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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창용의 스포츠톡톡]한화 팬들은 미국 대선보다 내년 시즌이 더 걱정

기사 등록 2016-11-0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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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여창용 기자] 미국의 대통령 선거로 온 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시끄럽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먼 나라 대통령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고 묻는 사람이 있겠지만, 대한민국이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미국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을 감안하면 관심을 안 가질 수도 없는 일이다. 또한 대한민국은 주적인 북한을 상대함에 있어 미국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한화 이글스 팬들에겐 미국 대통령 선거보다 당장 내년 시즌이 더 걱정일 것이다. 올시즌 가장 많은 구설수에 오르내린 한화 이글스는 2017년 시즌도 김성근 감독에게 맡겼다. 물론 LG 감독을 역임한 박종훈 감독을 단장으로 선임했지만 올시즌 각종 논란에 휘말린 김성근 감독을 유임시킨 것은 야구 관계자들을 의아하게 했다.

지난 시즌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한화 이글스를 이끌었던 김성근 감독은 매 경기 관중들을 흥분시키는 경기로 일약 인기 구단으로 발돋움했다. 한화 이글스의 경기는 시청률을 보장받았고. 나머지 구단들은 자신들의 홈 경기에서도 한화 이글스의 효과를 봤다. 팬들은 대한민국의 합법적인 마약이라는 표현으로 '마리한화'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비록 가을 야구에는 실패했지만 이전의 무기력한 모습과는 달라진 경기력으로 팬들은 기대감을 가졌다. 한화 구단 역시 정우람, 심수창 등 FA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전력 보강에 나섰다. 여기에 전 시즌 좋은 투구를 보여줬던 로저스까지 건재했기에 한화 이글스의 가을 야구는 따놓은 사과처럼 보였다.

시범경기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며 팬들의 기대감을 고조시킨 한화는 개막전에서 어이없는 연패를 당하더니 꼬여가기 시작했다. 단순한 패배가 아니라 김성근 감독의 이해할 수 없는 선수 기용은 한화는 물론 타 구단 팬들까지 어이없게 만들었다.

불펜진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마운드가 붕괴돼 가는데도 김성근 감독은 자신의 방식을 고집했다. 결국 윤규진, 권혁, 송창식 등 팀의 핵심투수들이 부상으로 전력으로 이탈했다. 투수들이 피로를 호소함에도 김성근 감독은 선수들의 정신력 부족을 탓하기만 했다.

게다가 선수들의 기를 죽이고, 군림하는 그의 지도 방식 역시 야구관계자들과 팬들에게 비판을 받았다. 한 원로 야구인은 "무의미한 반복훈련은 오히려 선수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피로를 누적시켜 부상의 위험성을 높인다"고 경고했다. 시즌 중 벌어진 벌투, 벌타 및 선수 모욕 논란은 김성근 감독에 대한 비난 여론을 더욱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여기에 한창 축제 분위기여야할 한국시리즈 기간에 MBC스포츠플러스의 탐사보도로 한화 이글스 2군에 대한 인권침해 사례가 터지면서 한화 구단의 이미지는 급격하게 추락했다. 몇몇 선수들과 관련한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김성근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프로야구 선수를 고교생 선수보다도 못한 취급을 한 사실을 밝혀졌음에도 한화 구단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김성근 감독 유임, 박종훈 단장 선임이라는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김성근 감독에 대해서는 1군 선수단 운용에 대한 권한만을 허용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내년 시즌 역시 불안한 요소를 안고 갈 수 밖에 없는 일이다.

한화 구단은 팬들의 요구에 따라 김성근 감독을 불러왔다. 리빌딩과 성적 모두를 잡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스타 플레이어들을 대거 영입했다. 김성근 감독의 커리어를 보면 한화 이글스의 취약점을 보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기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김성근 감독은 과거 자신의 지도력과 야구관에 대한 자신감이 지나쳤다. 세월이 흐르고, 세상도 달라져 갔지만 그의 야구관은 그가 현역으로 뛰던 1960년대와 감독으로 전성기를 누리던 2000년대 중반에 머물러 있었다. 10구단 체제에서 그는 과거 선수 운용 방식을 고집했다. 또한 코치들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어버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원로 야구인은 "야구는 섬세한 스포츠인만큼 각자의 전문능력을 가진 코치들이 역할을 해야 한다. 감독이 전권을 가지고 모든 부분을 맡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투수에 대한 부분은 물론 타격, 수비 코치가 해야할 영역까지 손을 댔다. 시즌 중 코치들이 팀을 떠난 것도 김성근 감독의 독선 때문이라는 것이 야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구단의 이미지는 바닥을 쳤다. 선수단 분위기가 좋을 수 없다. 감독은 선수들에게 신뢰를 잃었다. 과연 한화는 아직 시작도 되지 않은 2017을 어떻게 보낼까?

[사진=한화 이글스 공식 페이스북]

여창용 기자 hblood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