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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아이피(V.I.P)', 인물과 만남이 선사하는 '멋과 재미'...'누아르 대작 냄새'

기사 등록 2017-08-21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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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이슈데일리 허재성기자]영화 ‘신세계’를 통해 한국 누아르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박훈정 감독이 한층 더 넓어진 스케일과 복잡해진 이야기로 돌아왔다. 영화 ‘브이아이피(V.I.P)’는 박훈정 감독의 누아르물 재탕이 아닌, 업그레이드인 셈. 작품은 거대한 스케일과 풍성하고 밀도 있는 이야기로 영화 팬들의 구미를 당길 예정이다. 그렇다면 작품의 거대한 스케일과 복잡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박훈정 감독의 카드는 무엇일까.

'브이아이피'는 국정원과 CIA의 기획으로 북에서 온 VIP 김광일(이종석)이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상황에서 이를 은폐하려는 자(장동건), 반드시 잡으려는 자(김명민), 복수하려는 자(박희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네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드라마.

▲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영화는 초반 각 인물들의 성격과 처한 상황을 전달하면서 시작을 알린다. 말끔한 외모와 복장, 차분한 말투 그리고 빠른 상황 판단력까지 정형적인 국정원 이미지의 박재혁. 그는 본래 현장요원으로 국내로 들어오기 위해 광일의 기획귀순을 담당했던 장본인이다. 그런 그에게 현재 광일이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됐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박재혁은 이를 은폐하기 위해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광일의 사건을 담당하게 된 형사 채이도는 범인을 잡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 거침없는 입담과 항상 물고 있는 담배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로 냉철한 박재혁과는 정반대의 성향이라는 것을 암시. 영화는 ‘무조건 잡아오겠다’라며 출사표를 던지는 채이도를 보여주며 영화는 박재혁과 채이도, 두 인물의 갈등과 대립을 예고한다.

북에서 온 VIP이자 박재혁과 채이도에게 끊임없이 구애를 받는 남자, 대립과 갈등의 중심에 선 인물 김광일. 작품은 클래식을 듣고 책을 읽는 등 광일의 고고한 모습과 잔인하고 극악무도한 살인귀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며 관객들이 느낄 공포심을 극에 달하게 한다. 박 감독은 ‘만약 북에서 온 기획귀순자가 괴물이라면?’이라는 물음으로 영화를 시작했다고 전한바 있다. 즉 영화에서 김광일은 ‘괴물’이란 뜻이다.

▲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북에서부터 광일을 쫓아온 리대범은 얼굴의 상처를 통해 그가 견뎌온 세월을 실감케 한다. 오직 사건과 범인에만 집중하는 그는 권력의 압박으로 우물쭈물 거리는 부하를 때리거나 광일의 무죄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통해 자신의 집요함을 알린다.

이처럼 작품은 본 게임에 들어가기에 앞서 각 인물 설정을 탄탄하게 구성했다. 또 영화 초반에 이를 전달하는 것은 각 인물들이 앞으로 일어날 사건과 전개에 어떻게 반응할지 작품에 바탕을 그려 놓은 것. 인물들의 성격과 설정이 바탕이라면 스토리의 전개는 ‘만남’을 통해 이뤄진다. 성격, 설정, 상황이 제각각인 만큼 이해관계의 대립 혹은 일치가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

특히 오프닝 시퀀스에서 보여준 박재혁과 CIA 요원 폴(피터 스토메어)의 만남은 영화의 처음과 끝을 장식함과 동시에 작품의 전체적 흐름을 잡아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즉 이 영화가 단순 범죄 드라마가 아닌 정치적인 색이 짙게 깔려있음을 넌지시 알리는 셈이다.

▲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요
이와 같이 만남은 각 기관과 인물들의 이해관계를 전달하고, 인물 사이의 갈등을 빚어내는 등 영화의 이정표 역할을 한다. 박재혁과 채이도의 만남은 전체 스토리 라인을 구축하고 그 중심에는 김광일이 있다. 또 리대범과 폴의 합류처럼 ‘만남’은 작품 전개의 급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는 인물 간에 대사를 통해서 전달되기도 하는데 상대방이 했던 대사를 그대로 인용하며 돌려주는 것은 인물들의 대립구도를 나타낸다. 또 이는 인물이 대립구도에서 차지하는 위치, 감정, 전개의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때문에 비아냥거리는 대사를 인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영화의 전개에 따라 위치가 뒤바뀐 인물들이 대사 인용을 하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다.

영화는 단순히 액션과 멋에 집착하는 한국 누아르물의 한계를 넘어섰다. 또 작품은 범인을 지목하고 잡는 것에 집중하거나 편을 갈라 대립 하지 않는다. 탄탄한 인물들의 설정은 복잡한 이해관계가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게 하며 이들의 만남은 영화의 숨결을 불어넣는다. 복잡한 전개, 하지만 매끄러운 진행, 매력적인 인물까지 한국의 ‘新’ 누아르물 ‘브이아이피’가 선사하는 멋과 재미는 8월 23일 확인 할 수 있다. 러닝타임 128분.

허재성기자 wwsw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