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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구] 손예진 "어디에나 있는, 아무데도 없는"

기사 등록 2011-12-0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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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 "어디에나 있는, 아무데도 없는"

손예진은 너무나도 이상적인 동시에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그는 영화 ‘클래식’, ‘연애편지’ 등 다수의 작품에서 첫사랑의 향기를 가진 청순가련의 상징이었다. 첫사랑의 속성처럼 손예진은 남성들의 이상형인 동시에 절대 가 닿을 수 없는 허상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작업의 정석’에서 코믹하고 섹시한 작업계의 선수로 변신하는가 하면 ‘무방비 도시’에서는 도발적이고 도도한 팜므파탈 백장미로 분했다. 이후 ‘아내가 결혼했다’, ‘백야행’ 등 한번 변신을 시도한 손예진은 한 곳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순박함과 요염함, 신비함, 카리스마 등 다양한 매력을 한꺼번에 뿜어내는 ‘천의 얼굴’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 손예진을 만났다.

이번 가을 삼청동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그 곳에는 '연애시대'의 은호나 '아내가 결혼했다'의 인아는 없었다.새 영화 ‘오싹한 연애’의 개봉을 앞두고 바튼 인터뷰 일정에 끼니를 빵으로 때우는 여배우가 있었다. 수많은 인터뷰 일정에 지쳤을 텐데도 오히려 소통으로부터 위로를 찾는 모습으로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임하는 모습을 보면서 스크린 속 손예진과 현실의 손예진 사이에 있는 기분 좋은 이질감마저 느껴졌다.

눈 앞에 바로 그 손예진을 앞에 두고 서서히 이야기를 풀어가야 함에도 질문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대뜸 그녀에게 ‘배신’을 한다고 직격탄부터 날렸다. 전작에서 은호를 그만큼 잘했는데 그래서 그 캐릭터에 빠져있는 팬들에게 또 다른 손예진을 선보인다며 오히려 타박에 나섰다.

배신을 자주 하세요 “제가요?” 전작에서 이만큼 잘하셨는데 다음 작품에서는 전혀 다른 성격의 캐릭터로 변하시니까요. “그건 기분 좋은 배신인데요. 나름 따라가실 만큼의 노력이라고 생각했는데요. 그런 면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변화 속에서도 간극을 줄이려고 노력 중이예요” 새로운 이미지와 변화가 두렵지 않으세요? “아뇨 오히려 새로움에서 재미를 느껴요. 저도 연기를 하면서 재미가 있고 또 제가 즐거워야 관객들도 즐겁다고 생각해요. ‘작업의 정석’은 정말 저에게도 파격이었어요. 그 때 정말 저는 코메디라는 장르를 통해 관객들에게 웃음을 드리는 즐거움을 알게 됐어요. 데뷔하고 4년동안 하나의 정체된 이미지였다면. 그것을 떼는 첫 시도였던 거죠. "

대중들이 가진 선입견과 정형성이 싫으신건가요?

”그건 아니고 ‘작업의 정석’을 통해서 자신감을 얻었어요. 솔직히 ‘어떤 이미지를 갖고 가야지‘라는 생각을 그때부터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냥 그때가 너무 행복했고 무언가 계속 변신되어지는 것이 나도 즐겁고 관객들도 다음에는 또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어떤 기대감과 신뢰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그래서 계속 노력을 하고 있는 과정이었고 만약 실패를 거듭했다면 저도 굉장히 슬럼프와 고민에 빠졌을 텐데 저의 다른 모습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힘이 됐어요”

“소매치기(‘무방비 도시’)가 안 어울릴 수도 있어요 또 팜므파탈(‘백야행’)이란 게 좀 더 나이가 먹으면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도 있지만 그런 것들이 하나씩 쌓여가면서 배우로서 자신감과 보여지는 어떤 부분에 내가 가져야할 여성스럽고 청순한 이미지들에 새로운 캐릭터를 쌓아가면서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저는 그게 내가 재밌고 도전할 수 있고 못할 것 같은 것을 그렇다고 너무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껴입는 느낌은 저도 어렵지만 관객들도 어렵잖아요. 최대한 그 사이에서 좀 더 새로움을 추구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사랑받았던 '연애시대' 이후에 새로운 도전이 무섭지 않았어요?

“겁이 없어요. 오히려 겁을 내고 작품을 골랐으면 이후에 더 힘들어 졌을 텐데. 계속 어떻게 그렇게 잘 되겠어요. 그런 부분에서 많이 열어놓고 작품을 선택했어요.”

하지만 아직까지 연애시대의 은호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고 이번 작품에서 호홉을 맞춘 이민기씨도 ‘아내가 결혼했다’ 속 인아를 좋아했다고 고백했잖아요.

“‘연애시대’라는 드라마를 통해서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어쩌면 현실에 발붙이고 있는 은호라는 캐릭터의 모든 생활과 상황들이 30, 40대 분들에게 와 닿는 부분이 있었나 봐요. 은호가 매력적인 이유는 사실 그 여자 자체의 매력보다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어서 매력적이었다고 생각해요. 캐릭터를 나눌 때 섹시함, 청순함, 따뜻함 등으로 구분된다면 은호라는 캐릭터는 나누기 애매하죠. 그만큼 이중적이고 현실 속 우리의 모습을 대변하는 캐릭터였어요. 그런 부분에서 은호는 여배우들의 캐릭터 중에서 만들어진 인공미가 아닌 인간적인 매력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애착이 갔던 캐릭터였어요.”

‘오싹한 연애’가 전형적인 로맨틱 코메디물이지만 장르의 혼합도 그렇고 포스터 속 느낌도 많이 달라요. 이번 영화 속 ‘여리’가 지금까지의 전형적인 로코물 속 캐릭터와 다른 점은 어떤 걸까요?

“엉뚱함이 더 많죠. 예상하지 못했던 의외성을 보여줘요. 혼자서 생일날 혼자 촛불을 꺼요. 귀신이 보인다는 공포 때문에 친구도 가족도 없이 넓은 집에서 혼자 무서워해요. 그래서 작은 텐트 속에 살림살이를 넣고 작은 침낭에서 잠을 자요. 그래도 그 힘든 상황에서 자기 생일에 케이크를 사서 혼자 촛불을 끄고 그런 엉뚱한 면이 사랑스러운 캐릭터예요”

이민기 씨와의 호흡은 어땠어요? 이민기 씨는 평소에도 손예진을 이상형으로 꼽던데요.

“그 친구가 되게 진지하고 어른스러운 부분이 많아요. 하지만 어떨 때는 애기 같은 부분도 있고.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은 극중 동갑내기인 상황에 빠지기 위해 그냥 ‘여리씨’라는 호칭으로 불렀어요. 민기가 저를 그렇게 좋아하는 줄 알았으면 더 잘 해줄 걸 그랬어요.(웃음)”

“며칠 전에 민기를 만났거든요. ‘좋아했었대매.‘ 했더니 ’그걸 어떻게 말로 하냐.‘고 그러대요.”

“좋은 사람 만나는 게 쉽지 않아요. 나를 위로해줄 수 있는 소울메이트를 만나고 싶어요”

인터뷰의 하이라이트라면 여배우의 사생활이 아닐까 싶어요.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었다. 배우들 조차도 궁금해하는 손예진의 연애사를 묻고 싶은데, 괜찮아요?

“싫어요. 막 이래.(웃음) 제가 베일에 싸여있는 것보다는 남들보다 못하는 거죠. 남들에 비해서 연애를 잘 못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일단 (좋아지는 사람이) 같이 작업하는 배우나 이쪽 관계자가 아니기에 더 소문이 없는 거예요”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 그럴 기회가 없는 게, 여배우들이랑 얘기하면 ‘뭐야 소개팅 밖에 없는데 너무 만날 기회가 없다.’ 소개팅을 해도 ‘누구랑 만났대. 심지어 사귄대’ 이렇게 소문이 나버리니 일단 사람 만나기가 어려워요.

혼자 있으면 많이 우울해한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오늘 보니 많이 밝으신데 진짜예요?

“제가 우울하다고요? 그건 제가 얘기한 거죠. 무슨 소문이예요. 나 혼자 있는데...누가 옆에 있어야 우울한지 아닌지를 알죠.(웃음) 혼자 있을 때 우울한 것은 누구나 다 그런 것 아닌가요? 혼자라서 우울하다기보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죠. 그런 게 와전될 수도 있구요. 아무래도 궁금증이 있잖아요. 가까운 친구라도 속으로는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는거고 저같은 경우도 개인적인 부분이 노출 안되다보니 그런 의구심과 오해가 있나봐요.”

“지금도 저는 개봉 앞두고 우울해졌어요. 영화에 대해서 더 책임감을 느끼고 정말 숫자로 얘기할 수 밖에 없는데 특히나 이번이 저한텐 압박이더라구요. 흥행에 대한 부담이 쌓여오다보니 더 책임감이 생겼어요. 특히 이번 영화 ‘오싹한 연애’는 ‘잘되야 한다’ 이런 부담이 많아서 좀 더 쓸쓸해졌어요.”

“외로움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잖아요. 그런 부분들은 사람들을 통해서 위로 받아요”

“인터뷰를 하고 사람들과 만나고 하다보면 정리가 되가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제가 A형이라 사서 고민하고 사서 생각이 많은 편이어서 그래요. 옛날에 되게 심했어요..처량해서 눈물날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요즘엔 바뀌었어요. 음악도 슬픈 음악만 듣고 그랬는데 이제는 힙합도 듣고 막 이래요.. 사람들이랑 교류도 많이 하고 영화 ‘타워’를 찍으면서 성격이 많이 바뀌었죠”

“배우들은 누구나 다 약간의 결핍과 우울은 갖고 있어요. 슬픔도.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희노애락을 표현할 수 있겠어요.”

“밝음만을 갖고 있다면 웃길 수 없다고 생각해요. 되게 슬픈 사람이 웃겨야 그게 진짜 웃긴거잖아요. 그 사람의 피와 땀이 웃음으로 승화되는 느낌이잖요. 그래야 공감하고 진심으로 웃어주실 수 있는거잖아요. 배우도 약간의 그런게 있지않을까 싶어요. 힘들수록 그게 더 빛이 나는, 내면의 그림자가 짙을수록 빛이 나지 않나 싶어요”

이번 달로 차기작인 ‘타워’ 촬영이 끝나는데 쉴 때는 뭐해요?
“주로 집에서 쉬죠. 책도 보고 음악도 듣고 엄마랑 같이 산책을 하기도 하고 혼자 방안에 있으면서 즐겁게 지내죠. 이런 일상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을 터득하게 된 것 같아요.”

손예진과의 즐거운 인터뷰가 끝나고 새 영화 ‘오싹한 연애’의 시사회가 열렸다. 인터뷰를 하면서 느꼈던 기대는 또 한번 배신당했다. 스크린 속에는 ‘연애시대’의 인간미 넘치는 미련의 소유자 은호도 청순함과 요염함의 양면성을 지닌 ‘아내가 결혼했다’ 속 인아도 없었다. 그곳에는 한없이 외롭고 쓸쓸하지만 엉뚱한 매력으로 관객들을 안타깝게 만드는 여리가 있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도 모르게 ‘여리’가 행복해졌으면 하고 바랄만큼의 ‘손예진표‘ 눈물이 있었고 말없는 통곡도 있었다. 그녀가 보여주는 다양한 눈물 색깔만큼이다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캐릭터를 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가하면 유리같은 눈망울로 사심없이 저지르는 사랑스러운 엉뚱함은 영화를 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매력을 담고 있었다.

손예진은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인간적인 모습과 아무데도 없을 것같은 이상적인 캐릭터의 양면성을 지닌 독보적인 여배우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박상준기자 sjstudio@ 사진 송재원 기자 sun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