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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윤승아 "벌써 데뷔 10년,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기사 등록 2017-11-0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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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배우 윤승아를 떠올리면 어떤 이미지들이 떠오르는가. 단발머리에 사슴같은 눈망울, 고등학생 같은 귀여운 이미지가 먼저 연상된다. 데뷔 10년 차가 된 윤승아는 이제 고민하고 생각한다. 폭 넓은 연기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이쁜 것들이 되어라', '세이버', '나쁜 마음' 등 단편영화로 눈을 돌린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한결 여유로워진 현장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있을 시점 방은 진 감독의 '메소드'를 만났다.

'메소드'는 배우 재하와 스타 영우가 최고의 무대를 위해 서로에게 빠져들면서 시작된 완벽, 그 이상의 스캔들을 그린 작품이다. 윤승아는 재하의 8년된 연인 희원을 연기했다. 휘몰아치는 감정에 혼란스러워하는 재하를 옆에서 바라본다. 주변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공감하기도 어려운 작업이었다. 윤승아는 최근 본지와 만나 '메소드'의 촬영 현장을 곱씹으며 다시 없을 즐거운 기억을 꺼내놨다.

다음은 윤승아와 일문일답.

- 완성된 '메소드'를 본 소감은 어땠나.

"저는 '부산국제영화제' 때 완성된 작품을 처음 봤다. 종착점이라 저도 그렇게 나머지 두 배우들도 긴장하면서 봤다. 크레딧이 올라 갈 때 정말 긴장하고 봤다. 매 신을 볼 때마다 그 때의 촬영현장이 기억났다."

- 어린 남자에게 연인을 뺏기는 희원 역을 공감하기 힘들었을 텐데.

"희원의 캐릭터를 보고 저도 처음에 말도 안된다란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다시 재하를 만날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저로서는 공감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그래서 방은진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했다. 재하와 희원의 스토리를 들으면서 희원에게 공감이 됐다. 희원에게는 재하가 그냥 사랑인 것이다. 관객분들도 이해가 안될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해해주지 않을까 싶다."

- 쉽지 않은 공감과 해석이 있음에도, '메소드'였던 이유는 뭔가.

"사실 A4 용지의 시놉 한 장을 봤다. 정말 짤막한 스토리가 있었다. 시놉시스 읽고 감독님과 미팅을 했다. 희원이란 캐릭터가 묘하게 인간 윤승아와 맞닿아 있었다. 그런 대화를 통해 희원에게 끌렸다."

-어떤 점이 희원과 인간 윤승아와 비슷했나.

"저는 어떤 감정이든 표출이 빠르진 않다. 사람이랑 교감하는 것도 천천히 하고, 많이 기다려주는 편이다. 희원도 재하와의 감정들에 기승전결에 많았을 거다. 8년은 짧은 시간이 아니지 않나. 바닷가 신에서 희원이 재하에게 감정을 표출한다. 분명 그 전에도 불안하고 슬펐을 텐데 표현은 하지 않았다. 그런 부분들이 저와 닮아있었다. 극중에서 가장 냉정한 캐릭터가 희원이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으려고 한다. 저도 그런 부분이 있다. 정은 많은데 공사 구분이 철저하다."

- 바닷가에서 감정을 표출하는 신 정말 힘들어보였다.

"바닷가 신은 어떻게 찍었는지 생각도 잘 안난다. 정신 차리고 나니 촬영이 끝나 있었다. 이번 작품 감독님과 스태프, 배우들이 뭔가를 찍을 때 그 캐릭터에 빠질 수 있게 도와줬다. 촬영 내내 재하와 영우가 진짜 질투가 나기도 했었다."

- '메소드'가 각자의 역할에 너무 빠져버려 생긴 감정의 충돌을 담았는데, 배우로서 흔치 않은 일은 아닌 것 같다. 윤승아는 희원에게 잘 빠져나왔나.

"보통 작품이 끝나면 바로 빠져나온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운이 많이 남는다. 저희가 부산 다녀와서 무비멘터리를 다 모여서 봤는데 뭉클했다. 아직은 '메소드' 안에 있는 것 같다."

- 방은진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배우 출신 감독으로서 교류하기 수월했을 것 같다.

"많이 섬세하시다. 여자 감독님이라서 그런게 아니라 연기를 하셨던 배우라서 소통 할 때 조금 더 수월하고 편했다. 각자 캐릭터에 디렉션도 주시고 어떤 감정을 캐치하지 못했을 때 그걸 상세하게 설명해주신다. 그리고 오케이 컷 나면 안아주신다. 캐릭터와 같이 아파하고 호흡을 같이 해주셨다."

- 박성웅과는 두 번째 작업이다. 살인마와 피해자로 만났다가 연인으로 만난 소감은?

"'살인의뢰' 때 같이 작업을 한 번 했었다. 그 때는 살인마로 나를 무참히 살해하셨다.(웃음) 지금은 연인이라니 너무 극과 극이라 서로 한참 웃었다. 걱정도 했지만 처음 만난 사이가 아니라 편했다. 재하와 희원이가 8년 동안 열애할 커플이란 설정에 충분히 도움이 됐다."

- 신예 오승훈은 어떤 배우던가.

"오승훈 배우는 눈빛이 참 매력적이다. 이 눈빛이면 재하가 빠질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어 질투가 났다. 내 남자를 뺏기는 거니깐. 촬영할 때 신나게 놀다가도 거리를 두게 된다. 묘한 배우다."

- 2012년 채널A '판다양과 고슴도치' 촬영현장 때 만났었는데 그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한층 여유로워진 것 같다.

"예전과 지금 비교하면 생각이 많아졌다. 결혼이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고, '이쁜 것들이 되어라' 작품을 하면서도 많이 달라졌다. 그 전에는 현장에 가서 '내가 어떻게 하지'란 불안감이 컸다. 그런데 '이쁜 것들이 되어라' 때부터 주변을 돌아보게 됐다. 낯가리 심한데 스태프들과도 친해지고, 막내 스태프들의 열정이 저에게 새롭게 다가왔다. 내가 많이 부족하구나란 반성도 많이 하게 됐다.

"이후 '세이버'는 내게 울림을 준 작품이다. 열 명의 스태프들로 찍었다. 하지만 너무 행복했던 시간들이었다. 시선을 조금 바꾸니 비주류지만 배우로서 폭넓게 보여드릴 수 있는 걸 스스로 찾게 된 것 같다. '메소드'도 이렇게 만났고."

- 접근하기 힘든 단편영화 위주로 활동하다보니 드라마에서 윤승아를 다시 보고싶어 하는 팬들도 많을 텐데.

"제가 찍은 단편영화들이 개봉관이 많지 않아 보기 힘들다 .그런데 '세이버 봤어요', '나쁜 마음 봤어요' 이렇게 말해주시면 감사함이 크다. 드라마로도 얼른 인사를 드려야 하지만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다."

- 이제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어떻게 될까.

"배우로서의 갈증 때문에 기존에 보여졌던 모습들이 아니라 다른 모습들을 저 자신이 많이 찾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초단편영화제 '나쁜마음'도 같은 맥락에서 찍었다. 시도하는 작품들을 하고 싶어한다."

- '메소드'를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을 위해 한 마디 해달라.

"'메소드'는 사랑 이야기다. 조금 어려운 사랑일 수 있지만 영화라는 건 같이 소통하고 공감하려고 보는 것이다. 감독님이 열린 결말을 주셨으니 함께 상상하고 만들어가면 좋겠다. 같이 만들어갈 수 있는 '메소드'가 되면 좋을 것 같다."

유지윤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