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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마녀’ 최우식 “저를 PR할 수 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기사 등록 2018-06-2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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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슈데일리 최하은기자] 배우에게 이미지 변신은 평생의 숙제다. 대중들이 원하는 배우의 이미지가 분명 존재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시기적인 문제일 뿐, 한 우물에만 머물라는 의미는 아니다. 배우 최우식은 대중들에게 보다 배우로써 다양한 ‘메뉴’를 보여주기 위해 영화 ‘마녀’로 돌아왔다.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웨스트 19에서는 배우 최우식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마녀’는 모든 기억을 잃고 살아온 고등학생 자윤(김다미 분)이 의문의 사고가 발생한 상황 속에서 한 인물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액션을 담은 작품이다.

서글서글한 인상, ‘국민 귀요미’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러웠던 그는 ‘마녀’에서 냉철하고 상처 많은 귀공자 역을 맡아 새로운 발걸음을 뗐다. 보통 배우들이 이미지 변신을 하면 대중들은 두 가지 반응으로 극명하게 갈린다. ‘왜 이미지 변신을 한거지? 원래 하던거 하지’와 ‘저런 모습도 있었네. 또 다른 모습도 궁금하다’다. 그렇기에 대중들에게 익숙한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배우들에게는 무척이나 긴장되는 일이다.

“언론시사회에서 처음에 봤는데 긴장 많이 하고 봤어요. 처음으로 하는 액션이었고 귀공자 같은 캐릭터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등장 장면에서는 조마조마 했거든요. 대중들에게 이런 이미지를 안 보여드리다가 갑자기 변하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디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였죠.”

귀공자는 세상 물정 모르고 자랐을 것 같은 이름과는 달리 상처가 많고, 세상을 삐뚤게 보는 안타까운 인물이다. 그는 어린 시절 시설에서 의문의 사고를 당하고 기억을 잃은 자윤 앞에 나타나 “그새 이름이 생겼네?”라고 강렬하게 등장한다. 최우식은 귀공자라는 캐릭터를 감독만의 캐릭터가 아닌 자신의 캐릭터로 다시 한 번 재탄생 시켰다고 한다.

“이름 자체가 귀공자여서 제가 이 역할을 소화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감이 컸어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텍스트로 돼 있으면 대사가 평소보다 세게 와요. ‘그새 이름이 생겼네, 마녀아가씨?’이런 대사가 저한테 어울릴까 싶었죠. 그런데 감독님께서는 제가 소화할 캐릭터의 신선함을 보셨던 것 같아요. 연기를 하다 보니 차갑고 내성적인 단편적인 모습만 보여서 제가 가진 강점을 더해서 보여드리려고 했죠. 어떻게 보면 원래 캐릭터가 추구 했던 것 과는 달리 다른 길로 갔는데 그 길로 갔었기 때문에 부담감이 덜했다고 생각해요. 너무 폼 잡으면 부담스럽잖아요.”

원래 귀공자의 캐릭터는 최우식이 연기한 것 보다 훨씬 차갑고 냉철하다. 감정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소리다. 하지만 최우식은 귀공자를 단편적인 부분에서 입체적으로 변형시켰다. 긴장되는 상황에서 손톱을 물어뜯기도 하고, 자윤과 싸울 때 얼굴을 찌푸리기도 하고, 간담이 서늘해지는 말을 할 때도 입가에 개구진 미소를 띤다. 감독의 의도와는 다소 상이했지만 박훈정 감독은 흔쾌히 최우식의 연기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고.

“상의 없이 캐릭터를 변형시켰던 것은 아니고 한번 보여드렸더니 감독님께서 “괜찮은데?”하셨어요. 사실 응원을 굉장히 많이 해주셨어요. 감독님의 첫 이미지가 굉장히 냉정할 것 같고 다가가기 힘든 스타일이실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칭찬도 많이 해주시고 대화도 잘 통했죠. 이미 캐릭터를 다른 길로 가기로 선택했기 때문에 원래의 캐릭터와 균형을 맞춰야 하잖아요. 그 러기 위해서는 감독님과 배우와의 소통이 잘 돼야 하는데 감독님께서 너무나도 균형을 잘 맞춰주셨어요.”

최우식은 이번 영화를 통해 강렬한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박훈정 감독은 액션을 서사를 돕는 도구라고 생각했지만 그 서사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액션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했다. 최우식은 이번 영화 속 액션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저는 액션장면이 너무 좋고 재미있더라고요. 안 해보던 것을 해서 그런가 봐요. 제가 주로 했던 건 감정적인 연기였는데 이번에는 몸을 쓰면서 감정을 넣는 것 자체가 새로운 일을 해보는 것 같았어요. 영화 들어가기 전에 3개월 동안 4~5시간 연습했죠. ‘0’에서부터 시작을 했거든요. 전 작품에서는 도망가고 물리는 역할만 하다가 누군가를 죽여야 하다 보니 부담감이 커서 노력을 많이 했어요. (웃음) 결과물을 보니까 스스로 토닥토닥 해주고 싶어요. 무술 감독님이 액션 장르까지도 섬세하게 연구를 하셨어요. 잘 생각해보면 액션이 ‘황비홍’ 장르에요. 절대 질 수 없는 1인자가 존재하고, 저는 2인자고요. 제가 넘을 수 없는 산이었죠. 바로 자윤이에요. 복도에서 자윤이랑 싸울 때만 얼굴을 찡그리고 액션을 하는데 그런 것도 다 의도된 거였죠.”

SNS상에서 크게 화제가 됐었던 최우식의 ‘삐약삐약 춤’. ‘국민 귀요미’ ‘국민 연하남’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됐다. 감사한 일이지만 이런 이미지를 계속 추구하다가는 연기의 폭이 제한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었다. 서글서글하고 귀여움이 묻어나는 마스크 때문에도 더욱 그러했다.

“처음에 대본이 들어오면 주로 개구쟁이나 시끄럽고 유쾌한 캐릭터들이었어요. 데뷔를 하고 ‘거인’이라는 작품 전까지는 그런 캐릭터 밖에 없었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남들보다 더 경험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어요. 저에게 선배님이나 주변 분들이 물어보는 것 중 하나가 ‘너 너무 그쪽 이미지로 굳혀지는 거 아니냐’는 질문이에요. 너무 장르불문 없이 연기하는 것 아니냐고요. 그런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지만 이미지 변신은 제가 앞으로도 노력해야 할 일인 것 같아요.”

유쾌한 캐릭터를 도맡던 최우식은 ‘거인’을 통해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악한 모습을 보여주며 연기의 폭을 넓히고, 이를 통해 다양한 작품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저는 앞으로 보여줄 이미지도 너무 많고, 해야 할 게 많은 것 같아요. 사실 ‘거인’도 구자윤처럼 악한 아이 중에 하나예요. 저한테는 엄청 큰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배우로써 변환점이 됐죠. 그 작품 때문에 제가 ‘마녀’를 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부산행’과 ‘옥자’에 출연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 영화 때문이었죠.”

‘마녀’를 통해 대중들에게 또 다른 이미지를 증명해냈다면, 이제 최우식이 걸어야 할 행보는 무엇일까. 최우식은 일단 ‘인간 최우식’을 먼저 찾고 싶다고 밝혔다. 데뷔 이후 쉼 없이 달려야 할 그에 대한 보상이자, 당연히 있어야 할 시간이었다.

“사실 지금 어떤 장르나 캐릭터를 찾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너무 열심히 일만 했다는 생각이 있어요. 차기작에 대한 고민과 걱정 때문에 지금까지 뒤도 안돌아보고 앞만 보고 달렸어요. 이번에는 무슨 역할이 들어오던 간에 제 스스로 연구도 많이 해보고, 이미지나 역할을 떠나 ‘연기의 질’을 연구해보고 싶어요. 제가 겪고 있는 과정이 저한테 정말 큰 변화를 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이미지 변신을 맹목적으로 쫓다 보면 본질적 목표를 잃어버릴 수 있다. 최우식은 배우로써 대중들에게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려 하면서도, 연기의 질에 대한 균형을 잃지 않으려 하는 듯 하다. “저를 PR할 수 있는 좋은 영화”라는 최우식의 말처럼 ‘마녀’는 다시 한 번 그의 다양한 ‘연기 메뉴’를 증명하는 한 계단이 될 것이다. 또 그 이후에는 한 층 더 성장한 최우식의 질 높은 연기를 맛 볼 수 있지 않을까.

‘마녀’는 오는 27일 전국 극장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최하은기자 rinon9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