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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칼럼- 정태호 '개콘 24시'] 1부. '브라우니를 만나다'

기사 등록 2012-10-22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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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조정원기자]KBS2 ‘개그콘서트’의 ‘정 여사’ 코너에서는 깐깐하게 생긴 여사님이 등장한다. 여사님은 매장 직원에게 전에 구입한 물건에 하자가 있다며 바꿔줄 것을 요구한다. 무안한 순간에 등장하는 한 마디. “브라우니 물어!” ‘정 여사’ 코너의 정태호 송병철 김대성보다 더 유명해져 버린 인형 브라우니는 이들에게 큰 선물이면서도 질투의 대상이다. 인형에게 질투를 느낀다는 자체가 우스운 상황이지만, 대세는 기울고 있었다. 이에 ‘정 여사’ 코너를 대표해 정태호가 직접 강아지 인형 브라우니와의 만남에서부터 솔직한 속마음,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개그콘서트의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 편집자 주

# 브라우니는 사실...

요즘 브라우니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심지어는 인터뷰를 할 때도 질문 열 가지 중에 8~9가지는 브라우니에 관한 이야기다. 하아...내가 왜 인형 대신 대답까지 해줘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브라우니는 정말 우연한 기회에 단순하게 발견한 아이템이다. 처음부터 인형을 데리고 웃음 코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정 여사 캐릭터의 비주얼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소품에 불과했다. 외국의 경우 부유한 집의 여사님들이 크고 멋있는 개를 데리고 다니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는데, 아쉽게도 내 주변엔 그런 개가 없었다.

막내 기수를 통해 우연히 KBS 소품실에서 발견한 시베리안 허스키 인형 브라우니.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걸 가져왔다고 생각했는데, 피디님께 검사를 받고 보니 이 녀석 의외로 반응이 괜찮았다. 이름도 그냥 즉석에서 머리에 떠오르는 이름을 지어줬다. 브라우니, 브라우니. 입에 착 달라붙네. 좋아! 이걸로 네 이름은 브라우니다.

정태호1.JPG

첫 녹화에서 관객들의 반응을 보고 깜짝 놀랐다. 뭐지? 이 반응은...무대를 내려오면서도 기분이 좋은 한편 의아함만 가득 남았다. 장난 식으로 “물어”라고 했는데 관객들이 그걸 웃음 코드로 봐줬다. 이번엔 현장에서 아이템을 얻은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

럭셔리한 정 여사에게서 언밸런스함을 찾는다면, 그건 바로 바보스러운 인형 개 브라우니다. 사납고 고집스러운 정 여사와는 달리 브라우니는 과묵하고 화를 내지 않는다. 요즘은 가끔 헷갈리기도 하지만, 인형이 말을 못 한다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닌가.

브라우니는 나에게, 그리고 우리 ‘정 여사’ 코너에 큰 선물을 줬는데 오히려 화도 나고 질투도 난다. 인형한테 질투심을 느끼는 자체가 화가 난다. 멤버들도 “브라우니가 한 번 자취를 감췄으면...”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코너의 주인공은 우리지 개 인형이 아니지 않나.

브라우니의 인기는 포토 존에서도 뼈저리게 느꼈다. 우리는 빠진 채 브라우니만 단독 촬영이라니...심지어는 ‘연예가 중계’ 인터뷰 당시에도 엔딩조차 브라우니의 차지였다. 이거 완전히 주객이 전도된 꼴이다.

처음에 브라우니에게 관심이 집중되니까 기분이 좋았다. 재미를 위해 우연하게 올린 브라우니의 콘셉트 사진의 반응도 대단했다. 관련된 기사도 쏟아졌고, 연예인들도 인형을 안고 인증 사진을 찍는 등 인기가 날로 더해갔다.

# “브라우니 어디 갔어?”

브라우니의 인기는 대중이 만들어줬다. 솔직한 심정으로 ‘정 여사’ 코너에 있어서는 브라우니가 외부에 노출(?)되는 빈도가 적은 편이 더 좋다. 인형에게 스케줄이라고 말하는 것도 웃기지만, 브라우니는 정말 동해 번쩍, 서해 번쩍이다.

이 녀석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뮤직뱅크’에서 가수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고 있었다. 다른 연예인들과 사진을 찍고 있는 등 어떻게 보면 우리보다 더 인기가 좋은 것 같다.

한 번은 브라우니를 넘어뜨린 적이 있었는데, 주위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그냥 다시 세우면 되는 것 아닌가? 정말 내가 큰 잘못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브라우니의 인기에 피해를 입은 사람은 우리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었다.

녹화가 끝난 후 방송국 앞에 팬들이 모여 있었는데, 다들 “보라 언니, 보라 언니” 하면서 보라를 부르고 있는 줄 알았다. 기분이 좋아진 보라가 팬들에게 다가갔는데...맙소사!　팬들은 ‘보라 언니’가 아니라 ‘브라우니’를 부르고 있던 것이었다. 졸지에 브라우니에게 밀려버린 보라. 씁쓸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가끔 나에게 브라우니의 생각을 물어보곤 한다. “브라우니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브라우니가 뭐라고 말하던가요?”라는 등의 질문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한결같이 “직접 물어보세요”라고 공손하게 답해준다. 이 밖에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거짓을 알릴 수는 없지 않겠는가.

브라우니_티비시청.jpg

브라우니의 인기가 이러하다보니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미 시중에는 브라우니 짝퉁들이 판매되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되겠구나 싶어서 하나의 캐릭터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제작진 측에 요청했다. 그래서 브라우니의 혈통 인증서를 만들어 ‘리얼 브라우니’를 입증하기로 했다. 또 브라우니의 목걸이에 공인 뱃지를 달아 짝퉁들과의 차별화를 줬다.

앞서 말했지만, 브라우니의 인기는 대중들이 만들어 준 것이기 때문에 브라우니 인형으로 인한 수익금은 좋은 곳에 쓸 생각이다. 엄연하게 말해서 개그를 해서 번 돈이 아니지 않는가. 브라우니 덕분에 좋은 일에 뜻을 보탤 수도 있고, 덕분에 우리 팀의 이미지도 올라간다면 그야말로 일석이조라고 생각한다.

혈통인증서.jpg

# ‘정 여사’ 오래 하고 싶지만..

어느덧 ‘정 여사’ 코너를 시작한 지도 4개월이 지났다. 이제 팬들도 우리 코너의 패턴에 대해 익숙해졌을 것이다. 어떤 코너를 하더라도 소재 때문에 항상 고민한다. 그래서 아이템이 가장 재미있는 것은 첫 주 방송을 할 때다. 아이러니하게 팬들이 가장 재미있어 할 때쯤이면 아이템 고갈을 겪는다.

‘정 여사’ 코너도 지금은 주로 물건 교환에 대한 이야기에다 썰렁해진 분위기에 브라우니를 투입해 전환시키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화 돼 있는 내용에 새로움을 조금씩 녹여가면서 변화를 주려고 한다.

개그맨들은 거의 일주일 내내 한정된 장소에서 아이디어 회의를 하기 때문에 일반인들보다 경험을 할 수 있는 활동 범위가 좁은 편이다. 코너에 대한 아이디어는 주로 인터넷이나 그동안의 경험 등을 토대로 주변 선후배나 작가님들에게 도움을 얻는 편이다.

현 시대는 개그 코드 자체도 너무 빨리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장수 코너가 되기까지는 많은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이 코너도 오래 하고 싶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딱 재미있을 때 까지만 하고 싶다. 팬들이 “‘정 여사’ 끝났어?”라고 아쉬워하는 상태에서 막을 내려 보고 싶은 마음이다. 최대한 재미있을 때 말이다.

새로움에 대한 도전은 ‘용감한 녀석들’ 코너에서도 계속된다. ‘정 여사’와 더불어 오늘의 정태호를 있게 만들어준 ‘용감한 녀석들’을 통해 정태호가 ‘용감한 남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공개할 계획이다.

<2부. ‘용감한 남자’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