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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기획]여성 중심 영화, 한국 영화계를 다채롭게 꽃피울 동력

기사 등록 2016-10-1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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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양지연기자] 여성 중심의 영화가 돌파구를 찾은 것일까. 최근 여성을 메인으로 한 영화들이 자신들만의 특색을 전면에 내세우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다양성 영화에 대한 흥미, 독립영화와 저예산영화에 대한 관심 등이 증가하며 여배우들이 설 자리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여성을 중심으로 한 신선한 작품 기획과 제작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가능케 하고 있다.

한국 영화계에서 작지 않은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손예진은 이미 인터뷰를 통해 여성 원톱 영화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올해만 두 편의 작품을 내보인 그는 여러 배우들을 대표해 “여자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여성 원톱 영화가 많이 나오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발언에 맞는 노선을 충실히 구축하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올해 개봉된 ‘비밀은 없다’, ‘덕혜옹주’는 그를 전방으로 내세우며 여성 원톱 영화의 작품성과 흥행가능성을 입증했다. ‘비밀은 없다’에서 손예진은 딸을 둔 엄마로서 모성애를 바탕으로 한 여성의 심리 변화를 파격적으로 그려냈다. 그런가하면 ‘덕혜옹주’에서는 역사 속 잊혔던 여성을 재조명하는 동시에 시대 특성상 더더욱 휘둘릴 수밖에 없던 여성의 삶을 탁월하게 표현해냈다는 평을 들었다.

또한 며칠 전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손예진은 여성 원톱 외에도 여성 중심 멀티캐스팅에 대한 포부를 내비치기도 했다. ‘진짜 남자’들이 펼치는 악인들의 치열한 싸움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아수라’를 여배우판으로 찍어보고 싶다고 의견을 드러낸 것. 이어 그는 자신과 함께 호흡을 맞췄으면 하는 배우로 전도연과 김혜수를 지목했다.

언급된 김혜수 역시 30년의 경력과 능숙한 연기력으로 극에 독보적인 무게감을 안기는 대표 배우다. 손예진의 행보와 마찬가지로 김혜수도 2015년 ‘차이나타운’에 이어 올해 ‘굿바이 싱글’까지 극 중 여성의 존재감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작품을 선택했다. 특히 ‘차이나타운’에서는 김고은과, ‘굿바이 싱글’에서는 김현수와 출연해 두 여자 사이에서만 만들어낼 수 있는 ‘케미’를 발휘하는가 하면 후배 배우의 성장에 든든한 배경이 되기도 했다.

이와 비슷한 양상을 띠면서 대중에게 충분히 어필한 영화들이 근래에도 이어지고 있다. 김민희와 김태리의 열연으로 새롭고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 ‘아가씨’, 작은 영화임에도 한예리라는 배우를 내세워 관객들의 입소문을 이끌어 낸 ‘최악의 하루’, 윤여정의 열연으로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에 나이의 벽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 ‘죽여주는 여자’와 함께 이 같은 반향이 외화에서도 가능함을 입증한 ‘캐롤’, ‘서프러제트’ 등 여성을 내세운 영화들이 각 작품들만의 입지를 영리하게 다져나가고 있다.

이들의 뒤를 따라 여성 원톱 계보를 이어갈 후배들도 힘찬 기지개를 켜는 중이다. 우선 오는 20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걷기왕’에서 기꺼이 선두로 나설 준비를 마친 심은경이 있다. 그는 자신의 얼굴을 많은 대중에게 알린 ‘써니’에서 비슷한 또래의 배우들과 호흡하며 남자들과는 또 다른 여자들의 우정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그런가하면 ‘써니’보다 더 높은 흥행 성적을 기록한 ‘수상한 그녀’에서 청년부터 노년까지 시대 속 여성이 느끼는 감정을 공감의 방식으로 풀어내기도 했다.

물론 여배우의 역할이 이 같은 감성적인 면에만 국한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영화 전반적으로 다양성 영화와 저예산 영화가 빛을 받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여성 중심 영화의 활약이 특정 분야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원톱 주연 발탁 소식을 전한 김옥빈의 차기작 역시 큰 의미를 가진다. 그가 현재 촬영하고 있는 작품에 이어 곧바로 들어갈 것으로 확정지은 ‘악녀’는 액션물임에도 여성 원톱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이처럼 한국 영화계의 풍요로움을 이끄는 데는 여성 중심 영화의 역할이 필요하다. 단순히 어떤 성별의 배우가 원톱을 맡느냐를 떠나서 좀 더 다양한 화두를 참신하게 다루기 위해 많은 배우들이 영화에 나설 기회를 제공하고 보장해야 하는 것이다. 그 지점에서 현재 배우들의 행보와 영화계의 상황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사진=‘비밀은 없다’, ‘굿바이 싱글’, ‘걷기왕’, ‘소수의견’ 스틸 사진)

양지연기자 jy4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