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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누가 잘했나]여자보다 예뻐! ‘여장남자’ BEST4 이준기-유승호-차승원-안재욱

기사 등록 2017-01-11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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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세상은 넓고 영화는 많다. 그리고 캐릭터들도 넘쳐난다. 어쩌면 우리들의 모습인지도 모르는 그들을 하나의 주제에 놓고 선별해 볼 필요가 있었다. <편집자 주>

지금은 남녀 경계선이 보다 적극적으로 허물어지고 있는 시대. 요즘에야 ‘여장남자’, ‘남장여자’가 잠깐의 흥미로운 소재거리가 됐지만, 과거 10년 전만 해도 ‘파격적인’ 이미지로 영향을 끼친 바다.

이번 캐릭터 랭킹 [누가누가 잘했나]에서는 남녀 성전환으로 시각적 흥미로움은 물론, 스토리상 재미까지 모두 챙긴 인물들로 ‘여장남자’ 캐릭터들을 만나보겠다. 주관적 판단으로 왠만한 여자보다 예쁜 미모 BEST까지 추려봤다.

# ‘왕의 남자’ 이준기

돌풍이었다. ‘왕의 남자’(2005, 감독 이준익)는 지금의 ‘스타 이준기’를 탄생시킨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동성애에 대한 닫힌 편견이 강하게 자리잡혀있던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그가 연기한 공길의 여성스런 모습은 대중의 시선을 잡아끌기 충분했다. 일단 아름다웠다. 이준기 특유의 날카로운 눈빛에 여성성이 더해지자 묘한 섹슈얼리티를 자아냈다. 조선시대의 고전적 신비로움까지 풍기며 이준기는 광대로서 고양이처럼 앙칼진 연기로 연산군(정진영)의 마음을 훔친다. 치마저고리를 휘날리며 허심탄회하게 인생무상을 읊조리는가 하면, 날카롭게 탐관오리의 비리를 풍자하는 면까지 팔색조 매력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 ‘봉이 김선달’ 유승호

유승호도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인상 깊은 아름다움을 과시했다. 대동강 물을 팔아치운 전설의 사기꾼 김선달의 통쾌한 사기극을 다룬 ‘봉이 김선달’(2016, 감독 박대민)에서 그는 천재적 지략과 당대 최고의 뻔뻔함, 두둑한 배포에 수려한 외모까지 두루 갖춘 김선달로 분해 변신의 귀재로 등극했다. 특히 극 중 양갓집 규수로 변장,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자태로 정판석(최귀화)을 상사병까지 걸리게 만들며 뭇 남정네들의 시선은 고정될 수밖에 없었다. 영화 제작보고회에서 유승호는 “예쁠 줄 알았는데 남자 같더라”며 자신의 여자 분장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지만, 관객들은 뜨겁게 호응했다.

# ‘하이힐’ 차승원

이준기와 유승호가 고전미를 내세웠다면, 차승원은 도회미로 승부수를 띄웠다. 감성 느와르 ‘하이힐’(2013, 감독 장진)에서 그는 범인을 단숨에 제압하는 타고난 능력을 보유, 전설적 존재로 불리는 강력계 형사 지욱 역을 맡았다. 여기까지만 보면 ‘상남자’가 따로 없지만, 이면에 깊숙이 자리한 여성성을 향한 욕망이 꿈틀대며 혼란을 겪는다. 결국 진짜 자신의 모습을 찾아 새 삶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차승원은 잔인하게 슬픈 내면 연기를 특유의 깊은 눈빛으로 섬세하게 펼쳤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좁혀가는 과정에서 겪는 페이소스를 심도 깊게 전달한 차승원은 실제 유사 고민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안겼다. 188cm 큰 키에 화려한 눈 화장과 빨간 립스틱을 바른 입술은 마치 여성모델 같은 아우라를 풍겼다. 여장 캐릭터 표현을 위해 차승원은 짙은 눈썹까지 밀었다고.

# ‘찜’ 안재욱

90년대 영화 속 여장으로 파란을 일으킨 대표 배우로는 안재욱이 있다. 당대 청춘스타로 큰 인기를 얻고 있던 안재욱은 연상여자와 연하남자간의 밝고 유쾌한 사랑을 그린 로맨틱코미디 ‘찜’(1998, 감독 한지승)을 통해 파격 여장에 도전했다. 극 중 순정파 준형(안재욱)은 친구누나인 채영(김혜수)을 어린시절부터 짝사랑하다 여자친구로라도 곁에 있고 싶은 마음에 과감히 여장을 한다. 이후 진심어린 고민 상담을 해주며 채영의 둘도 없는 절친으로 거듭나지만, 어느 날부터 능력 있고 잘 생긴 성민(최철호)을 운명의 남자라 믿는 채영을 보며 씁쓸해 한다. ‘찜’에서 안재욱은 그만의 오목조목한 이목구비의 미를 살려 깜찍 발랄한 채영2로 완벽 변신했다. 특히 여성만이 이해할 수 있는 속 깊은 얘기를 김혜수와 능청스럽게 늘어놓는 장면이 압권이다. 마치 ‘게이 친구’가 주는 정서에 당시 사회적 통념을 깬 연상연하 커플 탄생까지 ‘찜’은 여러모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사진=‘왕의 남자’, ‘봉이 김선달’, ‘하이힐’, ‘찜’ 스틸컷)

한해선기자 churabb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