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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스케치]‘죽여주는 여자’ 죽어가는 사회의 어두운 단면, 회의감에 대한 메시지

기사 등록 2016-09-2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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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죽여준다’. 어떤 부분에서 뛰어나다는 은어가 될 수도, 글자 그대로 죽음으로 이끄는 표현이 될 수도 있는 딜레마적 수식어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감독 이재용)에서는 이 모든 뜻을 실천하는 한 노인의 삶과 고뇌를 그린다. 영화는 가난한 노인을 상대하며 먹고 사는 죽여주게 잘 하는 여자 소영(윤여정 분)이 사는 게 힘들어 죽고 싶은 고객들을 진짜 죽여주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소영은 결국 노인들에게 만족스러운 삶과 죽음을 선사하게 될까.

26일 오후 4시 30분 서울 성동구 왕십리 CGV에서는 영화 ‘죽여주는 여자’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됐다. 이날 자리에는 이재용 감독, 배우 윤여정, 윤계상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날 ‘죽여주는 여자’를 연출한 이재용 감독은 영화 제목에 대해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쓰다가 윤여정과 통화를 할 때가 있었다. 줄거리를 설명하다 문득 떠오른 제목이다”라며 “가벼운 제목일까봐 걱정도 했지만, 두 가지 의미를 모두 내포하고 있다”며 중의적 의미를 강조했다.

영화 속 주 무대를 종로로 설정한 것에 대해서는 “노인들이 실제로도 많이 모이는 장소이기도 하고, 종로 3가 지하철역과 4가, 5가까지 번져가며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태원은 지금 외국인 노동자, 이주민, 혼혈 등 사회적으로 중심이 아닌 이들이 모여 사는 곳이자 많은 것들이 사라져가는 곳이기 때문에 그녀가 사는 곳을 그 곳으로 설정했다”고 덧붙였다.

또 이재용 감독은 “성매매 소재를 다루지만 결국 나이듬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나이를 들며 자괴감에 빠지는 노인들의 다양한 케이스가 그들의 자살률에 포함된다더라. 노인들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인물들을 만들었다. 만들기 전부터 사회적 파장이 있을 이야기를 감히 다뤄도 될 지 고민도 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노인문제, 그 밖에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가 수면 위로 올라왔으면 좋겠고, 100세 시대가 재앙인지 축복인지 고민해보고 싶었다”며 영화가 결국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하며 만든 과정을 밝혔다.

죽여주는 여자 소영 역을 맡은 윤여정은 “이재용 감독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시나리오를 처음 접하고 별 고민 없이 시작했다”며 감독과 남다른 인연과 믿음을 드러냈다. 이어 윤여정은 성매매 하는 노인 소영을 연기하며 “이전까지는 배우란 감정노동자라고 생각했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서는 극한직업이라고까지 느꼈다. 우울해지기도 하더라”고 쉽지 않은 과정에 임한 당시를 떠올렸다.

더불어 그는 "감독이 첫 중풍 환자를 죽일 때 고민을 많이 하더라"며 "소영은 성매매를 하고 입에 풀칠하고 살면서 이미 자신은 죽었다고 생각했을 거다. 살인이라 생각할 수 있는 죽음이지만 나는 극 중 인물이 굉장히 공감 가더라"고 까다로울 수 있는 감정 표현을 소화할 수 있던 이유를 언급했다.

옆방 청년 도훈으로 분한 윤계상은 연기할 때 중점을 둔 부분으로 “실제로 20살 때까지 할아버지와 같은 방을 쓰며 생활했다. 재작년에 할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져 돌아가셨다”며 “자연스레 그의 일상을 보며 나이가 들면 저렇게 되는 건가 생각하다가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굉장히 마음이 아프면서 어릴 때 친근했던 마음들이 되게 소중했구나를 느꼈다”고 실제 친할아버지와의 남다른 경험담을 들며 애틋함을 전했다.

또 윤계상은 “마무리가 어떻게 되든 혼자 있게 되는 시간을 이번 연기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 소영에게 내가 도훈 같은 존재였다는 것을 할아버지에게 표현하고 싶기도 했다.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한 생각을 도훈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실제 경험에 빗대 연기했음을 밝혔다.

노인문제, 성매매, 트렌스젠더, 장애 등 우리 사회가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 삶의 어두운 단면을 진지하면서도 담담하게 조명한 ‘죽여주는 여자’는 다소 자극적인 소재를 다뤘지만, 결국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를 꼬집고 있다.

50년 연기인생, 가장 파격적인 캐릭터 변신을 꾀한 윤여정은 소영을 통해 삶의 가치, 회의감을 동시에 문제로 제기했다. 이와 함께 삶의 끄트머리에서 한 시라도 속히 죽음에 빨려 들어가길 원하는 노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아득바득 삶을 움켜쥐어야 할 이유를 넌지시 던지기도 한다.

‘여배우들’(2009),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2013) 이후 이재용 감독과 배우 윤여정이 세 번째로 만난 ‘죽여주는 여자’는 오는 10월 6일 개봉 예정이다.

(사진='죽여주는 여자' 스틸컷)

한해선기자 churabb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