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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기획]'보통사람', '내부자들'-'더 킹' 이어 '부조리함' 제대로 꼬집다

기사 등록 2017-03-2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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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영화 '보통사람' 스틸컷
[이슈데일리 박은비기자]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선고받은 지 어언 1주일이 지나가고 있다. '보통사람'이라 칭할 수 있는 국민들이 모두 힘을 합치니 헌정 사상 최초로 이 같은 결과가 나온 셈이다. 이 시점에서 영화 '보통사람(감독 김봉한)'이 현 세태를 다시 한 번 따끔하게 꼬집는다.

'보통사람'에 앞서 우리나라 영화계에서는 현 시국과 맞아떨어지는, 부조리한 모습을 비판하는 영화들이 대거 등장했다. 지난 2015년 개봉한 '내부자들(감독 우민호)'과 올해 1월 개봉한 '더 킹(감독 한재림)'이 대표적인 예다.

▲ 사진=영화 '내부자들' 스틸컷
'내부자들'은 지금껏 스크린을 통해 보기 힘들었던 정치권력과 재벌, 언론들의 얽히고 설킨 권력층들의 유착관계를 날 것으로 드러내 관객들에게 새로운 충격을 안겼다. 직설적인 전개와 적나라한 화면 구성은 몰입도를 극적으로 높였으며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로 재구성되었기에 보는 이들에게 답답함과 통쾌함을 동시에 안겼다.

▲ 사진=영화 '내부자들' 스틸컷
특히 '내부자들' 속 조국일보 논설주간 이강식(백윤식 분)이 "대중은 어차피 개·돼지"라고 말하는 장면은 영화의 대표적인 명장면으로 대한민국의 고위직 인사들이 대중을 평소 어떻게 인식하는지 잘 드러났다. 상위 1%들의 어두운 단면, 부와 명예를 위해 사람의 목숨을 '따위'로 여기며, 사건을 조작하는 등의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사회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줬다.

후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세상 밖으로 터졌다. 국민들은 분노했고 가히 충격적으로 여겨졌던 '내부자들'은 "미화해서 만들어진 정도"라는 평까지 듣게됐다. 대중들은 광화문으로 나와 촛불을 들며 '박근혜 하야'를 외쳤고 분노가 극에 달았을 때 쯤 '더 킹'이 스크린에 등장했다.

'더 킹'은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나게 살고 싶었던 태수(조인성 분)가 대한민국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정우성 분)을 만나 세상의 왕으로 올라서기 위해 펼치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소위 '왕'이 되고 싶은 젊은 정치검사 박태수의 시점으로 권력자들의 타락, 검찰의 부조리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 사진=영화 '더 킹' 스틸컷
'내부자들'에 '별장 성접대'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면 '더 킹'에서는 한강식의 '굿 장면'이 킬링파트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밝혀지기 훨씬 전에 촬영된 이 장면은 극중 한강식이 정권이 바뀔 때 쯤 어느 라인에 설 것인가를 판단하기 위해 무당을 찾아가 굿판을 벌였고 이는 보는 이들에게 '큰 공감'을 안겼다.

▲ 사진=영화 '더 킹' 스틸컷
또 권력층들의 호화롭기 그지없는 펜트하우스 파티 속 한강식은 권력의 부조리를 불편하게 여기는 박태수에게 "우리 자존심이나 정의, 촌스럽게 그딴 것 좀 버리자, 애니? 역사적으로 흘러가듯 가! 그냥 권력 옆에 있어, 자존심 버려!"라고 소리치는 장면은 정의를 실현하지 못하는 정치검사들과 검찰을 제대로 비판하고 있다. 이는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들이 영화 속 인물들과 상당 수 일치하고 있어 관객들로 하여금 씁쓸한 미소를 연신 머금케했다.

'더 킹'과 '내부자들'이 권력층의 부조리에 대해 '사이다'를 선사했다면 오는 23일 개봉하는 '보통사람'은 우리가 겪었던 역사적 현장의 뭉클한 감동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보게 한다.

▲ 사진=영화 '보통사람' 스틸컷
'보통사람'은 1987년 어수선한 정국의 눈돌림을 위해 연쇄살인사건을 조작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 강성진(손현주 분)은 다리가 아픈 아들과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안기부 최규남(장혁 분)이 꾸미는 연쇄살인사건 조작에 개입하게되고 이를 막으려는 친구 기자 추재진(김상호 분)을 죽음까지 이르게 한다. 돈에 눈이 멀었던 강성진은 이에 뒤늦은 후회를 하게되지만 한 번 발을 들인 권력의 힘은 그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압박한다.

▲ 사진=영화 '보통사람' 스틸컷
그때 당시 실제 인물인 MBC 이상호 기자를 모티브로 한 추재진의 억울한 죽음과 전두환 대통령의 직선제 개헌 등의 국민 요구 묵살, 개헌을 금하는 모습은 국민들의 분통을 터뜨리게했다. 이에 국민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고 모두 한 마음으로 거리에 나와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국민들의 진심이 통했다. 해당 장면은 보는 이들에게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광화문 촛불집회가 오버랩되며 눈시울을 뜨겁게 붉힌다.

1987년대의 '보통사람'이 있기에 2017년의 '보통사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또 지금의 '보통사람'이 있기에 앞으로의 '보통사람'은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다. 30년 전의 그때나 현재의 우리, 미래의 우리는 언제나 해낼 수 있다.

박은비기자 smarte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