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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뷰]‘살인자의 기억법’, 얻은 만큼 잃은 것

기사 등록 2017-08-2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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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쇼박스, 살인자의 기억법' 포스터[이슈데일리 김윤기자]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세븐데이즈’ ‘용의자’의 원신연 감독이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원 감독은 28일 열렸던 언론 시사회에서 “소설은 소설이고 영화는 영화다”라고 말하며 원작과 다른 매력을 어필했다. 소설과 가깝지만 먼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는 원 감독의 바람처럼 원작과는 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살인자의 기억법’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범이 우연히 접촉사고로 만나게 된 새로운 연쇄살인범으로 인해 과거의 살인 습관이 눈을 뜨게 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 스릴러다.

▲ 사진=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컷영화는 원작을 충실히 반영한 내용에 감독만의 해석이 더해진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범 김병수(설경구)의 인물에 설정이 추가됐다. 영화에서는 관객이 김병수에 이입할 수 있도록 여러 장치가 마련된 것. 하지만 김병수의 과거는 단편적인 장면과 김병수의 일기 형식인 나레이션을 통해 전달된다. 그에게 이입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나레이션은 관객들이 예상 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며 연민을 느끼게 하는 반면 전개의 속도감을 떨어뜨리며 긴장감이 약해지면서 다소 지루함을 불러일으킨다.

또 곳곳 황석정, 이병준, 조재윤 등의 개성 강한 배우들을 등장시켰으나 이들의 강한 존재감이 외려 몰입을 방해한다. 코믹한 캐릭터로 그려지는 세 인물로 인해 섬뜩하게 느껴져야 할 장면마저 웃음거리가 돼 버리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 여기에 내용이 절정으로 치닫는 순간 치매 증상을 보이는 김병수의 모습이 희화화되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며 긴장감에 제동이 걸린다.

▲ 사진=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컷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체중감량까지 하며 20대 딸을 둔 노인으로 분한 설경구는 김병수 그 자체였다. 섬뜩한 눈빛으로 연쇄살인범의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전형적인 치매 걸린 노인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기억과 망상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을 충분히 표현해냈다.

김남길은 섬뜩한 연기를 위해 설경구와 반대로 살을 찌웠다. 입꼬리를 살짝 올린 그의 미소와 날카로운 눈빛은 관객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하며, 완벽하게 연쇄살인범으로 변신한 김남길의 모습을 보여준다.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들이 보고도 다 이해 할 수 있을 만큼 소설을 녹여내려 했던 원 감독의 시도는 성공한 듯하다. 오히려 소설을 읽지 않고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는 신선한 느낌을 주며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원작을 읽고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이 먼저 보이지 않을까. 오는 9월 7일 개봉.

김윤기자 kyun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