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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뷰] ‘시간위의 집’, 공포심을 자극할 폐쇄된 공간 그리고 소리

기사 등록 2017-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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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페퍼민트앤컴퍼니 제공
[이슈데일리 전예슬기자] ‘집’은 일상 속 편안한 안식처가 되는 공간이다. 하지만 집이 남편이 살해되고, 아들이 실종되는 사건 발생의 원인지가 된다면?

영화 ‘시간위의 집’(감독 임대웅)은 집안에서 발생한 남편의 죽음과 아들의 실종을 겪은 가정주부 미희(김윤진)가 25년의 수감생활 후 다시 그 집으로 돌아오면서 발생하는 사건을 긴장감 있게 그려낼 하우스 미스터리 스릴러다.

‘시간위의 집’은 제목 그대로 미희(김윤진 분)의 집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임에도 벌어지는 사건을 파헤치며 밀도 높은 긴장감으로 쉴 틈 없이 몰아붙인다. 집에서 일어나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과 미희의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아들 효제의 모습, 불안함을 자아내는 캐릭터의 등장은 미스터리 요소를 증폭시키며 관객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특히 따뜻한 모성이 가득했던 25년 전의 미희와 자기 자신 외에는 아무것도 믿지 않게 된 25년 후의 상반된 미희의 모습은 주목해 볼만하다. 미희 역을 맡은 김윤진은 전작 ‘세븐 데이즈’에서 엄마의 절박함을, ‘이웃 사람’에서는 죽은 딸을 지키지 못한 깊은 후회와 자책감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통해 ‘모성애’를 자극했는데, ‘시간위의 집’에서 또한 사라진 아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스릴러 장르 안에 공감과 감동을 불어넣는다.

‘시간위의 집’은 미스터리, 스릴러, 공포 등 요소를 지니고 장르적인 자장 안에서 모성애라는 주인공의 감정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깊이를 더했다. 25년을 뛰어넘는 시간적 배경에서 김윤진은 극적 대비를 보여준다. 25년의 역경이 고스란히 드러난 늙고 주름진 피부를 표현하기 위해 매번 3시간이 넘는 특수 분장을 감행한 그의 노고가 스크린을 통해 그대로 전달된다.

▲ 사진=페퍼민트앤컴퍼니 제공
김윤진은 후두암에 걸린 노년의 미희를 표현하기 위해 거칠고 갈라지는 목소리로 대사를 소화하는 것은 물론, 허리를 굽힌 구부정한 자세를 취하는 등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 썼다. 젊은 미희와 늙은 미희의 극적인 모습은 1인 2역임에도 어색하지 않다. 눈빛 행동, 걸음걸이, 목소리까지 캐릭터와 완벽한 혼연일체를 이룬다.

미희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활약 역시 만만치 않다. 미희를 유일하게 믿어주는 최신부 역을 맡은 택연은 진중하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로 미희에게 서서히 다가간다. 경찰이자 25년 전 살해당한 미희의 남편 철중 역을 맡은 조재윤은 미스터리한 사건의 시작을 알린다. 뿐만 아니라 이한위와 박준면은 각각 풍수지리 전문가 장지관과 무당 만식 역을 맡아 소름끼치는 연기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을 더한다.

특히 만식이 미희의 집을 찾아 ‘영(靈)’을 부르는 장면에서는 ‘블랙아웃’ 되면서 소리를 통해 공포심을 자아내 인상 깊은 연출을 더한다. 집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소리, 바람으로만 공포적인 요소를 주고 있는 것. 또 영화의 주된 배경인 1992년은 카메라를 고정시켜 놓고 촬영한 2017년과 상반된 분위기인 가족들의 분열, 흔들리는 심리적인 부분을 표현하기 위해 ‘핸드헬드’로 촬영, 과거와 현재인 느낌을 동시에 주고 있다.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일들, 이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구미를 당기는 영화의 매력은 배우들의 열연, 정교한 연출이 아닐까. 세월의 흐름을 정교하게 표현하면서 그동안 보여준 모성애와 다른 모성애를 예고한 김윤진부터 폐쇄된 공간인 집을 기반으로 펼쳐진 독특한 촬영 기법, 소리로 자아내는 공포감은 관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 준비를 끝마쳤다. 오는 4월 5일 개봉. 러닝타임은 100분. 15세 이상 관람가.

전예슬기자 jeonys022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