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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윤의 무비레터]박해일X수애의 '상류사회' 뻔뻔해서 다르다

기사 등록 2018-08-2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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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뻔뻔한 내 자신이 자랑스럽습니다."

'상류사회'가 욕망을 그리는 방식이다. 화려해보이지만 민낯은 추악한 '상류사회', 그 곳으로 향해 가려는 사람들의 태도와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았다. 그리고 남들은 숨기려 하는 욕망의 얼굴을 인정했다. 뻔뻔하게, 뻔하지 않은 '상류사회'다.

'상류사회'는 21일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시사회를 진행했다. 이 작품은 '주홍글씨' 변혁 감독이 각본을 쓰고 메가폰을 잡았다.

'상류사회'는 각자의 욕망으로 얼룩진 부부가 아름답고도 추악한 '상류사회'로 들어가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교수 장태준(박해일)과 미술관 부관장 오수연(수애)은 남들이 봤을 때 '잘 사는 상류층 부부'다. 하지만 이들은 재벌, 정재계의 선을 넘어 지금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 한다. 장태준은 학생들에게 인기도 많고 시민들에게도 얼굴을 알린 평범한 교수로 보여지지만 내면에는 야망을 가지고 있다.

어느 날 민국당으로부터 입당 제안을 받고 선거 운동에 돌입한다. 이 소식을 듣고 가장 기뻐한 건 아내 오수연. 오수연은 미술관 부관장으로 럭셔리하고 우아한 삶을 살고 있지만 관장 이화란(라미란) 밑에서 돈세탁을 하고 있다. "주제 만큼만 해"라면서 관장의 쓴소리를 듣고 손을 더럽히고 있지만 관장이 되기 위해 참고 산다.

미술관 관장이 되기 직전, 수애는 치명적인 약점을 후배에게 잡힌다. 장태준 역시 정치가, 기업가들에게 이용당하고 있단 사실을 눈치 챈다. 두 사람은 계속해서 수세에 몰리고 재벌들은 이들을 지렁이를 밟 듯 조롱하고 지긋이 밟는다. 더 이상 까불지 말란 듯이.

지금까지 재벌들의 갑질, 돈을 따라가다 추락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많은 영화에서 다뤄지고 있다. 하지만 '상류사회'가 이 같은 소재를 다루는 관점은 확실히 다르다. 변혁 감독은 "꼴찌가 1등을 잡는 것이 아닌, 2등과 3등이 1등을 따라 잡으려고 하는, 그리고 이들은 왜 그들을 그토록 '상류사회'를 원하는 것인지 이야기 해보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 플롯은 현대사회의 주소를 정확히 짚었다.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2018년 모두가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그렇게 꼴등이 아닌, 2등과 3등이 죽자고 1등을 따라가려는 모습을 이해하며 관람할 수 있다.

박해일은 욕망과 정의의 경계에 서 있는 장태준의 얼굴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갈등과 함께 감정의 진폭이 널뛰는 연기를 '역시 박해일'스럽게 보여줬다.

조금 더 눈에 띄는 건 수애다. 단아한 이미지로 사랑받은 수애는 야망으로 가득 찬 미술관 부관장으로 성공적인 연기 변신을 알렸다. 말투, 걸음걸이까지 오수연이었다.

밖에서는 호수 위의 백조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길질을 하지만 집에 돌아오거나 두 사람이 함께 할 때면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부부의 모습이다. 솔직하고 거침없는 부부의 대화가 긴장감을 풀어준다.

재벌들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같은 면들도 보인다. 복대를 푸는 이화란(라미란)이나, 그림은 인스타그램에서 본다는 제이슨(박성훈), 자신의 정사를 작품으로 걸어놓는 한용석(윤제문)이 모습은 곳곳에 웃음 장치로 심어졌다.

9년 만에 컴백한 변혁 감독. 그리그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닿을 수 있을까. 오는 29일 개봉. 러닝타임 120분. 청소년관람불가.

유지윤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