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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찬얼의 영화읽기]‘가려진 시간’, 눈과 귀로 승화된 소통과 간극

기사 등록 2016-11-2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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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성급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2016년은 실망보다 ‘발견’의 해에 가깝다. 기대를 모았던 두 감독, 이경미 감독과 엄태화 감독은 각각 ‘비밀은 없다’와 ‘가려진 시간’으로 성공적인 첫 장편 영화를 선사했다.

아쉽게도 두 작품 모두 흥행에선 기대와는 달랐지만 영화적인 내실이 알찬 모습을 보여줬다. 그중 ‘가려진 시간’은 시간이란 흐름을 영상으로 그려내는 방식을 새롭게 풀어냈다.

제목처럼 ‘가려진 시간’은 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물리적인 시간과 정서적인 시간은 따로 흐른다. 다른 ‘타임슬립’이나 ‘타임루프’와는 달리 ‘가려진 시간’은 지금 이 순간 흐르는 타임라인과 멈춰진 성민(강동원/이효제)의 타임라인이 동시에 존재한다. 또한 그 두 타임라인 전체를 감싸는 영화 자체의 흐름까지, ‘가려진 시간’은 다층의 시간을 두르고 있는 셈이다.

엄태화 감독은 이 작품의 순수성을 위해 이야기를 복잡하게 꼬아놓지 않는다. 영화는 수린(신은수)과 성민의 만남부터 이들의 헤어짐, 그리고 성민이 다시 수린을 설득시켜 두 사람의 관계가 돈독해질 때까지를 차분하게 풀어낸다. 또 멈춰진 시간을 아름다운 영상미로 묘사할 수 있는 외딴 섬을 배경으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숲 속의 폐허를 등장시키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영화 내부에 흐르는 두 개의 타임라인은 큰 이질감 없이 통일감을 가졌다. 만일 ‘가려진 시간’이 숨 가쁘게 돌아가는 대도시를 배경으로 했다면, 시간이 멈추는 순간 찾아오는 고요함은 순수를 넘어 근원적인 공포를 자아냈을지도 모른다.

‘가려진 시간’은 이 통일성을 취하면서 양 타임라인의 차이를 위해 흐르는 시간 속에서 감각기관들을 부각시킨다. 눈, 귀, 손을 통해 은수와 성민이 주고받는 교감뿐만 아니라 시간의 흐름이 있어야만 가능한 ‘순간’을 묘사한다. 이는 소년, 소녀의 순수함을 지향하는 ‘가려진 시간’의 목표와 일맥상통하면서도 시간의 순행과 정지가 교차되는 두 시간대의 차이를 부여한다.

그리고 알다시피 배우 강동원의 ‘눈’은 그가 가진 최고의 무기 중 하나이다. 누구라도 ‘무장해제’ 시킬 수 있는 그 눈을 강조하는 건 성민이란 인물이 가진 순박함을 부각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성민이 견뎌왔을 시간의 무게를 담기에도 강동원의 눈이 좋은 ‘그릇’이기도 하다.

‘가려진 시간’은 그래서 시간에 대한 영화이자 감각을 짚는 영화이기도 하다. 카메라가 이들의 감각기관을 포착할 때, 관객들은 숨죽인 채 그들의 교류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가려진 시간’이 감정적인 여운이 강렬한 건 이 때문이 아닐까.

(사진=쇼박스 제공)

성찬얼기자 remember_s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