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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목격자’ 김상호, 여전히 연기에서 행복을 찾는 천상배우

기사 등록 2018-08-1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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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NEW
[이슈데일리 김나연기자] 맨 앞으로 나서서 돋보이지 않아도 빛나는 것들이 있다. 김상호라는 배우의 존재감이 바로 그렇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극을 더욱 빛내주는 배우. 그는 여전히 연기에서 행복을 찾는다.

영화 '목격자'는 아파트 한복판에서 벌어진 살인을 목격한 순간, 범인의 다음 타겟이 되어버린 ‘목격자’와 범인 사이의 충격적 추격 스릴러다. 이슈데일리는 최근 서울시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목격자를 반드시 찾아내야만 하는 형사 재엽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배우 김상호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자신의 영화를 처음 타인들에게 평가받는 날은 그 어떤 배우들이라도 떨리는 날이다. 김상호도 “조마조마하게 봤다”면서 당시의 감정을 전했다.

“항상 조마조마하죠. 아이 운동회에서 달리기하는 거 보는 기분이랄까요. (완성된 영화가) 시나리오보다 훨씬 더 짜임새 있고 속도감 있게 나온 건 사실이에요.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죠. 작품은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가 ‘목격자’를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짜릿함’. 자신이 시나리오를 읽고 들었던 이 감정을 관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하고 싶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짜릿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아파트라는 친근하고 소중한 공간이 위험한 공간으로 변해버리는 게 좋았어요. 이 좋은 느낌을 관객들에게 전달해보고 싶더라고요. 보고 칭찬을 해주실 수도 있고, ‘기대 이하다’라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고 호불호가 있겠지만 충분히 울림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올 여름 극장가 단 하나의 스릴러로 ‘여름 극장가 대전’에 뛰어들었지만 ‘목격자’는 타 영화에 비해서는 예산과 규모가 작은 영화다. 그러나 영화는 개봉 후 내로라하는 대작들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흥행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해 볼만 하다”는 김상호의 생각이 정확히 들어맞은 것.

“흥행에 대한 부담감은 항상 있죠. 그냥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노력한 만큼만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제작비만으로 보자면 큰 영화는 아니죠. 제작비는 가장 작지만 그래도 만듦새나 긴장감 유지 등의 부분을 따져봤을 때는 ‘해 볼만 하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웃음)”

김상호의 필모그래피에서 형사 역할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가 형사로 분한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김상호는 영화 ‘목격자’를 통해 또 형사로 분했지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형사다”라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보통의 형사들은 사건 현장에 가서 증거물을 찾아내고, 목격자를 찾고 범인을 찾아가는데 ‘목격자’에서 재엽은 찾는 과정에서 ‘집단 이기주의’라는 벽에 부딪혀요. 공권력이 집안 이기주의에 부딪히는 실제적인 한계를 표현하는 역할이죠. 다른 형사 캐릭터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어요”

일부에서는 영화의 후반부 살인범을 잡는 데에 있어 경찰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는 이러한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까.

“영화가 목격자와 범인에서 시작을 했으니 끝도 거기서 내고자 하는 마음이 아닐까요. 이 영화는 ‘범인이 누굴까’라는 게 주된 게 아니잖아요. ‘범인은 얘다’라고 가르쳐주고 범인과 목격자의 심리싸움이 주된 흐름이니까요. 제가 맡은 형사 역할이 이 영화에서는 보통의 역할과 임무가 다른 거라고 생각해요. 경찰이 범인을 쫓아가는 스탠스는 익숙하지만 집단 이기주의에 부딪힌 스탠스는 낯설잖아요. 그게 맘에 들었죠”

사실상 영화는 이성민이라는 한 사람을 중심으로 사건이 펼쳐지고, 또 마무리된다. 김상호는 ‘목격자’의 긴장감을 이어가는 건 이성민이라는 배우의 힘이라고 말하며 극찬을 보냈다.

“이성민 형님은 연기를 잘 하는 걸로 정평이 나있잖아요. 연기를 잘 하는 사람과 함께할 때는 확실히 편한 부분이 있죠. 영화를 찍을 때 나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 내에 잘 해내야 하고, 실수하지 않을까 하는 긴장감이 있는데 (이성민과 함께하면) 너무 편하고, 믿음이 갔죠. 이 영화의 긴장감을 이어가는 건 이성민이라는 배우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명품조연’이라는 수식어로 많이 불려왔던 김상호지만 그는 ‘명품 조연’, ‘미친 존재감’이라는 표현이 싫다고. “시류에 따른 유행어, 수식어 같다”는 것이 이유다. 그리고 그는 자신은 단 한 번도 평범한 역할을 맡은 적이 없다고 말한다.

“인물들이 평범하다고 말할 수는 있죠. 그런데 모든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욕망이 있어요. 욕망이 없다면 그 작품에 그 인물은 없어도 되는 인물이죠. 작품에서 그냥 존재하는 인물은 없어요. 저는 그냥 시나리오가 재밌고 등장인물들이 이유가 있고 욕망이 확실하고, 또 그게 이해가 되면 해요. 캐릭터에 개의치 않고 그 역할을 제가 어떻게 효과적으로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생각하는거죠”

이렇게 선택한 수많은 작품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펼쳐온 배우 김상호는 아직도 자신의 연기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그는 시나리오에 대해 촬영 내내 계속해서 의심하고, 또 고민하고 연구한다. 그게 김상호의 ‘일’이다.

“작품을 보면 아무래도 제 장면을 위주로 보기는 하죠. 근데 제 연기를 보면 아직도 허점이 많이 보여요. 그 장면이 흐름에 해가 되면 어떡하나 조마조마하죠. 그래서 대본을 받으면 항상 이야기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해요. ‘보는 사람들이 이해할까?’ ‘이 장면을 사용하면 작품에 힘이 빠지지 않을까.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을까’ 계속해서 질문과 대답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과 상의를 하는 거죠. 촬영하는 내내 그게 계속되는 거예요. 이게 저의 일이에요.”

김상호는 자신의 앞에 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것에 대해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자그마치 20년이다.

“20년 동안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어요. 항상 행복하고, 또 행복을 찾아요. (배우라는 직업은) 지겹지 않잖아요. 내년에는 또 다른 역할로 만나니까요. 작품마다 다른 이야기가 있고, 다른 마음이 있죠. 이런 것들을 배우와 감독이 만나 상의하고 만들어낸 걸 관객들이 좋아해주고 위안을 받고 이런 것들이 너무 재밌고 뿌듯해요”

김상호의 꿈은 주연배우도 아니고, 더욱 주목받는 배우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의 바람은 지금처럼만 계속 유지되는 것. 힘이 다하는 그 날까지 그는 연기에서 행복을 찾고, 또 행복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을 뿐이다.

김나연기자 nadus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