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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챔피언’ 권율, ‘천의 얼굴’ 증명할 한 계단

기사 등록 2018-05-0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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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이슈데일리 최하은기자]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천의 얼굴’을 자랑하는 배우 권율. 그가 오는 5월 1일 영화 ‘챔피언’으로 관객들을 찾는다. 그는 흰 피부에 고급스러운 이미지 덕에 본부장, 실장 등 ‘차도남’ 이미지의 역할들을 줄곧 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기꾼 같은 말투에 까불까불한 매력을 지닌 스포츠 에이전트 진기로 분해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고 한다.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권율을 만나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팔씨름’이라는 소재 자체가 무척이나 신선했다. 탁구, 농구, 수영, 축구 등 스포츠 인기 종목에 대한 영화는 극장가에 자주 등장했지만 팔씨름이 스포츠라는 것은 생소한 사실이다. 새로운 도전은 설렘을 주기도 하지만 부담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권율도 이번 작품을 선택하는데 있어 적지 않은 고민과 부담을 않았을 터다. 하지만 권율은 이런 우려가 무색하게도 소재 자체보다는 캐릭터의 매력을 보고 작품을 택했다고 전했다.

“시나리오를 볼 때 동시다발적으로 느껴지는 느낌이 있어요, 팔씨름이라는 소재가 신선했고, 마동석 선배님이 팔씨름을 한다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해서 참여하게 됐어요. 진기라는 캐릭터 자체도 가족 이야기도 있고, 잘못된 돈의 가치를 쫓던 친구가 마지막에 조금에 성장을 하게 되요. 캐릭터 자체만으로도 참 매력이 있었죠.”

마동석은 최근 ‘챔피언’ 언론시사회에서 권율의 대사량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다. 래퍼처럼 쏟아내는 대사량은 어마어마할 정도였다고 하며 권율의 연기를 칭찬하기도 했다. 권율은 이에 대해 진기가 말이 많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또 진기 캐릭터를 잡기위해 어떤 부분을 중점을 뒀는지에 대한 설명도 빠트리지 않았다.

“진기의 대사 속에서 상황 설명, 의미전달, 감정표현을 다 해야 해서 대사량도 무시 못했죠. 마크가 과묵하고 단답형의 말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 부분을 진기가 채워줘야 했기 때문에 현장에서 대사가 추가되기도 했어요. ‘대사 숙지가 힘들었다’고 하는 게 배우로서 본분을 못하는 것 같아서 이렇게 말하기가 좀 그렇지만 힘든 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웃음) 진기라는 캐릭터의 상황 설명을 고려했어요. 저도 IMF시기를 열일곱 살 쯤에 관통했고요. 제가 만난 선배나 어른들 만나면 당시 이야기를 들어보긴 했어요. 자세하게는 모르겠지만 저희 집도 가게를 했었는데 어려움이 있었죠.”

권율은 진기 캐릭터를 설명하며 ‘성장’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에서 잘못된 생각에 빠져있던 진기가 마크와 주변인들을 만나며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게 되는 모습이 그려진다. 권율은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어떤 부분은 자신과 비슷한 면모도 있었음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진기는 집안이 망해서 한국으로 들어와서 엄마도 집을 떠나고 잘나가던 오빠가 주차요원으로 힘들게 일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 시간에 편협하고 잘못된 사고를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돈이 없으면 사람도 없어. 돈이 최고야’라는 생각들이요. 저도 ‘내 주변 사람들은 잘 나가고, 나만 안 되네’라는 편협한 생각을 할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진기가 깨우치게 되는 사고도 있었고, 저도 큰 사건 사고는 없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어떤 이와 비교하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것들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런 부분들이 진기라는 캐릭터에 조금 녹아들었던 것 같아요.”

▲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권율은 2008년 ‘비스티보이즈’이후 마동석과 맞추는 두 번째 호흡이다. 개인적으로도 꽤나 두터운 친분이 있다는 두 사람은 인연을 꾸준히 맺어온 듯 했다. 또 그것이 이번 촬영에 있어 호재로 작용했다고. 그는 특히 마동석의 액션 합을 극찬하기도 했다.

“선배님하고는 개인적으로도 친해서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형한테 미국에서 관리요원 한 이야기, 클럽에서 보안요원으로 일했던 경험들을 직접 듣기도 했죠. 또 왜 운동을 하게 됐는지에 대한 이유도 들었어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당시 형의 이야기가 더 와 닿더라고요.”

김용완 감독은 다수의 시사회에서 “마동석이 기획 단계부터 참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영화가 공개된 직후 ‘마동석에 의한’, ‘마동석을 위한’ 영화라는 평이 쏟아져 나왔다. ‘원탑’ 영화라는 평이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에게 다소 부담이 되거나, 불편함이 있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권율은 이에 “별로 그렇지 않다”며 건강한 답을 내놓았다.

“어느 작품에 들어가나 제가 해야 할 몫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오히려 마동석 선배님이 중점이 되는 영화라 더 편안하게 들어갔던 것 같아요. 마동석 선배님 영화기도 하지만 제 영화기도 해요. 부담감이나 우려는 없었고 다만 저도 이 영화가 풍성하게 나올 수 있게 제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나 건강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배우라니. 중학교때부터 배우가 하고 싶었다는 권율이다. 오랫동안 꿈꿔온 자리에 있는 그이지만 대중들에게는 아직까지 ‘권율’이라는 이름이 낯설 수 있다. 세상의 기준으로 봤을 때는 ‘성장 속도가 다소 더디다’고 말할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 권율은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차근차근 연기 영역을 구축하고 있었다. 건강한 가치관이 뒷받침 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저는 2007년 정도 ‘달려라 고등어’라는 시트콤으로 데뷔를 했고, 그때 함께 했던 이민호씨, 박보영씨, 문채원씨는 모두 스타가 됐어요. 저만 그 이후로 계속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었죠. 그때는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어요. 그러다가 ‘명량’이라는 영화를 만나게 됐는데 많은 관객들이 봐주신 작품이라 의미가 커요. 무튼 더디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 보다는 지금 연기를 하고 있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감사함을 넘어 책임감을 가지고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인상적인 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 뿐인 것 같아요.”

권율은 다양한 색깔을 지니고 있는 배우인 듯 했다. 다만, 아직까지 그 무지개를 대중들에게 선보일 기회가 많이 없었던 것 뿐이다. 특히, 선한 얼굴 뒤 공존하는 악의 모습까지도 감당해낼 준비가 된 권율이었다.

“저는 사물이나 대화를 비트는 위트감을 좋아해요. 착한 부분에서도 비틀 수 있는 여지가 있어요. ‘식샤를 합시다’에서는 나이스 하지만 욕도 많이 하고요. 오롯이 착하기보다는 악역이 비틀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 같긴 해서 악역을 꼭 다시 해보고 싶어요.”

배우로서의 건강한 욕심을 가지고 있는 권율. 아직까지 대중들에게는 낯설 수 있는 이름이지만 그의 연기력이나 건강한 가치관은 앞으로 대중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마땅하다. 차근차근 필모그라피를 쌓아온 만큼 그의 탄탄한 연기력은 앞으로의 작품에서 멋지게 발휘되지 않을까.

최하은기자 rinon9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