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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기획]'박열', 2017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박열만큼 치열했던가

기사 등록 2017-06-2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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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이슈데일리 김혜진기자]1920년대 독립을 위해 그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살았던 조선 최고의 불량 청년 '박열'이 영화로 재탄생됐다. 1920년대를 살았던 박열의 이야기가 2017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선사하는 이유는 시대를 막론하고 청춘이 가지고 있는 순수한 신념이 아닐까.

'박열'은 1923년 도쿄, 6천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이제훈)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최희서)의 실화를 다뤘다.

보통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은 대표적인 독립투사들의 사연을 조명했지만 이번에 이준익 감독은 초점을 달리해 오히려 알려지지 않은 인물 박열의 활동을 파헤쳤다.

‘박열’은 부당한 권력에 맞선 용기와 독립을 향한 뜨거운 열망, 일제 강점기와 맞물린 아나키즘에 대해 파격적으로 그리며 당시에 비해 수동적으로 살고 있는 현 시대에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는 박열이라는 인물의 등장만으로 이제껏 나왔던 시대극과는 다른 신선함을 보인다. 일제가 저지른 관동대학살을 무마하기 위한 희생양으로 지목된 박열은 오히려 자신이 황태자 폭탄 암살을 계획했다고 자백하며 스스로 대역죄인이 된다. 그는 일본인 예심 판사와의 심문 과정에서 마치 본인이 윗사람인양 반말을 하고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재판에 서지 않겠다고 큰소리치며 일본인들을 제 멋대로 굴린다.

재판장에서 그의 모습은 더욱 가관이다. 피고인 신분의 박열은 조선의 전통 예복을 입고 법정에 등장, 일본 제국주의를 비난하며 일제의 만행을 고하기까지 한다. 판사가 들어와도 불량스럽게 노려보며 패기있는 모습을 보이는 박열에게서는 두려움과 망설임 따위 엿볼 수 없다.

▲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불령사에서 박열과 함께 활동하는 가네코 후미코 역시 이례적인 캐릭터다. 일본인임에도 불구, 어릴 적 조선에서 식모살이를 하며 핍박받던 때의 경험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제국주의 반대를 외친다.

후미코는 박열이 쓴 '개새끼'라는 시를 보고 박열의 패기에 반해 그의 남루한 차림에도 불구, 두 눈을 반짝이며 "동거합시다"라는 과감한 말을 건네는가 하면 불령사 단원들과 함께하는 작전에서 폭탄 입수 지시를 밝히지 않은 박열에게 사상적 동지 의식을 잊었느냐며 대차게 그의 뺨을 때리기도 한다. 신념으로는 박열에 뒤지지 않는 후미코는 영화가 박열이라는 인물에만 집중해 이야기를 이어가는 게 아님을 보여준다.

특히 '오늘만 살아도 된다'는 신념으로 박열과 함께 투쟁하는 그는 같은 민족과 척을 지면서까지 뜻을 굽히지 않는, 남녀를 막론하고 현 시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능동적인 사람이다.

'박열'은 현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자신들이 살았던 세계와는 다른 미래를 선물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역사 속 인물들의 치열함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러닝타임 129분. 12세 이상 관람가.

김혜진기자 hyejinnkim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