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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모탐구]영원한 몽환의 창조자, 팀 버튼 감독

기사 등록 2016-10-0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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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누군가 걷는 길엔 그의 족적이 남는다. 그건 시간이 지나도 그가 걸었던 길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순간을 선사한다. 그런 면에서 배우와 감독들은 언제나 모두에게 그들을 돌이켜볼 수 있는 영원의 순간을 선물한다. [필모탐구]는 이들의 필모그라피를 통해 배우와 감독의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편집자주>

그를 뭐라고 형언할 수 있을까. 그는 언제나 그 자체였다. 이름도 독특해 한번 들으면 잘 잊히지도 않는 감독 팀 버튼은 그런 사람이다. 오로지 ‘팀 버튼’, 그 이름으로만 표현될 수 있는.

그가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의 연출로,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제작으로 2016년을 맞이한 건 팬들에겐 꽤 즐거운 일이다. 여전히 명성만큼의 실력은 아니지만 최소한 그의 색은 명확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영원히 죽음의 친구이자 몽환적인 세계의 창조자인 팀 버튼 감독의 세계를 다시 한 번 돌아보자.

# 극적인 대비 속 미학 - ‘가위손’ ‘찰리와 초콜릿 공장’

우선 팀 버튼 영화에서 가장 빼어난 미학이 있다면 그건 바로 대비이다. 대비라는 건 양 극단을 가장 효과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는 방법이지만 반대로 작품의 통일성을 해칠 수 있다는 부담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팀 버튼 감독의 작품 속에서는 이런 대비가 기막히게 사용되곤 한다. 그의 대표작인 ‘가위손’(1990)은 에드워드(조니 뎁)가 살던 외딴 고성과 펙(다이앤 위스트)의 마을이 극과 극이면서도 특유의 미술로 기묘한 조화를 이뤘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 역시 이와 유사한 대비로 극적인 효과를 얻었다. 찰리(프레디 하이모어)가 거주하는 극빈층 마을과 윌리 웡카(조니 뎁)의 초콜릿 공장은 명암이 확실한 공간과 총천연색의 색감을 연이어 제시하면서 두 세계가 얼마나 이질적인지 강조했다.

재밌는 건 팀 버튼의 세계는 그렇게 분열적이면서도 통일된 무드를 형성해 몽환적인 ‘팀 버튼 월드’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그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이런 ‘간극’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정교하게 계획돼있어 작품이 끝났을 때 언제나 인상적인 이미지를 잔상으로 남긴다.

# 그의 상상력으로 피어난 애니메이션 ‘크리스마스의 악몽’ ‘유령신부’

때로는 그의 영화보다 그의 화풍이 ‘팀 버튼’이란 인장을 더욱 빛내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도서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을 출간하고 그의 이름을 내건 개인전이 열리는 등 팀 버튼 감독의 일러스트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 그의 감각이 돋보이는 건 애니메이션 ‘크리스마스의 악몽’(1993)과 ‘유령신부’(2005). ‘크리스마스의 악몽’은 사실 그가 연출이 아니라 헨리 셀릭 감독이 연출을 맡았음에도 그의 드로잉을 바탕으로 한 캐릭터 디자인, 그리고 특유의 암울함과 유쾌함이 공존하는 뮤지컬 구성으로 팀 버튼 감독의 필모그라피에서도 언제나 상위권을 차지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아마 이 영화를 몰라도 주인공 잭 스켈링턴의 얼굴은 알고 있을 정도로 뛰어난 캐릭터 디자인이 빛난 작품이다.

팀 버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유령신부’이다. 자신의 페르소나인 조니 뎁과 헬레나 본햄 카터를 두 주인공의 목소리로 분하게 한 그는 이 작품에서 이승과 저승의 이미지를 거꾸로 차용했다. 무채색의 이승과 다채로운 색감의 저승을 비교하고 있노라면 팀 버튼 감독의 대비가 살아있는 독창적인 세계가 돋보인다.

# 비루한 세상 속, 그 안의 아름다운 - ‘빅 피쉬’ ‘프랑켄위니’

팀 버튼 감독의 작품이 원래 음침한 프로덕션 디자인을 취하기 때문에 때로 그의 영화는 무척 낙담하고 비관적이라고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막상 그의 영화를 보면 그 중심에는 일말의 아름다움이 숨겨져있다. 그것이 전면적으로 드러난 것이 ‘빅 피쉬’(2003)와 ‘프랑켄위니’(2012)이다.

‘빅 피쉬’는 그의 작품 중에서도 무척 이질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일각에서 ‘스필버그가 찍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할 정도로 따스한 시선의 영화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그만이 구사할 수 있는 이질적인 세계의 묘사가 살아있다. ‘가위손’ ‘배트맨 리턴즈’ 등에서 드러났던부자관계와는 또 다른 형태로 ‘아버지’에 대한 헌사로 빚어졌으며 이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속 부자관계 묘사로도 이어진다.

‘프랑켄위니’는 그가 정식으로 데뷔하기 전 제작했던 동명의 단편영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에드 우드’(1994)와 같이 옛 무성영화 시절에 대한 그의 애정이 한껏 담겨있는 작품이다. 또한 어린 시절 애완견에 대한 애정이 담긴 단편을 리메이크함으로서 순수한 아이의 감성과 기괴한 괴수물의 감성을 결합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팀 버튼 감독은 자신만의 세계를 확고하게 만들어나갔다. 2007년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 이후 대다수의 작품이 하락세를 걷고 있는 것과 별개로 그가 여전히 ‘브랜드’로 분류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세계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보길 멈추지 않는 팀 버튼 감독은 그래서 위대한 감독 중 하나이다. 스크린을 캔버스처럼 자유자재로 상상력을 풀어낸 그가 앞으로도, 때로는 실망을 안겨주더라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작품들을 만들어주길 바랄 뿐이다.

성찬얼기자 remember_s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