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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환의 영화 초이스]‘대립군’, 휴머니즘 그리고 리더

기사 등록 2017-05-2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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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20세기폭스코리아
[이슈데일리 소준환기자]휴머니즘은 인간과 삶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한다.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아야하는가’라는 본질적 질문과 함께 새로운 인생도 꿈꿀 수 있기 때문이다. 425년전 위정자들의 파렴치한 도피 속 나라의 운명을 짊어진 어린 광해(여진구)의 성장과 참혹한 위기에도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대립군 토우(이정재)의 생존을 그린 작품이 있다. ‘대립군’(감독 정윤철)의 이야기다. 이 영화는 리더와 휴머니즘을 속속들이 은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짚어봤다.

▲ 정윤철 감독의 휴머니즘

‘대립군’의 메가폰을 잡은 정윤철 감독은 지난 2005년 ‘말아톤’으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거머쥔 바 있다. 이 영화는 400만 관객을 모은 것은 물론, 국내 유수 영화제에서 다양한 부문을 수상하며 그 저력을 입증했다.

‘말아톤’의 이같은 성취에는 작품이 지닌 휴머니즘을 빼놓을 수 없다. 극중 5살 지능의 20살 청년의 마라톤을 향한 꿈과 열정 그리고 집념은 보는 이들에게 의미있는 질문을 던지면서 폭넓은 감동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 감독은 휴머니즘을 풀어내는 것에 큰 강점이 있다. ‘대립군’에서는 ‘백성’과 ‘왕’이라는 인물상을 통해 어떤 선택과 노력이 사람다운 삶을 만들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정 감독에겐 ‘불가능한 꿈을 이뤄내는 힘은 놀라운 의지와 집념’이라는 생각이 있는 것 아닐까. ‘말아톤’의 청년, ‘대립군’의 백성들 모두 치열한 삶의 극복 속 휴머니즘이 있다.

극중 대립군은 남의 군역을 대신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비천한 신분이다. 그러나 이들이 개인의 안위 보다는 국가를 위해 비장한 결단을 내릴 때 외려 그 감동은 한층 숭고하게 다가온다. 대립군의 헌신이 결국 왕과 나라를 구할 수 있다면 이들의 선택은 가슴 뜨거운 희망과 숭고한 메시지를 전할 수밖에 없다. ‘누가 진정한 국가의 주인인가’라는 목소리와 함께.

▲ 진정한 리더에 대하여

‘애민정신’이란 말이 있다. 이는 백성을 아끼고 사랑하는 왕의 마음을 의미한다. ‘대립군’에서 나약한 왕 광해는 이름 없는 대립군과 험난한 여정을 경험하면서, 비로소 백성을 사랑하는 왕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겪는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직접 체험한 이유에서다.

‘대립군’은 시대를 뛰어넘어 진정한 지도자가 되기 위한 길이 무엇인지에 대해 역설한다. 이해심이 많은 지도자가 최고일 것이라는 편견도 꼬집는다. 이같은 이유는 본질적으로 ‘이해’와 ‘공감’은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많은 지도자들과 왕들은 국민과 백성을 이해해왔다. 그러나 진심으로 국민과 백성에게 공감한 리더는 드물었다. ‘이해’가 머리로 아는 것이라면 ‘공감’은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리더는 이들의, 이들에 의해, 이들을 위해 누구보다 아파하고, 또 기뻐하며, 스스로의 일처럼 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작품 속 광해는 대립군의 비루한 현실을 여실히 경험하는 시간을 통해 이들과 진한 공감대를 형성해갔다. 이로써 가슴으로 얻은 배움은 평생의 척도가 됐다. 진정한 리더란 무엇일까. 이 영화는 진심과 공감에 그 해답이 있다고 말한다.

많은 영화팬들은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와 ‘사도’(2015) 이후 탄탄한 정통사극을 기다려왔다. 이런 가운데 시기적절하게 ‘대립군’이 도착했다. 보통 영화팬들은 사극을 좋아하는 이유 중 그 시대를 통해 현재를 읽을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또 고증을 통한 웅장한 볼거리를 얘기한다. 여기에 먹먹한 감동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대립군’은 이 3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다. 이 작품이 올 상반기 극장가에 어떤 놀라운 반향을 일으킬지 기대감이 모아지는 이유다. 31일 개봉.

소준환기자 akasoz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