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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스케치]'올레' 신하균-박희순-오만석과 함께 떠나는 '힐링' 여행

기사 등록 2016-08-1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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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신하균-박희순-오만석 40대 아재들의 좌충우돌 힐링 여행기는 여름 극장가를 웃음으로 물들일 수 있을까.

17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점에서는 영화 '올레'(감독 채두병)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채두병 감독, 신하균, 박희순, 오만석이 참석했다.

'올레'는 희망퇴직 권고를 받은 대기업 과장 중필(신하균), 13년째 사법고시를 준비한 수탁(박희순), 마지막 방송을 앞둔 아나운서 은동(오만석)이 대학 선배 부친의 부고 소식을 듣고 제주도에 모이며 벌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채두병 감독의 첫 장편데뷔작이기도 하다.

채 감독은 "우리 때는 대학만 가면 다 해결 될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지금 세대들은 취직만을 바라보고 토익공부 열심히 하며 산다. 그런데 안정적인걸 따라가다보면 그것이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주변에서 희망 퇴직이나 좌절에 빠졌을 때 답을 못찾고 방황하는 모습들이 많이 보였다"며 "우리나라 자체가 삶의 질에 대해서 도외시하는 것 같다. 욕심을 줄이고 가치관을 다른 쪽으로 두면 그곳이 길이 되지 않을까 싶어 '올레'를 만들게 됐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신하균은 시사회 후,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를 떠올렸다. 그는 "옛 추억이 많이 생각났고, 서툰 사랑을 하던 제 모습도 많이 기억이 났다. 그리고 대본에 충실하게 연기했다"고 전했다.

박희순 역시 "저한테 좀처럼 오지 않는 대본이 와서 반가웠다. 이 대본을 보면서 어떤 캐릭터를 만들까 고민했는데 감독님을 만나보니 채 감독님처럼 하면 되겠다는 판단을 했다. 감독님이 S대 나오시고, 미국유학도 다녀오셨는데 하는 행동은 수탁과 다르지 않다. 롤모델을 감독님처럼 잡고 연기했다"고 연기변신에 포인트를 뒀던 점을 밝혔다.

'올레'는 박희순의 연기변신이 가장 돋보인다. 지금까지 묵직한 역할을 주로 맡아왔던 그는, 13년 째 고시공부를 하면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수탁이 돼 거침없이 망가졌다. 이같은 연기를 옆에서 봤던 동료 오만석은 "이 모습을 저는 20년전부터 알고 있었다. 수탁이란 역할은 이미 박희순이 해야 했던 역할인데 너무 늦게왔다. 싱크로율이 아주 잘맞았다. 평소에도 위트있고 재미있다. 친구같은 느낌이 들어서 수탁과 박희순이 딱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신하균, 박희순, 오만석의 절대 맞지 않을 것 같은 세 사람의 투박하지만 진심 어린 우정이 극을 끌고 간다. 삶에 찌들어있고 마음 편히 지낼 수 없는 서른 아홉이지만, 세 사람이 만나는 순간은 처음 만났던 20대가 돼 순수해진다. 서른 아홉의실제로도 신하균은 "콘셉트고 여행과 친구라 정말 편했다. 호흡은 너무 잘 맞았다"고 알렸다.

아울러 오만석은 "서른 아홉이 지난지 얼마 되지 않아 어려운게 없었다. 도드라지게 보이진 않았는데 중필, 수탁, 은동이 대학교 기타 동아리 출신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곡을 신하균 씨가 거의 마스터해서 기타연주를 하는장면이 있었는데, 노력이 비해 덜 보여졌다"고 동료 배우 신하균의 수고를 보태기도 했다.

유쾌한 영화 답게 세 배우 역시 유쾌하게 분위기를 이어갔다. 신하균은 극중 키스신과 노출에 대해 "따로 몸을 준비 하지 않았다. 원래 몸이다"라고 너스레를 떤 후 "키스신도 대본에 쓰여진대로 했다. 제가 변태같은 것이 아니라 감독님이 써주신대로 했을 뿐"이라고 해명 아닌 해명을 했다.

박희순은 신하균이 단답으로 말하거나, 자신에게 답변을 도와달라고 청할 때마다 "영화에서도 뒤치닥거리하는데, 여기서까지 한다. 아주 지긋지긋해 죽겠다"고 재치있는 농담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채두병 감독은 "신하균이 절벽을 올라가는 장면이 있는데, 너무 잘 뛰어서 SF 영화 같았다. 그래서 5~6번 정도 뛰면 지칠줄 알고 테이크를 갔는데 결국 열 한번의 테이크까지 갔다. 그래도 끄덕 없더라. 체력이 정말 좋다는 걸 느꼈다"고 영화 뒷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올레'란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제주도가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해안도로, 개성 강한 게스트 하우스, 올레길, 도깨비 도로 등 제주도의 명소들이 등장한다. 배우들 역시 공기 좋은 제주도에서 촬영을 진행하며 힐링했다고 털어놨다. 신하균은 "제주도에 오래 체류했던건 처음이다. 너무 아름답고, 공기가 좋았다. 술을 굉장히 많이 마셨다. 영화에 나오지만 막걸리를 매일 매일 마셨는데 다시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희순은 "제주도를 가게되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조용한 곳을 찾게된다. 우리 영화에 게스트 하우스라는 공간이 등장하는데, 거기에 남녀가 스스럼없이 친구가 되는 것들이 저는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이라 새롭고 부러웠다. 영화를 통해서나마 간접경험을 할 수 있어 굉장히 부러웠다"고 전했으며 오만석은 "한 달 이상 촬영하고 오니 여유가 있다면 제주도에 일년에 몇개월 씩은 내려가서 살아보고 싶다. 돈은 없는데 집은 알아보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곳이다. 어느 한 곳도 빼놓을 수 없을만큼 절경이었다"고 전했다.

배우들은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터널' 등 대작들과 함께 극장가에 걸리는 것과 관련 "요즘 흥행작들이 재난과 민족적인 전쟁들이 주를 이룬다.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는 영화, 힐링을 할 수 있는 영화가 드물었다. 8월 25일에 개봉인데 그 때까지 더울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극장에서 웃고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오만석은 "대작들이 많은 가운데 독특한 여름 소작이 아닌가 싶다. 물론 소는 '笑'를 뜻한다. 모두 대개봉이라고 말하지만 저희 '올레'는 그냥 개봉이라고 말하고 싶다. 소소하지만 의미있고 웃음이 있는 다른 종류의 영화로 인사를 드리겠다"고 말해 기대를 높였다.

채두병 감독은 "저는 시나리오를 쓸 때 관객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고 관객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영웅 이야기를 보고 극장에서 자신과 동일시하며 판타지에 빠지는 것도 좋다. 하지만 스크린이 큰 거울이고 그것에 비쳐진 우리 모습이 나쁘지만은 않다고 느끼게 해주고 싶다. 그게 제가 전하는 관전포인트"라고 다른 영화들과의 차별점을 설명했다.

폭염으로 찌는 여름, 영화 한 편으로 제주도로 휴가를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영화 '올레'. 그 휴가가 신하균, 박희순, 오만석이 만족감을 채워넣어줄 수 있을지, 또 대작들 사이에서 흥행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지윤기자 jiyoon225@ 사진 김혜진 기자 hyejinn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