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데일리

[이슈인터뷰] ‘조선명탐정’ 김지원, 윤명주→최애라→월영 ‘끝없는 인생캐릭터 경신’

기사 등록 2018-02-05 14:25

Copyright ⓒ Issuedaily. 즐겁고 신나고 유익한 뉴스, 이슈데일리(www.issuedail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

▲ 사진=쇼박스 제공
[이슈데일리 최하은기자] “의사로써 진단이고 군인으로써 명령입니다. 서대영 상사, 나가십시오” 2016년 대한민국을 가장 뜨겁게 달군 ‘태양의 후예’의 윤명주 역. “난 예쁜 척 하는 게 아니라 예쁘게 태어난 건데…”라며 감히 부정 못할 명언을 남긴 ‘쌈 마이웨이’의 최애라 역. 브라운관에 ‘떴다’ 하면 화제를 몰고 다니는 배우 김지원이 2018년 상반기, 영화 ‘조선 명탐정’으로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기자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김지원을 만나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조선 명탐정: 흡혈 괴마의 비밀’(이하 ‘조선 명탐정)은 명탐정 김민(김명민 분)과 파트너 서필(오달수 분), 의문의 여인 월영(김지원 분)이 기이한 불에 사람들이 타 죽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쫓으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조선명탐정’은 시리즈물로 제작돼 2018년 세 번째 개봉을 맞았다. 대부분의 정형화된 한국형 코미디극을 벗어나 색다르고 참신한 웃음 포인트와 스토리로 한국 극장가에서 소위 ‘마니아 층’을 형성해왔다. ‘PD 출신’ 김석윤 감독다운 행보였다. 그런 김석윤 감독의 든든한 총애를 받으며 유일한 홍일점으로 캐스팅된 김지원.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주변 지인들이 영화를 보시고 스텝들과 감독님의 ‘애정이 담긴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저도 영화를 언론 시사회 때 함께 출연한 배우들과 처음 봤는데 ‘정말 신경을 많이 써주셨구나’ 싶어 너무 감사했죠. 저는 ‘쌈 마이웨이’ 촬영 후반 때 쯤 대본을 받아 읽었는데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저는 1편과 2편도 모두 재밌게 봐서 더 시나리오에 애착이 갔는지 받자마자 한 번에 다 읽고 출연을 결정할 수 있었죠. 결과물은 정말 만족스럽고 감사해요.”

김지원은 영화 속에서 기억을 잃은 괴력의 여인 월영으로 분했다. ‘조선 명탐정’ 언론 시사회에서 김석윤 감독은 “월영역은 굉장히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요구했어요”라고 말한 바 있다. 월영은 감정선이 굉장히 섬세할 뿐 아니라 캐릭터 자체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20대 청춘인 그가 ‘모성애’를 표현해야 하는 장면은 꽤 어려운 작업이었을 터.

“제 친구들 중 결혼한 친구들도 꽤 있어요. 근데 아무리 자식이라지만 일단 좀비한테 물리면 제가 아프잖아요. (아이를 필사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본능적으로 된다는 게 참 놀라운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엄마는 강하다’라는 말이 생각이 가장 많이 났어요. 내 몸에서 나오면 확실히 희생을 감수할 수 있을 것 같긴 해요. 그래서 결혼이 힘들다고 말씀을 해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나중에 저도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죠.”

김지원은 이번 영화를 통해 대선배인 김명민, 오달수와 함께한 것에 대해 “행운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들은 후배 김지원에게 ‘선배’로서 조언을 하며 다가가기 보다는 ‘동료’로서 함께 호흡을 맞춰가며 직접 모범이 됐다고.

“언론 시사회가 끝나고 김명민, 오달수 선배님이 ‘울었어, 안 울었어?’라고 물어보시면서 (스텝이랑 배우들 중에) 운 사람들은 갱년기라고 농담을 하셨어요. 근데 선배님들은 모두 눈물이 맺히신 것 같았어요. 저는 제가 연기를 하며 감정을 다 쏟아서 그런지 눈물이 나오진 않더라고요. (웃음) 오달수 선배님은 편안한 매력이 있으신 것 같아요. 어떤 연기를 해도 다 받아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고 자연스러운 연기, 힘을 빼는 연기를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또 김명민 선배님이 맡으신 김민이라는 캐릭터는 허당끼가 있지만 완벽해 보여야 하는 캐릭터예요. 그래서 소화해야 하는 대사량이 굉장히 많은데도 까먹으신다거나 엉키는 걸 본적이 없어요. 그렇게 완벽하게 하시고서는 ‘그냥 하는 거지’ 하시는 게 신기해요. 그렇게 말씀은 하시지만 그 장면을 찍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셨을 까 싶었어요. 그런 여유로움은 철저한 준비와 노력에서 나오는 거겠죠.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좋은 선배님들과 촬영할 수 있는 기회가 언제 있겠어요. 기회라는 게 한번 놓치면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까요. 저한테는 많이 배울 수 있는 현장이었어요.“

▲ 사진=쇼박스 제공
흔히 배우들이 ‘스크린의 맛’을 한 번 보면 빠져 나올 수 없다는 속설이 있다. ‘로맨틱 헤븐’ ‘무서운 이야기’ ‘좋은 날’로 이미 영화계에 발을 들인 그. 하지만 한국 극장가에서 ‘못해도 중박은 친다’는 ‘조선명탐정’ 시리즈에 참여하며 경험한 ‘스크린의 맛’은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

“드라마는 영화에 비해 호흡이 굉장히 빨라요. 그래서 (영화 촬영 전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김석윤 감독님이 더 빠르세요. (웃음) 그래서 현장의 빠르기에 적응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죠. 저만 잘하면 되겠다 싶어서 최대한 집중하려고 노력했어요. (드라마를 촬영할 때는) 하루에 20신씩 소화를 하다가 영화 촬영장에서는 3~4신 밖에 안 찍잖아요. 그런데 영화는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그 감정이 세 달 정도 이어지더라고요. 그런 감정 조절하는 부분을 좀 더 능숙하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애교’하면 김지원이다. 큰 눈망울, 적당한 콧소리가 섞인 목소리, 사랑스러운 표정까지 국내 여배우중 가장 애교에 최적화된 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하지만 인터뷰에서 만난 그는 훨씬 성숙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보시다시피 저는 원래 애교 있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쌈 마이웨이’에서 남자사람친구였던 동만이(박서준 분)를 약올리기 위해 애교를 부린 장면은 귀여워 보이려고 한 것 보다는 조금 코믹적인 요소가 들어있어서 재미있게 봐주신 것 같아요. 과거 남자친구한테도 그렇게 애교를 부린 적이 없어요. 저는 지극히 평범한 성격입니다. 그렇지만 아주 가끔 기분 좋을 때는 애교가 나오기도 하고 그래요”

김지원은 ‘태양의 후예’ 윤명주 역으로 본격적인 연기행보에 발을 들였다. 물론 이는 ‘TV속 김지원’만을 생각하는 대중들의 생각이자 입장. 하지만 김지원은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단편적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며 자신만의 연기철학으로 신중한 작품선택을 이어왔다. 그는 결과가 아닌 ‘과정’을 중시했다.

“태양의 후예가 너무 감사한 작품이기도 하고, 그 때를 기점으로 상승했다고 많이 평가해주신다. 하지만 제 스스로가 느끼기에는 단지 하나의 밟아가는 과제였다고 생각한다. (그런 평가에 휘둘리기 보다는) 제 페이스대로 하나씩 잘 해내가고 있는 것 같다. 또 한편으로는 ‘내가 지금 잘하고 있나’라는 마음도 공존한다.“

“저는 집중을 위해 어떤 작품의 촬영을 마치기 전까지는 다른 대본을 잘 보지 않아요. 그런데 이례적으로 ‘조선 명탐정’은 ‘쌈 마이웨이’가 끝나기 전에 봤어요. 전편들을 재밌게 봐서 그런지 시나리오를 받고 그 자리에서 한 번에 다 읽었어요. 그래서 더 애착이 갔죠. 차기작은 늘 고민이 되요.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다음 차기작이 연관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또 작품이라는 게 인간관계처럼 인연이 있는 것 같아요.”

배우 김지원이 아닌 ‘20대 청춘 김지원’은 또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일상, 취미, 이상형 등에 뚜렷한 취향이 있었고, 자신을 ‘집순이’라고 칭할 만큼 다소 정적인 생활을 좋아하는 듯 했다. 또 그만큼 가족과의 애착도 남달랐다.

“연예계 일을 하고부터 ‘가족’은 저한테 더 특별해졌죠. 안식처라고 할까요. 일을 마치고 가족들이랑 통화하면 힐링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어렸을 때는 아빠를 닮았었는데 커서는 엄마를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어머니가 눈이 동그랗고 크신데 쌍커풀이 짙지 않으시고, 아빠는 눈이 크지 않으신데 쌍커풀이 짙으세요. ‘어머니, 아버지 고생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웃음) 이번에 부모님께서 VIP시사회에 오셨는데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그때는 제가 너무 바빠서 카톡으로 ‘고생했다. 잘했다’고 해주셨어요. 어떤 작품이든 부모님께서 보신다고 생각을 하면 긴장이 많이 돼요. 특히 저희 부모님께서 재미있게 봐주셨다고 하면 추억도 되고 얘깃거리도 돼서 좋은 것 같아요.”

“SNS를 활발히 하면 좋을 텐데 아직 잘 즐겨하진 않아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평상시에는 주로 집에 있고, 정말 아무것도 안하면서 누워있기도 해요. (웃음) 참,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도 좋아해요. 그 중에서도 ‘월트 디즈니’의 감성을 너무 좋아해서 하나도 안 빼고 다 봤어요. 최근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최근에 보고 엄청 울었어요. 원작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매 장면이 슬펐어요.”

“이상형은 그냥 제가 마음이 가는 외모면 돼요. 어떤 한 가지 요소를 가진 것 보다는 ‘따뜻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또 취미가 비슷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내내 느낄 수 있었던 겸손하면서도 당찬 매력은 ‘참 생각이 건전한 배우’라는 느낌이 절로 들게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차근차근 밟아가는 과제”라고 생각하는 그의 연기 철학이 배우 김지원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좋은 대본을 만나 운이 좋았다”는 김지원. 그러나 “좋은 대본이 훌륭한 배우를 만나 더욱 빛을 발했다”고 말하는 편이 더 맞겠다.

한편 ‘조선 명탐정’은 오는 8일 전국 극장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최하은기자 rinon9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