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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가요 부활 프로젝트④] 박구윤 "트로트는 찾아가는 음악, 가장 큰 기쁨"

기사 등록 2017-05-1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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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허재성기자] 이슈데일리는 아이돌 위주 음악의 홍수 속 전통가요에 주목, 이른바 '전통가요 부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전통가요를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트로트의 저력, 익살스러운 재치, 가슴 먹먹한 애환 등 전통가요의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소외된 장·노년층 독자들을 위한 따사로운 뉴스콘텐츠가 많아지길 기대한다.<편집자 주>

“대중들이 원하는 노래를 대중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서 부르고 싶습니다.”

트로트의 향기가 대중들 사이에서 다시 퍼져가고 있는 요즘, 박구윤이 트로트의 전통과 혁신 사이에서 꿈틀대고 있다. 그는 ‘네박자’를 작곡한 트로트계의 대부인 박현진의 아들이자 현재는 뉴트롯의 중심에 서있는 인기 가수다. 최근 박구윤과 강남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나 트로트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제가 트로트를 시작한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 컸죠. 아버지는 유명한 트로트계 작곡가시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저에게도 트로트의 기운이 흐르는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음악을 연주하고 만드는 작업 환경을 보고 자랐습니다. 방송국도 많이 다녔구요. 오죽했으면 현숙 선배님이 아니라 현숙 고모, 현철 큰아버지 이렇게 부를 정도에요”

그는 서울예대 실용음악과를 졸업하고 이적, 빅마마, 김범수, 휘성 등 당대 최고의 가수들의 코러스 작업을 맡았다. 그곳에서 무대에 대한 동경을 쌓고 본격적으로 가수로서 무대에 서는 것을 꿈꾸게 됐다. 그러나 그가 처음부터 트로트에 대한 열망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노래를 부르는데 예전에는 팝, R&B 음악을 좋아했어요. 그런 음악을 하고 싶었고 느낌도 있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어떤 노래를 하던 트로트의 느낌이 물씬 났어요. 내면에서 흐르는 피를 주체하지는 못 한거죠(웃음). 그리고 아버지에게 시험을 받아 봤는데 떨어졌어요. 아버지는 제가 포기할 줄 아셨지만 저는 계속 도전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오랜 시간 노력한 끝에 합격을 얻어냈어요. 그게 본격적인 트로트 가수로서의 시작이었죠.”

박구윤에게는 ‘트로트계 금수저’라는 별명이 붙었다. 아버지의 명성이 뛰어난 났던 만큼 그에게 가수는 ‘쉬운 직업’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버지에게도 조차 몇 번의 도전을 했어야 할 만큼 가수의 길은 박구윤에게 결코 쉬운 꿈이 아니었다. 현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트로트 가수가 됐지만 그간의 길은 길고 막막했다. 문득 그가 아직 가수로서 얼굴을 알리지 못했던 시절, 그가 했던 특이한 마케팅 전략에 대한 궁금증이 들었다.

“트로트계는 너무 어려운 바닥이에요. 케이팝의 경우는 음악방송이나 매체를 통해 마케팅을 하면 소문이 나잖아요. 트로트는 그런 게 없어요. 또 대중들의 관심도 역시 비교적 현저하게 낮죠. 그래서 생각했던 것이 바로 전략 마케팅이었어요. 많은 분들이 제 노래는 아시지만 제 얼굴과 이름은 모르시더라구요. 그래서 같은 의상과 같은 소품을 이용했죠. 거기서 태어난 것이 바로 ‘가위’입니다.”

전략 마케팅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대중들은 그를 ‘붉은 반짝이 의상’과 ‘가위’로 기억했고 이름을 궁금해 했다. 박구윤은 이 전략이 아니어도 많은 전략적 시도를 해왔다. 가령 자신의 실제 전화번호를 공개하는 등 계속해서 대중들과 소통을 자처해왔다. 처음에는 부정 적인 시선을 보내던 동료 가수들도 하나, 둘 그를 따라 머리의 빗을 꽂는 등의 전략적인 마케팅을 구상했다. 심지어 타가수가 박구윤의 노래를 부를 때는 붉은 의상을 입고 가위를 들고 나온다고 한다. 박구윤은 이런 모습들이 기쁘고 또 후배들을 응원한다며 트로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트로트는 뉴트롯 시대를 맞이하면서 한 때 부활을 했죠. 그러나 무엇이든 노력이 없으면 분명 도태 됩니다. 제 노래 중에 ‘사랑해 고마워’라는 곡이 있어요. 조영수라는 유명한 작곡가 분이 주신 곡이죠. 홍정희라는 가수와 듀엣으로 녹음을 했는데 발라드 풍 멜로디의 노래를 트로트 창법으로 부른 곡이에요. 반응도 좋았고 신선한 시도였죠. 작곡가분에게는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그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변화를 필요로 하는 가수였다. 이미 많은 인기를 누비고 있지만 정체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그의 모습에서 트로트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가 정말 하고 싶은 음악에 대해 물었다.

“저는 트로트를 찾아가는 음악, 대중들에게 맞추는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누군가에게는 힘든 점일 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매력이자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색도 중요하지만 대중들에게 맞는 음악을 들려드리는 것이 저에겐 가장 큰 기쁨이에요. 요즘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아들이자 오랫동안 국민들의 공감을 얻는 대중 가수로 남는 것이 제 꿈입니다. 멈추지 않고 노력하면서 대중들과 함께 트로트를 부르고 싶어요.”

그가 말하는 트로트에는 긍정의 힘이 있다고 한다. 힘든 일이 있어도 노래 한 곡으로 즐기고 풀어 버릴 수 있는 힘이 트로트가 가진 힘이라고 했다. 결국 그가 하고 싶은 음악의 정의는 ‘맛있는 노래’였다. 대중과 소통하고 삶의 희노애락을 담아내 대중들을 위한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것. 인터뷰를 하는 내내 긍정적인 기운이 그를 감싸고 있어 그가 왜 지금의 위치까지 오게 됐는지 알 수 있었다. 트로트의 부활에 앞장서 끊임없이 대중들에게 맛있는 노래를 들려줄 박구윤의 행보에 기대가 모아진다.

허재성기자 wwsw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