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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안소희 "배우 겸업 아닌 전향, 책임감 있게 연기할 것"

기사 등록 2017-02-2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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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규 기자[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어머나'를 귀엽게 외치며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원더걸스 소희는, 이제 어엿한 배우 안소희로 성장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성장통을 묵묵히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니 어느덧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배우 이병헌, 공효진과 한 프레임에서 연기를 하게 됐다.

어떤 이들은 안소희를 향해 비판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하겠지만, 그와 눈 맞추고 그 어떤 배우보다 신중히 연기에 접근하는 태도를 본다면, 말 속 진심을 부정하진 못할 것이다. 아끼는 작품 '싱글 라이더'를 세상에 내놓게 된 안소희는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 세상에 전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싱글라이더'는 증권회사 지점장으로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던 한 가장이 부실 채권사건 이후 가족을 찾아 호주로 사라지면서 밝혀지는 충격적인 진실을 그렸다.

안소희는 '싱글라이더' 촬영 전 그 어느 때보다 긴장과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이병헌과 공효진에게 폐를 끼칠까봐 걱정했던 까마득한 후배 안소희는 본격적으로 촬영을 시작한 후에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이병헌, 공효진 선배님과 촬영하기 전에 긴장도, 걱정도 유독 했어요. 제가 괜히 한다고 해서 폐를 끼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고요. 그런데 막상 촬영장에서 함께 연기를 해보니 점점 저를 배려해주시는 걸 느꼈어요. 덕분에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이병헌은 인터뷰에서 안소희의 연기를 칭찬했다. 특히 '연기에 대한 열정과 욕심이 대단한 친구'라면서 치켜세웠다. 이병헌의 칭찬을 기사로 확인한 안소희는 몸둘 바를 몰라했다.

"칭찬한 기사를 보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문자를 보냈어요. 처음에 촬영장에서 선배님한테 물어보는 것 자체가 방해가 되지 않을까 주저하게 되더라고요. 용기를 가지고 물어봤는데 생각하지 않았던 것 이상으로 말씀해주셨어요."

안소희는 극중 2년 동안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서 지낸 지나 역을 맡았다. 지나는 사회가 만들어놓은 '안쓰러운 88세대' 청춘을 스크린에 옮겨놨다. 안소희도 지나의 상황이 마음이 쓰였다.

"다른 작품도 마찬가지지만 '싱글라이더'는 작품의 전체적인 시나리오가 너무 좋아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나란 캐릭터는 공감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불쌍하고 짠한 친구 같아서 마음이 절로 갔어요."

10대부터 화려한 시절을 보냈던 안소희. 누군가는 일찌감치 스포트라이트만을 받아오며 지낸 안소희가 어떻게 지나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겠냐고 말하지만, 그건 안소희의 단면만 바라봤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받아온 스포트라이트 덕분에 더 고독함을 느껴야 했다. 그리고 견뎌야했다. 고독과 안소희는 필연이었다.

"평범한 10대를 보낸 스물 한 살 친구잖아요. 또래 친구들하고 다른 10대 생활을 보냈으니 이해가 되냐 하겠지만 지나의 사연보다는 지나가 호주에서 2년 동안 혼자 있었던 시간이 제가 미국에서 보냈던 시간 같았어요. 그 부분에 많이 공감했어요 혼자 있으면서 지나가 느꼈을 외로움이 제게 크게 다가왔거든요."

원더걸스는 국내에서 승승장구 할 때, 돌연 미국행을 택했다. '노바디'가 공전의 히트를 치고 미국에서 상승세를 그렸지만 10대 소녀의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았다.

"저는 지나보다 상황이 나았죠. 멤버들도 있었고 도와주는 스태프 분들도 있고요. 하지만 쉽지 않았던 시간이었습니다. 가족과 떨어져서 일을 하러 타국으로 간 것이니까요. 외로움을 많이 느꼈던 시간이었네요. 저 뿐만 아니라 멤버들도 똑같았을거예요. 나중에 생각하니 그 시간 덕분에 멤버들끼리 돈독해질 수 있었죠."

안소희는 이병헌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해변가 신을 가장 신경썼다고. 지나가 재훈에게 "도와주세요"라고 외치는 장면은, 신인 안소희가 베테랑 이병헌에게 하는 외침과도 같았다. 관객들은 보이는 대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안소희에게는 그랬다.

"시나리오 읽을 때 재훈을 만나서 도움을 요청한 해변가 신, 전 그 장면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재훈과 지나가 제대로 처음 만나서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하면서 둘의 이야기가 시작되잖아요. 중요하고 잘해내야겠단 마음으로 임했어요. 촬영을 시작한지 이틀, 삼일 정도 됐을 때 찍어서 긴장을 많이 하고 헤맸던 것 같아요. 그 때 선배님이 '네가 진짜 나에게 도와달라고 진심으로 말해야 한다, 날 돌아볼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진심으로 말을 해야 관객들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선배님은 카메라에 나오지 않는데도 서서 연기 계속 해주셨어요."

안소희는 호주에서 가장 오랜 시간 함께한 공효진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사실 공효진은 후배들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는 선배는 아니라고 스스로 말한 바 있다. 안소희는 운이 좋았던 걸까. 특별했던 걸까. 공효진의 아낌없는 조언과 사랑을 듬뿍 받았다.

"영화상으로는 붙는 신이 없지만 호주에서 시간은 효진언니랑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이병헌 선배님 하루 밖에 쉬지 않고 촬영을 했어요. 그래서 자연스레 효진언니랑 같이 시간을 보내게 됐어요. 언니가 잘 챙겨주셨어요. 연기에 대해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고민도 같이 해주셨어요. '네 연기에 물음표가 있으면 안된다'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애매한 건 무조건 물어보고 물음표가 없어진 상태에서 연기를 해야 한다는 말이 와닿았어요."

안소희가 가수에서 배우로 전향을 한 것에 물음표를 던지는 이들도 많았다. 안소희가 배우를 하게 된 건 특별한 계기라고 할 건 없었다. 연기가 좋았고. 즐거웠을 뿐이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듯 배우로서 발을 내딛는 일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연기는 어려서부터 좋아했어요. 부모님이 제가 TV 보고 따라하고 그랬대요. 오디션 볼 때도 춤, 노래, 연기를 했었어요. 원더걸스 활동 중에 '뜨거운 것이 좋아'를 하게 됐는데 제가 현장에서 웃고 좋아하고 즐겁게 일하고 있더라고요. 그 때부터 제대로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죠."

"연기를 하면 다양한 직업을 경험할 수 있어서 재미있어요. 현실에선 쉽게 바꿀 수 없는 직업을 작품을 통해서는 가능하잖아요. 그래서 같은 캐릭터보다는 다양한 인물을 만나려고 하고 있어요."

배우 안소희로서 원더걸스는 숙제일까, 후광일까. 원더걸스가 있었기에 지금의 안소희가 있을 수 있는건 틀림없다. 겸업이 아닌 전향을 한 안소희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안소희를 성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대단한 발전과 목표가 있는건 아니다. 매번 차근차근 성장하고 싶을 뿐이다.

"조금 더 잘하고 싶고 책임감이 들죠. 잘해보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다양한 캐릭터로 인사드리고 싶어요."

유지윤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