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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분석] ‘살인소설’, ‘거짓말’로 정치비리 꼬집는다

기사 등록 2018-03-15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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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나연 사진기자
[이슈데일리 최하은기자] 현재 한국 사회에서 ‘필요한’ 영화가 나타났다. 어떤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먼저 그 민낯이 드러나야 하기 때문. 그 민낯에 대한 영화 ‘살인소설’이 오는 4월 관객들을 찾는다. 김진묵 감독이 생각하는 거짓말의 ‘양대 산맥’인 정치인과 소설가, 또 그들의 정면승부라는 역설로 시원하게 정치비리를 꼬집었다.

15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는 영화 ‘살인소설’ 제작보고회가 개최됐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김진묵 감독, 지현우, 오만석, 이은우, 김학철, 조은지가 참석해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살인소설’은 지방선거에 나설 집권여당 시장 후보로 지명된 경석(오만석 분)이 유력 정치인 장인의 비자금을 숨기러 애인 지영(이은우 분)과 함께 별장을 들렸다 수상한 청년 순태(지현우 분)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제38회 판타스포르토 국제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 각본상을 거머쥐며 작품성에 대한 검증은 이미 마친 ‘살인소설’이다. 김진묵감독은 “정확히 말하면 18시간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를 밀도 있게 담았다”며 “시나리오의 초고를 쓴지 10년 정도 됐다. 한정된 공간, 시간안에서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다. 이야기 힘만으로 한정된 시간, 공간 안에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선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배우들 또한 그 시나리오에 대한 신뢰가 대단했다.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한 질문에 지현우와 오만석은 입을 모아 “시나리오다”라고 말해 기대를 높였다.

지현우는 “항상 대본을 볼 때 제일 중요시하는 건 이야기가 잘 읽히느냐다. ‘살인소설’은 너무나도 잘 읽혔다”고 말했으며 오만석 또한 “시나리오가 너무 재밌었다. 기존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화법과는 다르게 이야기를 풀어나갔기 때문에 매력적이었다. 또 감독님과 미팅을 했을 때 그리고 계신 그림이 새로운 영화가 나올 수 있겠다는 믿음을 가지게 됐다.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주저 없이 선택했다”며 시나리오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 사진=김나연 사진기자
‘로맨틱 코미디’의 대가 지현우는 이번 작품으로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게 됐다고 전했다. 따뜻하고 정의로운 캐릭터를 해왔던 그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순태 역은 바른 것 같으면서도 바르지 않은 ‘동전의 양면’같은 인물이라고.

지현우는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캐릭터다. 보통 주인공은 긍정적이고, 다른 말을 한다. 하지만 순태는 바르지만 바르지 않기도 한 묘한 매력이 있다”며 “해맑은 얼굴로 반대의 이야기를 하는 이야기꾼이다. 속을 알 수가 없다. 또 소설가임에도 불구하고 거짓말을 싫어한다”며 캐릭터를 소개했다.

영화 속 부패한 정치인들에 대한 가감 없는 묘사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김제영 감독은 “제가 생각하는 거짓말의 양대 산맥인 정치인과 소설가라는 캐릭터가 만나 싸우고 반전을 거듭한다. 결국 그것을 통해 권력의 속성, 폭력의 대물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지현우도 이에 대해 “제가 사실 뉴스에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정치인을 소재로 하고, 소설가다보니 뉴스나 청문회를 꼭 챙겨봤다. ‘대중들이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라는 생각으로 연기를 했다”며 목적에 맞는 연기 노력을 밝혔다.

이어 오만석은 “비리 정치인을 연기할 때 계획적이고 목표를 위해 긴 여정동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면, 경석은 24시간 안에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진짜 내면을 보여주면서 문제를 꼬집고 싶었다”며 남다른 캐릭터 분석력을 과시했다.

제작보고회에서 가장 극찬을 받았던 배우는 바로 지현우다. 뮤지컬 ‘킹키부츠’에서도 지현우와 함께 호흡을 맞췄던 오만석은 “정말 성실한 배우다. 준비하는 자세, 마음가짐이 남다르다. 또 작품 기간에는 몰입을 위해 생활이 모두 거기에 맞춰져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같은 경우는 다른 일정 때문에 왔다 갔다 했었는데 지현우씨는 현장 ‘터줏대감’이었다. 혼자 잘 돌아다니더라. 촬영이 없어도 항상 자리를 지켰고, 본인의 대사를 녹음해서 이어폰으로 듣고 다녔다”며 지현우의 노력을 전했다.

촬영은 충북 제천에서 이뤄졌다. 시기는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 겨울이었다고. 배우들은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밤낮없이 연기노력을 불살랐다. 이에 대해 이은우는 “초가을 의상을 입고 한겨울에 찍었다. 호숫가가 그렇게 추운지 처음 만났다. 그래서 현우씨는 저보고 ‘벌칙 당첨됐다’고 했다. 영화 끝나고 6kg이 빠졌다. 저한테 제천은 ‘추위와의 싸움’이었던 것 같다”고 말하며 당시를 회고했다.

이어 지현우는 “두 달 동안 서울에 한번 올라왔다. 그것도 머리 다듬으러. 대전을 사랑하게 됐다. 쉬는 날에는 대전 시장에도 가서 나레이션을 귀에 꼽고 돌아다니기도 했다. 현장이 너무 좋아서 혼자 사색도 했다”고 말했으며 오만석은 “아무래도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일이다보니 밤 시간에 촬영을 많이 했다. 해가 뜰 때까지 찍고 들어와서 자고 그랬다. 여유가 있을 때 새벽에 식당에서 술도 마셨다”고 전했다.

이미 해외에서는 ‘살인소설’을 “관객들에게 절대적인 쾌감을 줄 영화”라고 평가했다. 신랄한 블랙 유머로 풍자하는 현대 사회의 부조리들. 큰 사건에서 시작해 점점 좁혀가는 스토리 텔링이 관객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긴장감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 짜릿한 긴장감은 오는 4월 18일부터 전국 극장가에서 경험할 수 있다.

최하은기자 rinon9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