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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창용의 스포츠톡톡] 프로농구 승부조작 파문, 프로배구를 배워라

기사 등록 2015-05-2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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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여창용 기자] 프로농구 전창진 감독의 승부조작 의혹 논란에 겨울 대표 실내스포츠 프로농구와 프로배구의 상반된 대응이 눈길을 끈다.

지난 25일 서울중부경찰서는 전창진 감독을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에 억대의 돈을 건 혐의로 입건했다. 그는 자신이 지난 시즌 지휘했던 부산KT 경기에서 이같은 승부조작을 시도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KBL은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어제(25일) 매스컴을 통해 보도된 승부조작 수사와 관련하여 프로농구가 다시 한 번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돼 심려를 끼쳐 드린 것에 대해 농구팬들에게 깊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어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바 최종 수사 결과를 신중하고 겸허한 자세로 지켜볼 예정이며 만일 혐의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엄중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전창진 감독이 혐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때문에 그에게 징벌적인 태도를 취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프로농구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 감독이 이같은 일에 휘말린 것만으로도 프로농구의 위상은 급격하게 추락했다

프로농구의 이같은 파문에 프로배구는 26일 연맹 차원에서 각 구단 사무국장에게 연락을 취해 승부조작 사태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준 뒤 구단 차원의 적극적인 예방을 당부했다.

또한 오는 28일 열리는 워크숍에서도 승부조작 예방 강의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불법 스포츠 도박과 관련한 기존 시스템도 다시 한번 점검하기로 했다.

현재 프로배구는 공정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암행감찰체를 통해 현장에서 불법 스포츠 도박을 적극적으로 적발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프로배구는 2014-2015 시즌 도중에도 승부조작에 대한 경계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형기를 마치고 나온 승부조작 관련자가 모 구단 선수에게 접근해 협박을 일삼은 일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소속선수가 협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구단은 이를 즉시 연맹에 알렸고, 이후 검찰과 연맹이 공조체제를 통해 더 큰 사태로 확전되는 것을 막았다.

프로배구는 지난 2012년 승부조작 사건으로 리그 존폐의 위기를 맞았다. 당시 전현직 선수 16명이 기소된 뒤 관련자 모두가 영구 제명됐다. 연맹과 구단은 뼈를 깎는 정화작업을 통해 팬들의 신뢰를 얻었다.

반면 프로농구는 지난 2013년 강동희 전 원주 동부 감독의 승부조작 사건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던 것 같다. 당시 프로스포츠가 승부조작 파문으로 극심한 위기를 맞았음에도 프로농구는 남의 집 일 구경하듯 여겼다.

이번 전창진 감독의 승부조작 논란에서도 수사 결과에 따라 전 감독의 거취를 결정한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을 뿐 연맹 차원에서 승부조작을 예방하겠다는 각오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농구는 소수의 인원이 경기에 뛰는 종목의 특성상 선수의 기량 차이가 경기의 승패를 결정하며, 그만큼 감독의 용병술이 중요하다. 그만큼 감독이 경기에 영향력을 끼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연맹이 이같은 종목의 특성을 파악하고, 승부조작을 시도하려는 세력을 감지했다면 승부조작 파문의 충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연맹의 안일하고, 미적지근한 대응은 일을 키웠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현재 프로농구는 겨울 대표 실내스포츠 자리를 프로배구에게 내줬다는 것이 스포츠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990년대 농구대잔치 세대의 영광을 재현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여기에 승부조작 파문이 일었다. 한국 농구는 이미 강동희라는 대형 슈퍼스타를 불미스러운 일로 잃었다. 또한 명지도자로 평가받는 전창진의 명성에도 흠집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앞서 얘기했듯 프로배구는 승부조작 파문이라는 큰 위기에서 뼈를 깎는 자정 노력으로 팬들을 설득했다. 이처럼 프로농구가 이 위기를 넘기 위해서는 팬들 앞에서 진정성 있는 자정 노력으로 팬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진:프로농구연맹, 프로배구연맹, 부산KT]

여창용 기자 hblood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