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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뷰]‘택시운전사’, 슬프지만은 않은 1980년대의 광주

기사 등록 2017-07-2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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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영화 '택시운전사' 스틸 컷
[이슈데일리 김지영기자] 5·18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 중 이토록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함께 담은 작품이 있을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넓은 식탁이 다양한 반찬들로 빼곡히 채워진 한식당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역사의 아픈 부분을 다루고 있지만 마냥 슬프지만은 않은 ‘택시운전사’(감독 장훈)가 남녀노소 관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이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중 김만섭은 당시의 가장 보편적인 인물이다. 정부가 언론을 탄압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뉴스에서 그리고 신문에서 말 하는 대로 믿으며 “시위하려고 대학갔나”하는 구시대적 사고를 지니고 있다. 어떻게 보면 김만섭이 이러한 생각을 하는 것은 당연지사. 택시 운전으로 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있기에 ‘지금 당장 먹고 사는 것’ 외엔 생각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사글세 10만 원이 없어 갖은 수를 쓰던 그에게 독일 기자 피터와의 만남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다.

▲ 사진=영화 '택시 운전사 '스틸 컷

연기력으로는 두말할 것 없는 배우들의 조합이다. 송강호는 물론이거니와 유해진, 할리우드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의 만남은 두 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에도 관객을 물 흐르듯 이끌고 간다. 더불어 류준열은 전작 ‘더킹’(감독 한재림)에서 보였던 전라도 사투리보다 나아진 모습으로 좀 더 성장한 그를 확인할 수 있게끔 한다.

‘택시운전사’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뤘던 다른 작품들 보다 유쾌한 면과 사실적인 면을 함께 조명했다. 극중 초반에는 고창석이 송강호와 함께 웃음을 선사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중반부, 후반부엔 다 다른 인물들이 송강호와 의외의 케미를 선보여 의외의 재미를 부여한다.

또한 영화의 막이 오르는 동시에 1980년대로 가는 타임머신을 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장훈 감독은 당대를 대표하는 조용필의 노래 ‘단발머리’를 초장에 OST로 삽입했기 때문. 이를 통해 1973년식 브리사를 운전하는 김만섭의 모습에선 당시를 기억하고 있는 관객들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 밖에도 구재식의 애창곡으로 나오는 1977년 제 1회 대학가요제 대상곡인 샌드 페블즈의 ‘나 어떡해’를 비롯, 혜은이의 ‘제3한강교’까지 귓가를 즐겁게 한다.

‘택시운전사’가 같은 소재의 타 작품보단 밝은 면이 있지만 광주의 실상을 전해야할 때는 가감 없는 연출로 사실을 전달한다. 이러한 부분들은 관객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겠지만, 1980년 당시의 광주는 이보다 더 참혹했기에 필수불가결한 장면으로 설명된다. 더불어 광주의 실상을 국외에 전하기 위해 피터가 담은 모습들, 극중 주인공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달라지는 영화의 색감, 구도에 집중하고 영화를 접한다면 재미는 배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택시운전사’의 만섭과 피터는 ‘인간의 기본적 도리’에 중점을 두고 살아가는 인물이며 영화의 주된 메시지 또한 이와 같다. 1980년 5월보다 나아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어떠한 인간의 도리로 살아가고 있는가. 민주화를 위해 당연히 내지르는 목소리에도 목숨을 바쳤어야했던 광주 시민들에게 우리는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가. ‘택시운전사’를 통해 다시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오는 2일 개봉예정. 러닝타임 137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