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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역모-반란의 시대’ 정해인, 천천히 젖어들기 시작한 배우

기사 등록 2017-11-2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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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스톰픽쳐스코리아
[이슈데일리 김윤기자] 새로운 얼굴이다. 드라마에서 잠깐 등장한 것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정해인. 그가 데뷔 1년 만에 ‘역모-반란의 시대’의 주연을 꿰찼다. 개봉까지는 2년 반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촬영 당시 아무도 모르는 신인 배우였던 정해인은 이제 실시간 검색어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데뷔 4년 차 신예 배우가 됐다.

영화 ‘역모-반란의 시대’는 역사 속에 기록되지 않은 하룻밤, 왕을 지키려는 자와 왕을 제거하려는 무사 집단의 극적인 대결을 그린 리얼 무협 액션. 영화 속에서 조선 최고의 검술 실력을 가졌으나 옥사 포졸 신세에 처한 김호로 분한 정해인과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엄청 새로웠어요. 힘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더라고요. 제 인생 통틀어서 가장 힘든 시기였거든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이 다치기도 했고. 그래서 뭔가 더 묘해요. 흥행이 되면 좋겠지만, 그걸 떠나서 제가 했던 작품 중에 제일 남다른 것 같아요.”

앞서 말했지만 ‘역모-반란의 시대’는 개봉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영화 촬영을 끝내고 정해인은 그동안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았다. 촬영 당시 보다 많이 성장했을 지금의 정해인이 볼 때 영화 속 자신의 모습에 아쉬운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엄청 많죠. 근데 그 아쉬움은 배우의 욕심인 것 같아요. 다시 한다고 해서 늘진 않거든요. 신인배우라는 타이틀은 똑같지만, 그 땐 오히려 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연기적으로는 아쉽지만 그 때 과감하게 시도하고 도전했던 부분을 보면서 다시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 사진제공=스톰픽쳐스코리아
정해인은 영화에서 무술의 고수로 등장한다. 그는 위험해 보이는 액션을 대역 없이 능숙하게 소화해낸다. 화려한 검술과 빠르게 휘두르는 방망이, 또 말을 타고 달리는 장면으로 관객들에게 보는 재미도 선사한다.

“2개월 동안 체력 훈련 준비를 했고, 액션 합 같은 건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졌어요. 그 자리에서 외워서 소화해야하는 게 힘들었어요. 검술이나 승마는 ‘삼총사’ 촬영 할 때 한 번 해봤었는데, 방망이는 처음이라 항상 달고 살았어요. 가장 어려웠던 일이었어요. 칼이랑 활을 다루는 것보다 더. 방망이를 들고 칼을 든 상대를 상대한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그만큼 무술의 고수이기 때문에 제 손처럼 사용하기 위해 항상 들고 다녔어요.”

정해인은 영화가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일을 그리기 때문에 촬영도 거의 밤에 이루어져서 밤낮이 바뀔 정도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홍선 감독은 공개된 메이킹 필름에서 정해인이 고생도 많았고, 액션이 많은 만큼 부상도 많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무릎이랑 팔꿈치, 발목이 찢어지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칼을 휘두르다가 손등을 베여서 꿰매야하는데 꿰맬 시간이 없어서 천을 두르고 응급처치만 촬영했던 기억도 나요. 아물 시간이 없어서 그게 힘들었어요. 그래서 영화를 보면 피 흘리는 장면에서 분장도 있지만 실제로 제 피도 있어요.”

정해인의 인생을 통틀어 가장 힘들었던 ‘역모-반란의 시대’ 촬영 기간. 위기라고 생각될 정도였지만 데뷔 1년 만에 영화의 주연을 맡은 건 확실히 기회라고 할 수도 있다.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찾아왔던 시간을 보낸 정해인의 현재 생각은 어떨까.

“위기일지언정 시간은 지나가고, 개봉을 해봐야 알겠지만 스스로한테는 그래도 잘 해냈다고 생각하고 싶어요. 두려움 반, 설렘 반이었는데 신인의 패기가 더 컸던 것 같아요. 기회가 왔다는 것만으로도 저한테는 큰 행운이라, 그 행운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더 열심히 고군분투 했던 것 같아요. 첫 주연이라 제가 짊어지고 가야할 연기적인 부담감과 책임감은 엄청났죠.”

▲ 사진제공=스톰픽쳐스코리아
정해인은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당신의 잠든 사이에’로 이름과 얼굴을 확실히 알렸다. 방송이 시작되기 전이나 끝난 후에 실시간 검색어에서 그의 이름을 보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닐 정도였다. 정해인은 자신의 인기에 대해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제가 잘나서가 아니라 잘된 작품에 나와서 화제가 된 거예요. 제가 잘나서라고 생각해본 적 한 번도 없어요. 드라마 덕이에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제 팬카페가 소수정예로 돌아가는데 회원수가 늘어나서 신기했어요. 정말 저를 진심으로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을 보면서 힘을 얻고 있죠.”

실시간 검색어에 정해인의 이름과 나란히 뜬 이름은 ‘정약용’이었다. 그는 정약용의 6대 직계 후손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부담스러울 것 같기도 한 그의 솔직한 심정이 궁금했다.

“되게 부담스러워요. 어떤 기분이냐면, 저를 자꾸 가두는 기분이 들어요. 말씀 드리기가 애매해요. 너무 감사한데, 참 복잡 미묘해요. 어떤 작품을 해도 앞에 수식어가 붙을까봐 그게 좀 두려운 거죠.”

동네 치킨집에서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는 순간이 소소한 행복의 순간이라고 말하는 그는, 이제 연기에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연기 하는 게 행복해서 뭐든지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는 정해인. 그가 발을 내딛을 앞으로의 연기 인생이 기대된다.

“시청자분들이나 관객 분들에게 자연스럽게 젖어들고 싶어요. 천천히. 저는 연기를 행복해서 하는 건데 저를 봐주시는 분들 또한 제 연기를 보고 행복하다고 느끼신다면 제 행복은 배가 돼요. 즐거움을 드리고 싶어요.”

김윤기자 kyun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