 버릇이 많이 묻어나온 것 같아요. 혜수에게 ‘아빠와 어떻게 지내니?’ 물어보니 혜수네 아버지는 저보다 더 다정하다더라고요. 혜수가 노래를 잘 불러서 아빠랑 노래 부르기도 좋아한다네요.”

수현의 친구인 현재 태호 역의 김상호에 대해서도 남다른 친분을 드러냈다. “작품을 7편이나 같이 했어요. 역대 최고 기록인 것 같아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동생이자 배우예요. 상호 씨와 둘이서 광안리 바닷가에 둘이 앉아있는 장면이 있는데, 촬영 감독들이 앉아만 있어도 친구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 신은 신의 한 수라 생각해요. 상호 씨한텐 두 명의 잭이 있어요. 잭 니콜슨과 잭 블랙.(웃음)” 수현의 연인 연아 역의 신예 채서진을 처음 봤을 때도 잊지 않았다. “서구적인 마스크잖아요. 그 가운데도 느낌이 되게 건강했어요. 그 느낌대로 연기를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정적인 느낌까지 다 갖췄고.”

지금껏 ‘추격자’ ‘타짜’ ‘황해’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극비수사’ ‘검은 사제들’ 등 범죄·미스터리·스릴러물에서 두각을 드러낸 김윤석이 새삼 관심을 보이는 장르는 드라마다. “요즘은 액션, 대형 사고를 다룬 작품보다 일상이 주는 파격이 흥미롭더라고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도 감정적 진폭과 울림이 큰 것 같아요. 일상적인 것들이 끝까지 절제할 수 있으면서 잘 만들기 어렵죠. 자칫 신파가 될 수 있어서. 그것 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한 것도 있어요.”

매 작품마다 흡입력 강한 명불허전 연기 비결을 묻자 보다 눈빛에 힘이 들어가는 김윤석이다. 연기에 대한 열정이 단번에 보이는 대목이다. “후배들에게 늘 말하는 거지만, 믿고 집중해야 한다 생각해요. 집중하지 않으면 진짜가 올라오지 않아요. 아이러니하지만 본능적인 게 나오려면 이성적인 노력을 해야 하죠. 본능은 자유로움을 얘기하거든요.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오버액션이 안 나와요. 보통의 집중력으로는 안 돼요. 좀 웃긴 얘긴데 우리나라만 ‘연기파 배우’, ‘내면 연기’, ‘외면 연기’라는 표현이 있죠. 젋을 때 연극만 하고 살았어요. 선배들이 그러더라고요. ‘연’자가 들어간 것 두 개는 못 한다고. ‘연극과 연애’요. 제가 연극할 때는 연기자가 스태프, 기획까지 다 했어요. 하루 종일 미쳐 살았죠.”

“집에서는 제가 주방에 있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풍경이에요. 요리하는 걸 좋아해요. 된장찌개, 김치찌개, 미역국 다 할 줄 알거든요. 지금은 청소년이지만 나중에는 딸아이들을 시집보내야 할 텐데 너무 쓸쓸할 것 같아서 아직은 보내기 싫어요.”라고 현재 수현과 같은 ‘딸바보’인 김윤석에게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의 상황을 던져봤다.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알약이 주어진다면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언제일까. 꽤나 연식 있는 한 사람으로서 순간을 곱씹는 데 긴 시간이 걸릴까 싶었지만, 예상보다 금방 답변이 나왔다.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지금이 행복해요. 함부로 과거로 돌아가면 위험할 수 있겠죠. 이번 영화를 하며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범사에 감사하고 현실에 감사하자. 만족하도록 열심히 살아야겠죠. 스트레스를 가장 잘 조절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잡생각 떨치고 현실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사진=이슈데일리 박은비 기자)

한해선기자 churabb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