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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뷰]웃기는 장르영화가 보고싶어? 아재 판타지 '보안관'이 왔다

기사 등록 2017-04-2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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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범죄와의 전쟁', '신세계', '검사외전'을 만든 제작진과 이성민, 조진웅, 김성균의 코믹 연기가 만났다. 조합만 들어도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보안관', 실망시키지 않는 5월의 좌충우돌 오락영화가 탄생했다.

24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는 김형주 감독, 이성민, 조진웅, 김성균이 참석한 가운데 개봉을 앞둔 영화 ‘보안관’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보안관'은 군도:민란의 시대'의 조감독이었던 김형주 감독의 연출 데뷔작으로, 부산 기장을 무대로, 동네 보안관을 자처하는 오지랖 넓은 전직 형사가 서울에서 내려온 성공한 사업가를 홀로 마약사범으로 의심하며 벌어지는 로컬수사극이다.

최대호는 5년 전, 마약사범을 잡으려다 과잉수사로 해직되고 고향 기장으로 내려온다. 2016년의 최대호는 기장의 주민들의 안전과 고민을 해결해주는 자칭, 타칭 오지라퍼 '보안관'이다. 기장에서 최대호를 통하지 않으면 일이 안 될 정도로 주민들이 많은 의지를 한다. 어느날 비치타운을 분양하겠다고 내려온 구종진을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인연인 줄 알았지만 곧 악연이 되고 만다. 최대호는 자신을 좋아하던 기장의 민심이 종진에게 향하는 것을 확인하며 씁쓸해한다. 구종진은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는 최대호의 마음을 돌리려 하지만 만만치가 않다. 최대호의 동물적인 감각은 이번에도 맞을 수 있을까.

영화가 115분 동안 풀어나가는 큰 줄기다. '보안관'은 시골 아저씨들의 정겨움과 촌스러움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검사, 형사 등 공권력을 가진 엘리트 인물들이 퍼즐을 맞추듯 수사를 해나가는 것이 아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재가 부딪치고 깨지면서 집념 하나로 놓치지 않는다. 수트를 입고 선글라스를 끼고 멋지게 거리를 워킹하는 기존의 그림과는 달리, 배바지를 입고, 헐렁한 민소매를 입고, 목이 늘어난 셔츠를 입고, 주민들의 안전을 지키려는 '아재' 워킹이 상정싱과 동시에 웃음을 자아낸다.

도시가 아닌 기장에서 진행되는 '보안관'은 바닷가의 여유로움과 낭만이 녹아있다. 도시에서의 건물 숲이 아닌, 바닷가에 뻗은 해안도로, 인심 좋은 주민들이 로컬 수사극의 디테일을 살렸다.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 '검사외전'을 만든 월광과 사나이픽쳐스가 전작들과 전혀 다른 결의 영화를 들고나왔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사실 '범죄와의 전쟁'이 충무로에 장르영화의 포문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 김형주 감독과 제작사들은 배우들의 기존 이미지의 변주, 또는 확장으로 보는 재미를 더했다.

이성민은 '보안관'에서 뭉클하고 따뜻함, 진중한 이미지를 덜어냈다. 막무가내에 오지라퍼 최대호로 분한 이성민의 생활밀착형 연기가 '한 틈의 흐트러짐 없이' 코믹하다. 지금까지 연기 인생 중 가장 다이내믹한 연기를 해낸 이성민의 연기변신을 확인할 수 있다.

이성민이 이미지의 변주를 시도했다면 조진웅과 김성균은 기존 이미지를 확장시켰다. 조진웅은 '끝까지 간다'를 통해 섬뜩한 악역 연기를 선보인 바 있는데, 카메라가 꺼지면 항상 재치있는 입담으로 사랑 '아재파탈'의 아이콘 배우. 두 가지의 면을 모두 '보안관'에 담아냈다. 의뭉스러운 연기로 끝까지 정체를 보여주지 않는 조진웅의 연기가 관전 포인트.

김성균은 '응답하라 1994'에서 보여줬던 삼천포의 이미지를 다시 한 번 활용했다. 모두가 대호를 외면할 때 처남 덕만은 투덜대면서도 끝까지 그를 따른다. 허당기가 다분하지만 의리 하나만으로 대호와 찰떡케미를 뽐내는 김성균. 영화 속 웃음 포인트에 '균블리'가 확실히 한 몫했다.

이외에 김종수, 조우진, 임현성, 배정남이 기장의 청년회로 출연한다. 이들은 경상도 사투리를 원어민처럼 구사한다. 덩치는 크고 인상은 험악하지만 대호의 한 마디에 꼼짝 못하는 청년회. 이들이 영화 속 감초역할로 톡톡히 자리했다.

아무도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지만 홀로 마음을 지켜내려는 아재 히어로극 '보안관', 팔팔한 청춘이었지만 어느 덧 중년이 된 사내가 희미해져가는 남성성을 증명하려는 모습을 대입해볼 수 있다. 짠내나는 남자의 사연같지만 누구도 아닌 우리 주변의 인물(특히 아버지) 같기에 흘려 지나칠 수가 없다. 자로 잰 듯한 암흑의 장르 영화가 피로하다면 웃음 가득한 '아재 판타지' 장르물은 어떤가. 5월 기장의 시원한 여름 바다를 보면서 조금 이른 휴가의 기분을 낼 수 있는 건 옵션이다. 오는 5월 3일 개봉. 러닝타임 115분, 15세 관람가.

유지윤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