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하루' 포스터
[이슈데일리 안예임기자]더 이상 신선하지 않은 '타임 루프'라는 소재를 기반으로 한 영화 '하루'(감독 조선호)가 다소 독특한 서브플롯과 배우들의 흡입력 있는 연기 그리고 신인 감독의 패기 있는 연출로 소재가 지닌 '뻔하고 지루함'이란 난제를 극복하고 수작으로 평을 받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 왕십리 CGV에서 '하루' 언론시사회가 성황리에 열리며 베일을 벗은 가운데 관계자들 사이에서 소재의 난제를 극복한 '웰-메이드' 스릴러로 평을 받으며 90분 내내 시간을 잊게 한 배우들의 열연과 조선호 감독의 신인답지 않은 연출력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것.

'지옥 같은 하루가 끝임 없이 반복된다면?'이라는 잔인한 상상에서 출발한 '하루'는 '타임 루프'라는 익숙한 소재를 뫼비우스의 띠 같은 시간 속을 돌고 도는 인물이 한 명이 아니라 여럿이라는 독특한 서브플롯을 통해 '차별화' 시키며 영리한 전개로 긴장감을 유발하고 그 안에서 열연을 펼치는 배우들의 연기력을 돋보이게 한다.

▲ 사진='하루' 스틸컷
딸의 죽음을 눈앞에서 확인한 아빠 준영(김명민)과 아내의 죽음을 매일 지켜봐야 하는 민철(변요한)이 매일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것을 지켜봐야만 하는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벌이는 사투는 터질 것 같은 긴장감을 만들고 반복되는 하루 안에서 변화하는 두 남자의 감정선과 행동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무엇이 '선(善)'이고 무엇이 '악(惡)'인지 되묻게 만든다. 또한 김명민, 변요한, 유재명 등, 극을 이끄는 배우들의 처절하고 몰입도 높은 열연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스토리와 혼합되며 이야기의 집중도를 높이는 원천이 된다.

'연기본좌' 김명민과 충무로의 '차세대 주자' 변요한의 연기는 물이 오를 대로 올라 눈을 뗄 수가 없다. 김명민은 초반 딸의 죽음을 목격한 후의 통제 불능 상태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침착해지는 준영을 연기하며 감정의 완급을 빼어나게 조절하고 딸을 구하지 못한 뒤 자신의 뺨을 때리며 자책하는 진정성 있는 모습은 관객들의 마음에 구멍을 낸다. 변요한은 아내를 살리려는 처절한 감정을 완벽히 소화하며 에너지 넘치는 액션까지 펼쳐 생생함을 더하고 피를 뒤집어 쓴 채 살인자를 죽이기 위해 몸부림치는 장면은 왜 충무로에서 '변요한, 변요한'라는 지를 실감케 해준다.

▲ 사진='하루' 스틸컷
'응답하라 1988'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유재명은 드라마에서의 코믹한 이미지와는 달리 그간 연극 무대에서 보여줬던 무게감 있는 모습으로 '준영'의 딸을 죽인 범인이라 주장하는 의문의 남자 '강식'으로 분해 반복되는 하루 속, 비밀의 근원으로 활약하며 신 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아가씨'(감독 박찬욱)에서 어린 히데코로 남다른 연기력을 과시한 아역배우 조은형은 준영의 하나뿐인 딸 '은정' 역을 맡아 깊이 있는 감정선을 연기해 '준영'의 감정선에 애절함의 보태고 사고 당하는 장면에서는 와이어 액션도 불사하며 연기 투혼을 펼쳐 극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소년은 울지 않는다'와 '원스 어폰 어 타임'에서 조감독으로 경험을 쌓고 '홍길동의 후예'와 '더 웹툰: 예고살인'에서 조감독 역할 외에도 각색을 맡아 역량을 넓힌 조선호 감독의 패기 있는 연출력도 눈길을 끈다. 선을 악으로, 악을 선으로 포장하는 장치를 통해 관객의 시야를 통제함으로써 반전에 극적 효과를 주고 과감하고 역동적인 카메라 무빙과 적재적소에 배치한 음악을 통해 인물의 감정을 선명하게 반영해 관객이 감정을 따라가도록 유도한다.

▲ 사진='하루' 스틸컷
'하루'는 독특한 설정, 미스터리한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스릴러적인 면도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도 인물들의 죄책감을 비롯한 연민, 감동 등 복합적인 감정들이 보는 이들을 매료 시키며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력과 신인감독의 매끄러운 연출이 각자의 자리에서 충실한 몫을 해내며 융화돼 '웰-메이드'영화로 자리매김 할 전망이다.

한편 '하루'가 작품성을 일찌감치 인정받아 올해 10월 5일 개막하는 제50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도 당당히 초청된 가운데 초여름 극장가에 어떤 반향을 불러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6월 15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90분.

 

안예임기자 ahnyeim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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