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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옥중화’ 서하준 “이 작은 배우의 명종,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기사 등록 2016-11-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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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6개월 동안 계속된 대장정을 끝낸 배우답지 않게 그는 쾌활했다. 극 중 진중하면서도 때로는 사람 냄새가 나는 명종 역을 소화한 배우답게 그는 인터뷰 촬영 중에도, 질의문답 중에도 다양하고 깊이 있는 성격을 그대로 내비쳤다. 배우 서하준은 그렇게 자신만의 아우라를 가진 배우였다.

최근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종영 인터뷰에서 서하준은 MBC 주말드라마 ‘옥중화’의 종영에 대한 아쉬움을 밝히면서 말문을 열었다.

“종영소감 얘기할 때 제일 가슴이 울컥합니다. 다른 방식으로 마음을 형용하려고 해도, 아쉽다는 마음이 제일 커요. 짧은 시간동안 많은 걸 얻고 배우고 추억이나 배우로서 가져가야할 잊고 지낸 것까지 상기시켜주는 작품이었어요.”

50부작 드라마에서 스스로도 ‘인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왕 역할을 맡은 그는 준비기간이 넉넉하지 않아 촬영 중간에도 틈틈이 명종에 대한 조사를 계속해 인물을 구체화해 나가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준비를 할 수 있는 기간이 많지 않았어요. 첫 촬영까지 하루 이틀 정도였죠. 그래서 누구나 찾아보면 알 수 있는 지식들로 먼저 보여주는 부분들이 많았어요. 그러다보니 걱정이 많았습니다. 혹시 1차원으로 보이지 않을까, 단순하고 단편하게 보여지지 않을까 싶었어요. 명종이란 인물이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걱정이 제일 컸습니다.”

하지만 그는 사극 드라마답게 완전히 실존하는 왕이 아닌 드라마에 맞춰 바뀐 ‘명종’에게 매력을 느꼈기에 새롭게 만들어 가는 과정 자체가 재밌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얘기를 잘 하지 않는다고 일화를 털어놓기도 했다.

“작품에 들어가기 직전에 주변에 얘기를 잘 안 하는 편이에요. 가족한테도요. 현장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이기도 하고 깜짝으로 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옥중화’ 때도 다들 놀랬어요. 어머니가 정말 좋아하셨는데 ‘나쁜 놈아, 말을 해야 주위 사람들한테 홍보라도 하지 않았겠냐’라고 말씀하시기도 했어요.”

이렇게 실제 어머니의 얘기도 꺼냈지만 사실 ‘옥중화’에서도 서하준은 어머니 문정왕후와 많은 장면에서 호흡해서인지 김미숙을 ‘어머니’라고 부르기도 했다.

“문정왕후와 붙는 장면들이 어려웠어요. 제가 아들로서 다가가는 부분과 왕과 왕후로서 대비되는, 그 중립적인 부분을 찾는 것이 어려웠어요. 아들로서 가도 왕의 근엄함을 잃고, 대립으로 가면 정 없는 지점이 있으니까요. 국정에 대한 얘기들을 나누기 때문이죠. 그런 걸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느냐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확실하게 잡고 들어가야 했어요. 그러다보니 어머니가 주시는 디렉팅도 많이 듣고 많이 얘기도 많이 했어요. 잊고 있던 것도 많이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래서 호흡을 맞추는 그 시간이 정말 ‘프로페셔널하게 작업하는 분과 하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어요. 먼저 충고를 하신다기보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의견을 나누고 유도해주는 대화가 많았거든요.”

그렇게 쉽지만은 왕 연기를 펼치면서도 그는 명종의 두 가지 면을 섞은 것이 자신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명종을 연기하면 어려우면서도 동질감이 들었다는 게 서하준의 설명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일상에서도 말투가 달라진다고 밝히기도 했다.

“곤룡포를 입으면 복대 같은 걸 하잖아요. 그게 배가 걸리는 느낌이라 배가 나오는 거 같더라고요. 분장팀의 형님 말을 들으면 사극을 하면 살이 찐다고 해요. 늘 펑퍼짐하게 입고, 체력적인 부분도 소모가 되고 하니까요. 그래서 저도 배가 나오는 느낌을 받았고, 일상 속에서도 추임새 같은게 저도 모르게 튀어나올 때도 있었어요.”

‘옥중화’가 서하준에게 인상적인 작품으로 남을 수 밖에 없는 건 바로 MBC 사극의 거장, 이병훈 PD가 전두지휘에 나선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서하준은 이병훈 PD에 대해 묻자 “너무 좋았어요”라고 즐겁게 말을 이었다.

“한 배우가 임금 역, 왕 역, 대통령 역을 한다는 것은 한평생 있을까 말까한 것이잖아요. 심지어 거장이신 이병훈 국장님의 작품에서 왕을 한다는 건 정말 감개무량합니다. 정말 디테일하시고 섬세하세요. 전달력 같은 부분들이 정말 프로페셔널하셨구요. 그런 부분에서 많이 배웠던 것 같습니다. 이병훈 국장님 하면 보았던 시청자들도, 한류에서도 가장 최고점을 찍은 ‘대장금’이 가장 기억에 남을 텐데, 그 다음이 ‘옥중화’가 되었으면 좋겠어요(웃음).”

그는 이 작품을 진행하면서도 ‘일밤-복면가왕’에 참가해 노래 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원래 연극무대에서 데뷔했던 그였기에 혹시 무대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지 묻자 이런 질문을 처음 받았다며 상세한 대답을 남겼다.

“연극이란 건 서하준을 있게 한 씨앗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앞으로도 그 장르를 잊지 못하고 맴돌 거 같아요. 무대에 대한 갈망이 있기도 합니다. 무대 연기라는 건 장소 안에서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즉각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가까운 거리에서 희노애락을 맛볼 수 있는 건데, 매체 연기를 하다보면 그걸 망각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물론 둘 사이에 장단점은 분명 있어요. 하지만 ‘복면가왕’에서 가면을 벗었을 때 비슷한 걸 느꼈어요. 무대 위라는 것 자체는 똑같다고 전 생각해요. 노래든, 연기든 감정이란 걸 전달하기만 한다면 관객들은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얘기하는 그를 보며 서하준이란 배우가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구나 느낄 수 있었다. 그에게 혹시 평소에도 명종 같은 리더의 성격인지 묻자 그는 아니라며 이렇게 대답했다.

“저에게 책임감이라는 게 커요. 그래서 크게 책임지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해요. 좋은 결과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어그러지는 걸 먼저 생각하거든요. 항상 좋은 쪽을 생각하면 나쁜 것도 염두해두고 대비하는 성격예요. 제가 정말로 자신 있게 책임지지 않는 이상은 섣불리 약속도 하지 않는 편입니다. 심지어는 장난으로 가위바위보하는 것도 잘 안하려고 해요(웃음).”

이제 6개월동안 달려온 서하준은 어떤 식으로 몸과 마음을 다시 다잡고 있을까? 그에게 평소 취미가 무엇인지 묻자 그는 “요즘 인터뷰하면서 느낀 건데 제가 정말 재미없게 하는구나 싶은 거에요”라고 다소 의아스러운 답변을 먼저 했다.

“운동이나 구기종목을 하고 밀린 영화들 보고 좋아하는 책 읽고. 그게 끝이에요. 뭔가 색다르고 수집을 한다던가 여행을 한다던가 이런 게 아니고 일상 속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잖아요. 요즘 인터뷰를 하면서 그걸 느끼고 반성하고 있어요(웃음). 친분 있는 분들을 만나서 담소 나누는 것도 좋아해요. 제가 느낀 건 제 자신한테 여유를 주자는 주의가 됐다는 점입니다. 요즘 여유가 많이 없어진 것 같고 여유라는 단어가 배제돼있는 것 같아서요.”

혹시 그에게 어떤 작품들을 좋아하는지 묻자 그는 현재 상영 중인 ‘인페르노’를 두 번이나 봤다고 대답했다. 그는 역사극과 팩션 소설, 특히 서양학에 관련된 걸 좋아해서 그런 책이 많다고 덧붙였다.

“저는 소설을 읽기보다는 희곡을 읽어요. 역사학, 고고학, 심리학, 괴테, 단테 같은 문호들이 쓴 책도 좋아해요. 저한텐 희곡 형식이 잘 맞아요. ‘다빈치 코드’도 영화는 엄청 좋아하는데, 책으로는 안 읽었어요.”

이제 그는 차기작을 고심 중에 있다. 사극, 그것도 임금 역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기도 했고 스스로도 “아직은 제가 가야할 길이 많고 산이 많아요”라고 말한 만큼 그는 ‘짙은 삶’을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에 어떤 작품으로 돌아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렇지만 그는 ‘옥중화’ 시청자분들에게 다음엔 더 깊이있는 연기를 약속하며 인터뷰를 마무리지었다.

“그동안 이 작은 연기자가 명종 역할을 얼마나 잘 소화를 해서 접근했는지 모르겠지만, 부족한 면도 이쁘게 봐주시고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 없습니다. 다음 작품으로 찾아뵐 때는 더욱 완성되고 입체적인 인물로 찾아뵐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사진 조은정 기자 j_e_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