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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뷰] ‘허스토리’, 지금도 계속되는 그녀들의 이야기

기사 등록 2018-06-0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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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NEW
[이슈데일리 김나연기자] “지금 기회를 줄게. 인간이 돼라”

‘귀향’ ‘눈길’ ‘아이 캔 스피크’ 등 그간 위안부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여러번 스크린 속에 비춰진 바 있다. 하지만 ‘허스토리’는 위안부 피해가 아닌, 그 보상을 위해 분투했던 ‘관부 재판 실화’에 대한 이야기가 사상 최초로 스크린에 담겼다는 점에 있어서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영화 ‘허스토리’(감독 민규동)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 동안 오직 본인들만의 노력으로 일본 정부에 당당히 맞선 할머니들과 그들을 위해 힘께 싸웠던 사람들의 뜨거운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영화는 여성 인권에 누구보다도 관심이 많았던 부산의 여행사 사장이자 부산여성경제인연합회 소속 문정숙(김희애)이 우연한 기회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된다.

처음에는 그저 먼 이야기라 생각한 탓에 피해자에 대해 함부로 얘기하기도 하고, 시종일관 무심한 듯 일관하던 그. 하지만 연합회장 신사장(김선영)의 제안으로 자신의 여행사 사무실 안에 위안부 피해자 신고 전화를 개설하게 되고, 실제 위안부 피해자들을 한명씩 만나면서 정숙의 마음은 점차 흔들리게 된다.

결국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데리고 일본에서 재판을 하고자 꾀한 정숙은 재일 교포 변호사 이상일(김준한)의 도움을 받아 배정길 할머니(김해숙)를 비롯, 10명의 위안부 피해자들을 데리고 6년간의 기나긴 사투에 들어선다. 그리고 그 결과, 완전한 승리는 아니지만 피해 보상이라는 일부 승리를 얻어내게 되고 이는 사상 최초로 보상 판결을 받아냈던 ‘관부 재판’으로 역사 속에 남는다.

▲ 사진=NEW
기억 속에 잊혀 진 역사를 되새기도록 하는 의미 깊은 영화인만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비롯한 실제 인물들을 담담하게 그려낸 주연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연기가 가장 큰 역할을 한다. 먼저 6년 간 관부 재판을 이끌어나간 문정숙 역의 김희애는 외향부터 대사 하나하나까지 당찬 캐릭터의 성격을 고스란히 표현해냈다. 특히 부산 사투리와 일본어를 넘나드는 그의 연기는 걸크러쉬 매력의 커리어 우먼에 대한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김해숙을 비롯, 위안부 피해 할머니 역의 예수정, 문숙, 이용녀의 노련함이 묻어나는 열연은 극에 대한 몰입감을 한껏 높이며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기에 충분했다. 특히 위안부 피해로 심한 정신적 피해를 입고 치매를 앓고 있는 이옥주 할머니로 분한 이용녀는 때로는 어린아이 같은 천진난만한 모습을, 때로는 처절하게 절규하는 모습을 오가며 자신의 연기력을 한껏 드러냈다.

여기에 실제 재일교포 같은 일본어 구사력을 선보인 이상일 역의 김준한, 감초 같은 매력으로 등장하는 장면마다 웃음을 자아냄과 동시에 김희애와의 유쾌한 ‘워맨스’를 뽐낸 신사장 역의 김선영의 활약은 영화의 탄탄한 전개를 든든하게 뒷받침했다.

김규동 감독은 언론시사회에서 “이 영화를 통해 세상이 꿈쩍 안 하더라도 우리는, 관객들은 조금씩 바뀔 수 있으니까. 그게 바로 세상이 바뀌는 큰 신호 중에 하나일 것”이라고 전했다. 위안부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더 이상 ‘문제’로만 자리 잡아서는 안 된다. ‘허스토리’를 통해 여전히 계속되는, 해결을 위해 계속 돼야 하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더 되새기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한편 ‘허스토리’는 오는 27일 개봉된다.

김나연기자 delight_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