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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독전’ 류준열, ‘행복한 연기’로 다작 행보 걷는다

기사 등록 2018-05-2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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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NEW 제공
[이슈데일리 최하은기자] 최근 다작 행보로 관객들을 찾는 배우 류준열. 그가 이번에는 영화 ‘독전’ 속 마음을 알 수 없는 남자로 분해 돌아온다. ‘리틀 포레스트’에서 혜원에게 따뜻한 조언을 해주던 재하는 온데 간 데 없고, 그 누구보다 차가운 남자가 됐다. 매력적인 마스크로 ‘응답하라 1988’에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그는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연기 영역을 구축하고 있었다. 과연 그는 어떤 매력으로 이토록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일까.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독전’ 개봉을 앞둔 류준열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독전’은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범죄극으로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 조직의 이야기를 다뤘다. 류준열은 극중 마약 조직에서 버려진 남자 락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자신이 나오는 영화를 보는 일과 자신의 연기를 평가하는 일은 배우에게 무척 어려운 일이다. 역시나 류준열도 그러했다.

“늘 저는 제가 나온 영화를 볼 때 부끄럽고 창피한 것 같아요. 영화 보고 나왔을 때도 감독님께도 ‘그럭 저럭 봤다’고 말씀드렸더니 서운해 하시더라고요. 그래도 굉장히 몰입도 있고 시간가는 줄 모르게 봤다고 덧붙여서 말씀 드렸는데 그게 제일 중요한 지점이죠. 관객들하고 영화 끝날 때까지 호흡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그 부분이 이뤄진 것 같아서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락은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차가워 보이는 남자다. 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읽을 수가 없다. 류준열은 캐릭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속을 알 수 없는 부분이 고심했던 부분이라고. 그는 락이라는 인물의 편에 서서 ‘나는 누구인가’라고 묻는 것이 캐릭터 분석의 핵심이라고 봤다. 또 락을 파악하는데 있어 조진웅이 맡은 원호라는 캐릭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오연옥이라는 사람이 락을 ‘악마’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락이 악마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영화를 찍으면서 느꼈던 건 ‘나는 누구인가’라는 게 락의 평생의 숙제라고 생각했죠. 시나리오를 보면 인물을 분석하는데 있어 자료가 별로 없어요. 그게 락만의 매력이고 영화가 주는 주제이자 제가 그걸 파고드는 이유가 된다고 생각해요. 전사가 전혀 없고, 부모가 밀항하다는 배에서 죽었다고 하는데 전 또 그렇게만 생각하지 않아요. 락은 자기가 누구인지 정말 궁금했을 것 같아요. 더부살이로 사는 것도 이선생을 숨기기 위한 게 아니라 나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시간을 던지는 시간이었을 것 같아요. 물론 어머니에 대한 복수가 없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하지만 복수를 위해 원호와 손 잡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원호가 등장했을 때 원호와 계속 붙어 다니는데 원호에 대한 궁금증도 생겼어요. 분명한건 이선생을 수년간 쫓고 있는 혈안이 된 형사밖에 정보가 없었죠. 팀원들과의 관계도 두터운 것 같지도 않았고요. 그만큼 자기보다 이선생을 쫓는 원호가 나타났는데 이 사람은 뭔가 나를 쫓아다니고 알고 싶어하지? 이 사람이라면 나라는 사람을 찾아줄 수 잇을 것 같다는 의미에서 영화를 계속 찍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런 의미에서 원호가 락을 가장 잘 아는 인물이기도 하고요.”

류준열은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 중 하나를 마지막 노르웨이 장면으로 꼽았다. 하얀 설원과 꽁꽁 얼어붙은 분위기는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 최고의 장면을 만들어냈다고. 하지만 자칫하면 뜨거운 태양 아래 마지막 장면을 찍었을 수도 있다는 흥미로운 에피소드도 있었다.

“일단 저는 시나리오를 읽고 마지막 장면의 설원이 너무 좋았어요. 사실 이 영화 시작할 때 도 설원으로 시작할 줄 몰랐거든요. 이게 자칫하면 촬영 당시 여건에 따라 뜨거운 태양아래 찍을 수도 있었는데 제가 극구 반대했어요. 영화가 주는 분위기나 에너지가 얼어붙은 차가운 날씨에 두 사람이 만나서 나누는 감정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진웅 선배님이 설원에서 운전하고 오시는 게 너무 멋있더라고요. 만약 땀 뻘뻘 흘리면서 오셨으면 좀 이상하지 않았을까요. (웃음) 촬영할 당시에 설원이 덮인 데가 노르웨이 밖에 없었대요. 일본도 있긴 하지만 그 당시엔 아니라서 비용이 좀 들더라도 노르웨이로 갔던 게 잘한 선택인 것 같아요.”

류준열은 이번 작품 선택 계기에 대해 주저 없이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이해영 감독은 소위 글솜씨‘가 좋기로 유명하다. 배우라면 맛깔나면서도 캐릭터를 잘 살려주는 대사로 가득 찬 영화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저는 영화를 볼 때 시나리오를 가장 첫 번째로 봅니다. 이해영 감독님이 글솜씨가 너무 좋으셔가지고 ‘대사빨’이 좋은건 당연한 것 같아요. 대사를 보면 영화를 관통하는 대사들이 많아요. 저는 원래 연기를 하는 동안 애드리브를 한다던가, 어미를 바꾼다던가 이런 걸 선호하는데 이 영화를 하면서 대사를 바꾼 적이 하나도 없어요. 그만큼 완벽했다는 소리죠.”

예고편 공개 직후 대중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중에서도 류준열의 촉촉하면서도 강렬한 눈빛과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은 그의 연기력을 다시 한 번 입증하는 듯했다. 어떤 이는 순박한 농촌 청년 같은 느낌을 주는 류준열의 이미지 변신을 ‘청순’하다고 까지 표현하기도 했다.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비쥬얼이랄까.

“의상에 감독님이 정말 신경을 많이 써주셨어요. 비주얼 부분에 있어서 제 의견이 많이 안 들어가도 충분했어요. 그만큼 고민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요. 감독님은 비주얼 부분이 피부가 하얘야 한다던가, 넥타이의 종류, 설원에 왔을 때 조끼나 티셔츠 같이 확고한 생각이 있으셨거든요. 그래서 이 작품을 하면서 축구를 금지당할 정도였어요. 이 작품을 촬영할 때 ‘리틀 포레스트’를 촬영하고 있어서 거기만 가면 타서 왔거든요? 그 때 감독님이 매니저한테 전화해서 ‘사진 찍어 보내라. 얼마나 탔냐’고 하시기도 하고요. (웃음) 감독님이 속을 알 수 없는 부분을 중요시하셔서 ‘뱀파이어’같은걸 지향하신 것 같아요.”

류준열은 한국 영화계에서 없던 마스크를 가지고 혜성처럼 나타났다. 선과 악이 공존하고, 세련됨과 촌스러움이 공존하는 마스크 말이다. 류준열은 이에 대해 주변에서도 많은 말을 들었다고 한다. 물론 칭찬으로.

“제 얼굴을 스스로 평가한다기 보다는 주변에서 농담, 진담 반으로 얼굴이 김밥천국이라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배우로써 ‘메뉴가 많다’는 얘기겠죠? 해외여행 다니다 보면 일본가면 일본 사람 같다고 하고 중국 가면 중국사람 같다고 해요. 적응을 빨리하고 무던한 편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류준열이라는 배우에 관객들이 신뢰감을 갖는 이유는 단순했다. 허구의 캐릭터의 자신의 진실된 모습을 한 방을 더해 ‘진실된 캐릭터’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 지점에서 어쩌면 진정성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류준열은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기 시작할 때 자신과 비슷한 지점을 확장시키는 데서 포인트를 잡는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이번 ‘독전’ 촬영에서는 또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저는 시나리오를 보고 인물을 만났을 때 저와 가장 닮은 부분을 찾아서 꺼내고 확장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의 캐릭터들도 마찬가지였고요. 사람은 다양한 모습들을 가지고 있거든요. 락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재밌었던 게 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외로움을 잘 안타고 혼자 뭘 잘해요. 근데 이 영화를 하면서 유독 공허하고 외로운 마음이 많이 들더라고요. 원래 연기하면서 다른 배우들같이 몰입을 한다거나 역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편은 아니에요. 그런데 이 영화를 하면서는 감정적으로 락이랑 동화가 되고, 감정 표현이 좀 솔직해졌죠. 현장에서는 물론 재밌고 왁자지껄하게 돌아가서 새로운 재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쉴 새 없는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즐김’에 있었다. 류준열은 연기에 대해, 현장에 대해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소확행’을 자신의 직업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그 누구보다 큰 행운이지 않을까. 류준열은 그런 ‘행복한 연기’로 관객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전달 할 수 있는 충분한 배우였다.

“작품을 하면서 즐겁고 얻는 게 많아서 계속 (연기를) 하고 싶어요. 최근에 느꼈던 건 작품을 영화를 찍는 게 명예, 부 때문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지인들과 촬영 끝나고 밥 먹고 있는데 이들의 대화나 분위기가 너무 좋은 거예요. 별 얘기도 아닌데도 말이에요.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점에서 ‘이 맛에 영화하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어떤 선배님이 연기 끝나고 맥주 한 잔 하는 게 큰 행복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게 제가 느낀 감정과 동일한 맥락인 것 같아요. 저는 그래서 거창한 목표, 차기작에 대한 고민은 별로 없어요. 한 작품 한 작품 하다보면 계속 배우를 할건데 스트레스 받지 말자는 주의에요. 즐겁게 하자고 생각했죠. 그런 재미로 영화를 찍다보면 배우를 계속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최하은기자 rinon9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