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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이재준 "연기, 할 수록 어렵지만 재미있어"

기사 등록 2016-05-11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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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한 가지 확실한 건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는 거예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잘 해내고 싶어요."

배우 이재준이 KBS1 일일드라마 '우리집 꿀단지'로 129부작의 긴 여정을 마친 후 느낀 점이다. 3년차 배우로서 일일 드라마 주연을 맡아 긴 호흡을 맞춘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는 기특하게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으며 성장한 연기와 중년 배우들과의 케미로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약 7개월동안 마루로 살면서 이재준은, 우리에게 연기로 재미와 기쁨을 안겼지만 스스로는 더욱 더 갈증을 느꼈다고 한다.

"시청자들이 봐주시는 제 연기도 중요하지만 제가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부족한 점을 많이 느겼어요. 잘 하는 부분은 더 잘할 수 있도록 보완하고 싶고, 모자란 부분은 채워나가고 싶어요. 그렇게 제가 노력하면 '믿고 보는' 배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 제가 더 해야 될 게 많아진 것을 느낍니다."

'우리집 꿀단지'는 이재준의 첫 장편드라마다. 김명욱 감독이 이재준이 그 동안 선보인 연기를 보고 호감을 가졌고, 그것이 계기가 돼 이재준은 '우리집 꿀단지' 오디션에 임하게 됐다.

"처음 감독님, 조감독님을 만난 날 연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연기를 왜 하고 싶냐', '연기가 왜 좋냐' 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사실 저는 연기를 왜 하고 싶은지 정확히는 모르겠고 아직 이유를 찾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촬영장에 있는게 좋고, 연기하는 순간이 행복하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 솔직한 점을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영화 '야간비행', '뷰티 인사이드' 뮤직드라마 '더러버' 등에 출연한 이재준에게 '우리집 꿀단지'는 도전 그 자체였다.

"129부작이라 호흡이 길어서 힘든건 사실 많이 없었어요. 그런데 처음에 제가 해오던 연기 패턴과 달라서 톤을 잡고 템포를 잡는게 힘들었어요. 그 부분에 대해 김 감독님과 배우 선배분들께 조언을 많이 얻었죠."

처음 이재준은 시나리오를 읽고 마루의 캐릭터를 분석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털어놨다. 연출자가 원하는 바와 자신이 분석한 마루의 캐릭터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 그럴 수록 이재준은 더욱 더 적극적으로 김명욱 감독과 대화를 이어나갔고 비로소 우리가 알고 있던 마루가 탄생했다.

"처음 시놉시스만 봤을 때 마루는 화도 안내고 순진한 부잣집 아들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처음에 너무 어둡게 설정하고 들어갔어요. 굉장히 밝은 캐릭터인데 말이죠. 제 목소리 톤과 템포가 감독님이 봤을 때 차이가 느껴지셨나봐요. 적응하기가 힘들었지만 얼른 감독님이 요구하는 바를 수용하고 맞춰나갔어요."

주로 또래 연기자들과 호흡을 맞췄던 이재준은, 이영하, 최명길, 김유석, 김용림, 최수린, 유혜리 등 중견배우들과 만날 기회를 얻었다. 덕분에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연기 노하우를 전달받을 수 있었다.

"이영하 선배님과는 회식도 자주 해서 금방 다가갈 수 있었어요. 콘티 보는 법도 알려주시고 카메라 앞에 섰을 때 잘 보이는 법, 호흡법 같은 걸 많이 알려주셨어요. 다른 선배님들도 대사칠 때 어떻게 하면 더 잘 전달할 수 있는지 같은 방법을 가르쳐주시기도 했고요. 저한테는 귀중한 가르침과 경험이었습니다."

이재준이 연기한 마루는 시크릿의 지은과 러브라인을 이루는 인물.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지은과 친해질 수 있었다. 실제로도 TV 속 지은과의 알콩달콩, 티격태격 케미는 시청자들을 웃음짓게 만들기도.

"극 중에서 봄이와 처음 만나 친구가 됐다고 점점 호감을 가지고 좋아하게 되는데 실제로도 지은이와는 천천히 친해졌어요. 마루-봄이 캐릭터의 속도를 맞춘거죠. 처음에는 둘 다 낯을 가려서 존댓말을 하다가 제가 먼저 동갑이니 말을 놓자고 했어요. 초반에는 어색한 부분이 있었지만 점차 잘 맞았어요. 동갑이라서 그런지 공감대도 잘 형성됐고요."

'우리집 꿀단지'의 마지막회 시청률은 24.8%였다.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이 작품에 대해 이재준은 "'9시 뉴스 전이라서 아닐까"라고 겸손한 말을 내놓기도 했다.

"일일드라마는 고정 시청층이 있어요. 제가 잘해서라기보다는 선생님들이 워낙 잘하시니까 믿고 봐주신 것 같아요. 덕분에 저도 어르신들이 이제 많이 알아봐주시고 엉덩이도 토닥여주시더라고요. 하하. 많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마루를 떠나보낸 지금, 이재준은 연기를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고 고백했다. 아직도 연기는 많이 어렵지만 그럴 수록 재미를 느낀다는 것이 본인의 설명이다.

"계속 고민하고 촬영하고, 또 그 방송들을 보면서 연기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졌어요.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제 시야도 확실히 넓어졌고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항상 배우는 자세를 가져야한다는 걸 느낍니다."

이재준은 '더러버' 종영 직후 처음 인터뷰를 할 때 남자 냄새가 물씬 나는 느와르 영화에 도전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아직까지 그 생각은 변함이 없는걸까.

"당연히 아직도 느와르 영화를 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요. 아마 남자배우라면 다들 그런 로망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영화를 찍기에는 제 나이가 어린 것 같아요. 5년, 10년 뒤 30대 중반 쯤 되면 저에게도 남자의 향기가 나지 않을까 싶어요. 하하. "

이재준의 짧은 배우 생활에는 분명 '성장'이란 키워드가 있다. 연기과 대학원에 진학할 만큼 배우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다가가려는 그다. 이렇게 노력이 깃들여져있는데 성장을 안할 수가 있겠는가. 이재준의 행보를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있다.

"'더 러버' 때 제가 걸음마를 한 아기 같다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지금은 옹알이를 하는 것 같아요. 이제 연기에 대한 말문이 트이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꾸준히 하다보면 다음에는 걸을 수도 있고 뛸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계속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사진=박은비 기자)

유지윤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