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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기획]2016年 TV-스크린을 공략한 ‘워맨스’..‘아가씨’부터 ‘불야성’·‘여교사’까지

기사 등록 2016-12-27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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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2016년, 올해 콘텐츠 흐름에서 눈에 띄는 현상은 한층 거세진 여풍(女風)이었다. 이 가운데도 단순 여성 출연진의 증가만이 아닌 ‘女女케미’, 즉 ‘워맨스’가 돋보였다.

지난해 새롭게 생성된 ‘브로맨스’(bromance)가 핫키워드였다면, 올해는 그에 못지않게 활약한 워맨스(woman+romance, womance)가 보다 풍부한 재미로 관객들과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은 물론, 관객들의 다양성 추구까지 반영된 탓이다. 이는 올해 유독 다양한 장르가 스크린에서 사랑받은 것으로도 방증할 수 있다. 여기에 지난 5월 오프라인의 강남역 살인사건부터 온라인상에서 불거진 ‘메갈리아’ 관련 페미니즘 논란 확산으로 사회적 분위기가 ‘여성파워’에 쏠린 현상도 알게 모르게 작용한 부분이겠다.

올해 워맨스가 유독 두드러진 작품으로, 가장 먼저 유행을 선도한 작품은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다. 귀족 아가씨 히데코(김민희)와 그의 재산을 탐하는 하녀 숙희(김태리)가 그린 둘의 친밀하고 은밀한 일상생활이 계급 격차를 뛰어넘은 신선한 형태로 전달됐다. 특히 순박해 보이는 숙희가 검은 속내로 히데코를 대하는 모습은 줄곧 긴장감을 일으켰다. 영화는 이러한 관객들의 심리를 간파해 2장으로 넘어가며 예상치 못한 반전을 전개, 충격과 완벽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극 중 히데코와 혼약을 맺는 인물은 사기꾼 백작(하정우)이지만, 정신적 연결 끈은 숙희와 이어져 한층 매혹적인 흐름을 보였다.

스크린에서 분 워맨스 열풍은 안방극장까지 파고들었다. 지난여름 화제를 모은 tvN 드라마 ‘굿와이프’다. 전도연의 11년만의 안방극장 복귀만으로 시선이 쏠린 이 드라마는 주인공 김혜경(전도연)이 평범한 가정생활을 하다 변호사로 복귀한 후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법정 수사극으로 그렸다. 혜경이 잃었던 감을 되찾고 점차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드러내는 가운데 조사원 김단(나나)은 과감한 팔색조 매력과 프로페셔널함으로 혜경과 어우러진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두 캐릭터가 막상 함께 있을 때 케미가 형성된다는 점이 재미 포인트였다. 특히 원작에서 김단은 양성애자로 설정돼 혜경과의 만남에서 흥미를 이끌어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MBC 드라마 ‘불야성’은 한층 진한 워맨스를 보여준다. ‘돈’을 탐욕해 같은 욕망 아래 손을 맞잡은 서이경(이요원)과 이세진(유이)의 시작은 철저한 계약관계다. 최고 재력가가 되려는 이경은 빚에 허덕이는 세진에게 자신의 페르소나가 될 것을 제안하고, 세진은 곧 이경을 숭배한다. 그리고 세진은 이경의 차가우면서 뜨거운 매력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잠들지 않는 탐욕의 불빛들이 그 빛의 주인이 되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벌이는 환경에서 점차 ‘괴물’이 돼가는 이경은 세진의 반감을 사기 시작한다. 이제는 애착이 애증으로 변한 세진이 이경의 그늘에서 벗어나 박건우(진구)와 결탁, 과거 건우와 연인이었던 이경은 세진을 사이에 두고 삼각관계를 그리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다수 작품들이 그린 삼각관계가 ‘남-여-남’, 혹은 ‘여-남-여’였다면, ‘불야성’에서는 이를 비튼 ‘여-여-남’ 구도가 파격적이다.

11월 말 개봉한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감독 이언희)는 엄지원과 공효진의 의미심장한 표정의 포스터부터 본격적으로 ‘두 여자’의 사연을 담았다. 이혼 후 육아를 책임져 주는 보모 한매(공효진)가 지선(엄지원)에게는 더 없이 든든한 존재였지만,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딸 다은이를 데리고 종적을 감추면서 영화는 한매에 대한 반감으로 출발한다. 극 초반 드러난 정황상 관객 역시 한매를 의심하고 그의 수상한 행적을 지선과 함께 쫓는다. 파헤칠수록 더더욱 수상쩍은 한매의 행동에 비난의 손가락질을 하려던 순간, 밝혀지는 한매의 사연에 지선과 관객은 모두 눈물을 쏟게 된다. 특히 이전에 한매를 피의자로 몰고 가며 느꼈던 악감정이 모성애 하나로 곧 공감과 심지어 동정으로 절감하는 지선의 모습은 여성 관객들까지 그들의 워맨스에 동참하게끔 만든다. 이는 여성 감독 이언희의 섬세한 연출로 더욱 심금을 울린다.

오는 2017년 1월 4일에는 영화 ‘여교사’(감독 김태용)의 김하늘과 유인영이 ‘증오’로 똘똘 뭉친 아이러니한 워맨스를 펼칠 예정이다. ‘여교사’는 계약직 여교사 효주(김하늘)가 정교사 자리를 치고 들어온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과 자신이 눈 여겨 보던 남학생 재하(이원근)의 관계를 이용해 혜영의 것을 빼앗으려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파격 19금 여성 심리극으로 담았다. 학교 후배라며 살갑게 구는 혜영이지만, 피해의식에 사무친 듯한 효주의 모습은 스릴러 형태로 전개되며 이윽고 사회 부조리를 통렬하게 꼬집는다. 이는 여성들만의 날선 신경전과 파격적 치정이 섞여 흡입력 있게 다가온다. 세밀한 심리묘사가 기대되는 ‘여교사’는 개봉 전부터 2017년을 뒤흔들 문제작으로 떠오르고 있다.

‘브로맨스’가 그랬듯, ‘워맨스’에도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캐릭터의 이중성으로 반전을 노리는가 하면, 서로 다른 듯 동질의 케미를 내뿜기도 한다. 또 급기야 상대방의 모습으로 흡수되기도 하며 섹슈얼한 매력으로 승화되는 경우도 있다. 장르를 넘어 점차 다양해지는 캐릭터 진화에 대중은 반색할 일만 남았다.

(사진=‘아가씨’, ‘굿와이프’, ‘불야성’, ‘미씽: 사라진 여자’, ‘여교사’ 스틸)

한해선기자 churabb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