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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희의 팔도유람기] 포항 MBC 방송 리포터 편 “깨소금 볶아봤다 아입니까!” 32

기사 등록 2016-12-01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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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동규기자] 이번 편은 포항 MBC 방송의 리포터로 변신해 구룡포 시장을 접수한 활약상의 이야기다.

서울에서 4시간반 걸리는 장거리 출장 스케줄, 포항 MBC 프로그램에 리포터로 출연하기 위해 나섰다. 가장 열심히 사는 시장상인들, 라디오 티비 음악채널을 붙들고 사는 트로트 매니아 층, 즉 바로 나의 팬들이자 고객층이 모여 계신 곳이기도 하다.

열심히 활동하고 어느정도 인지도가 생겼는지 인기의 척도를 실감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일찍이 마중 나오신 상가회장님은 방송국선생님들 오신다고 안 입으시는 양복자켓까지 입으시곤 정중히 인사를 건네셨다. 시장의 번영을 위해서 아케이드를 설치해 비가오나 눈이오나 바람이부나 계절의 영향을 받지 않는 환경으로 탈바꿈했고, 전통시장하면 허리굽고 뽀글이파마에 앞치마 하고 앉은 할머니들을 떠올리기 쉬운데 30, 40대 젊은 사장님들이 가게 앞을 지키고 계셨다.

‘진정 날 잡아 잡수시겠다고??’ 하며 노려보는 대게와 눈이 마주친 듯 좋은 대게를 고르는 방법까지!.

뒤집어 색이 좋고 껍딱을 눌렀을 때 거품물지 않고 배가 단단한 것이 좋고 집게 다리가 자유분방하게 움직여야 좋다고 하신다. 미동이 느린 것이 좋지 않다는 말에 게도 사람과 다를게 없구나 싶었다. 사람도 배가 단단하고 거품 물면 안되고 혈색이 좋고 다리가 빠르고 해야 좋듯이, 과일 대게 시장 잘 보는 사람이 사람도 잘 고르겠다 싶었던 거지, 그럼. 요리 잘하는 사람은 어떤거? 오감만족 시장투어.

어디선가 ‘꼬순내’가 진동을 하는데 3대째 50년동안 대를 잇는 광민 참기름집이었다. 비결은 ‘정직’ 하나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순박하게 미소짓는 아들의 얼굴을 보니 열심히 살고 올곧게사는 그들에게서 행복의 가치를 되짚게 됐다. 서울에는 2만원 넘는 것이 8천원에 판매되는데 평소 깨소금에 추억이 많은 터라 살림 하는 티를 내고야 말았다.

“어머니~깨소금 볶으면 탁탁 튀던데 그러면서 양이 불어나더라고요” “아가씨가 어찌아누?”
“볶아봤다 아입니꺼” 국산 참기름에 흥분해 있는 내게 그 공정을 보여주시겠다. 볶은 깨를 채에 걸러 환풍 작업으로 또다시 식히고 압축기에 넣어 짜내는 순간. 나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방금 짠 고소함이란 ‘꼬소함’으로 모든 음식에 화룡점정이 되는 비밀무기 참기름~!. 하얀 쌀밥에 잘 익은 시큼한 열무김치 건져 건데기 얹고 태양 초고추장 한술 넣어서 요 창기름 듬뿍 쳐서 비벼 잡수면 천하일미가 따로 있겠습니까?.

백화점 명품향수 샤넬넘버 5 보다 나는 전통시장 50년 전통 광민 참기름이 좋다!! 꽃향기가 ‘꼬순내’에 비 할쏘냐~!!!!

리포터한다고 와서는 장바구니 채운다고 정신이 없었다. 진짜 연기는 연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어느 연기자가 그랬는데, 진짜 리포터는 상인들의 삶의 터전에 녹아 들어 함께 호흡 하는 것처럼 나는 진짜 같이먹고 즐겼다. 심지어는 만족해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시장쇼핑까지 한것이다!. 백마디 말이 필요 할쏘냐 샀는데.

장바구니 쇼핑으로 흥분을 가라 앉히고 커브를 트는데 보기 만해도 살 빠질 것 같은 해초집이 등장했다. 어디서 많이 보던 것이 떡하니 있었는데 바로 청각!

“어머 아버님 이거 김치에 넣으면 시원한 맛나는 그거 아닙니까?” 함께 진행하던 리포터 선배는 “태희씨 시장재료들 모르는게 없다고” 놀란 눈치였다.

예전에 김치에 저게 들어간거보고 까매서 먼진 줄 알고 일일이 골라냈다 아닙니까. 하하하 다 사연이 있다니까요!

신나게 훓고 다니는데 갑자기 장태희의 노래가 터져 나왔다. 상인회장님의 서프라이즈 선물. 소녀시대 부럽지 않은 순간이었다. 가수는 나 밖에 없으니 내가 대스타 인 것이다(웃음).

자꾸만 나의 주위를 배회하던 아저씨에게 농담을 건넨다. “아저씨 장태희 포항 매니접니까
한번 해보시겠습니까?” ‘오케이’ 싸인 받고 하이파이브.

국수집을 들어갔는데 예전 엄마는 아빠랑 싸우고 나면 항시 국시를 드셨단다. 그럼 스트레스해소가 됐다고. ‘국수면에 그런 성분이 있나?’ 여쭤보니 어이없게 웃으셨다.

“신김치 국물에 설탕타서 새콤달짝찌근하게 해서 요 소면 삶아서 차갑게 행궈 건져 섞어먹음 억쑤르 맛있어요” 먹순이의 노하우가 터져 나온다.

포항의 대표적인 향토음식으로 알려진 모리국수. 모리는 ‘모여라 모이라’ 라는 뜻도 있고 일본말이 어원이란 얘기도 있다는데. 여하튼 그 맛이 일품이라 전국각지서 모이긴 되게 많이 모여드는 맛임에는 틀림이 없다.

아귀내장 아귀 새우 홍합 미더덕 다진마늘 고춧가루로 우려낸 깊은 육수에 국수면이 들어가는순간, 걸쭉한 매운탕, 해물탕 국물 맛에 쫄깃한 면빨 아삭한 콩나물의 식감이 한 겨울에 진땀이나 ‘웃통’벗게 하는 맛이었다.

그 맛을 못 잊어 다시 찾는 사람들을 보며, 이 다음에 시집가면 남편을 음식으로 사로잡아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나의 밥을 안 먹고는 못 배기게, 3분 요리 같은 여자가 아닌 몸에 좋은 곰탕의 진국 같은 아내말이다. 먹거리에 취하다보니 어느덧 마지막 맛집.

바람이 전하는 향기, 바다의 풍미가 그대로 담긴 대망의 포항 과메기다!. 꽁치, 청어를 새끼줄에 엮어 말리는 전통적인 통과메기는 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겨울철 15일 정도 말려 내장의 좋은 성분이 살에 스며 그 맛이 일품이란다.

또 하나는 현대적인 방법인데 내장과 뼈를 제거하고 먹기 좋게 칼로 베어 손질하고, 깨끗한 바닷물과 수돗물로 세척해 속살이 밖을 향하게 대나무에 꽂아 4~5일 말린다. 그래서 ‘배지기과메기’라 한다. 본 고장에서 듣는 노하우들은 먹순이 장태희에게 큰 재산이 됐다.

구룡포 시장에 오기 전날은 강남 압구정 동 제일 좋다는 백화점에서 코다리 냉면을 먹었는데,
‘양념장 속에 파묻힌 명태가 맛나다’라며 줄을 서던 장면이 스쳤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아는거 많아 먹고 싶은 게 또 하나 생기는 순간이었지만 갤러리아에서 팔도시장까지 판매와 구매의 수단은 같으나 그 짭짜름한 바다냄새, 갈매기울음소리까진 담아내지 못할 것이다.

그 내용이 틀린 구룡포시장!. 그 곳에서 나는 진짜 명품을 사고 맛 볼 수 있었다. 직접 바다에서 건졌고 직접 공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까지 이뤄지는 구룡포 전통시장. 내겐 최고의 쇼핑천국이다. 이 다음에 남자친구가 생기면 얘기해야겠다. “자기야 나! 쇼핑 좀 해야겠어 양념장이 똑 떨어졌어~ 고춧가루랑 참기름 좀 사자 알타리 무랑 돼지머리 눌린 것도! 아 맞다 자기 요즘 얼굴이 까칠하더라 닭발도 사자. 한방 간장 양념으로 짭짜름하게 만들어 줄게 그리고 요즘 신상 쌀독이 사고 싶어 미치겠어 해바라기 그려진 거! 해바라기가 집에 있음 재산이 막 일어난다든데” 계산 후 남자친구가 “그렇게 좋아?”라고 물어보면 “응 너무 행복해 세상다가진거 같아 당분간 쇼핑 자제할게 김장김치로 해먹음 되니까(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