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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선의 영화원정기] '베테랑' 명대사들, 사이다같아!…“징역, 나오는 맛에 들어가는 거 아닙니까”

기사 등록 2015-07-3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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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불쾌지수 높은 푹푹 찌는 여름 날씨 속에 ‘사이다’같은 청량감을 주는 영화가 찾아왔다. 바로 8월 5일 개봉을 앞둔 류승완 감독 작품의 ‘베테랑’이다.

‘베테랑’은 시원하고 유머 있는 액션 신으로 관객들의 체감 온도를 최소 1℃는 확실히 낮춰준다. 더불어 단순하지만 공감 가득한 주옥같은 대사들로 통쾌함을 선사하고 있다. ‘베테랑’의 친숙한 대사들은 우리사회에서 벌어질만한 사건을 다룬 이 영화의 전개 방식과도 일맥상통해 주요 대사들로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가 있다.

먼저 영화 도입부에 오팀장(오달수 분)은 부산항 부두에서 뛰어 도망가는 범죄자를 차량으로 앞질러가면서 “힘들지?”라는 말로 약을 올린다. 감독은 이 코믹함 넘치는 장면 속에서도 먹고 살기 힘든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연민을 표하고 있다.

이어 구치소에 수감된 체포된 범죄자는 서도철(황정민 분)에게 “징역은 나오는 맛에 들어가는 거 아닙니까”라고 거만 섞인 너스레를 떤다. 이 말은 범죄자들이 범법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기 이전에 그들을 쉽게 사회로 돌려보내는, 관대하디 관대한 현재의 법을 꼬집는 말일 것이다.

이후 서도철이 첫 만남부터 수상한 냄새를 풍기는 조태오(유아인 분)에게 “우리 죄 짓고 살지는 말자”는 날카롭고 직선적인 말로 신경전을 펼치며 카리스마를 한껏 내뿜는다. 이 때 그들의 날선 대립구도가 극 전개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베테랑’에 출연한 많은 연기파 배우들 중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유아인이다. 그는 그간 작품들에서 보인 순한 청년의 이미지에서 이번 안하무인 제벌 3세 조태오 역을 통해 완벽한 악역으로 탈바꿈했다. 유아인은 영화 중 트럭 운전수 노조원인 정웅인에게 “어이가 없네”라는 말을 하며 마구잡이로 폭력을 휘두른다. 그는 자신의 눈에 거슬리는 대상에 대해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을 제대로 소화하며 시도 때도 없이 급변하는 사이코의 표정으로 관객들에게 섬뜩함 마저 자아낸다.

그리고 황정민의 대사는 이 영화 전체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가 맡은 인물인 서도철은 다른 형사에게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말로 돈 앞에 굴복하지 않는 이상을 실천하는 형사를 보여주고 있다. 이 말을 하는 현대의 형사는 몇이나 될까?

또한 서도철의 부인이 서도철에게 “우리 쪽팔리게 살진 말자”라고 소리치며 그를 격려하는 장면은 이를 본 관객들에게 정의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만든다.

실제로 지난 21일 열린 언론 시사회에서 류승완 감독은 "평소 내가 갖는 분노나 상실감을 많은 사람들이 느꼈으면 했다. ‘베테랑’을 통해 조태오라는 인물을 만든 사회 시스템에 대해 그리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사이다 같이 쾌감 넘치는 액션과 대사를 통해 관객들에게 진짜 정의의 의미를 상기시키는 ‘베테랑’은 어찌 보면 원론적 이야기를 다뤘지만, 그 영향만큼은 부패에 무감각해진 지금 시대에 가장 되짚어 볼 수 있는 가치를 담은 영화라 할 수 있다.

한해선기자 churabb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