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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의 잼있게 미술읽기]ㅡ명화와 영화 '타짜' 무엇이 같을까?

기사 등록 2011-11-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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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드 라 투르 (Georges De La Tour),다이아몬드 에이스를 이용한 속임수(Cheater with the Ace of Diamond), 1647년경,캔버스에 유채, 106 X 146 cm,파리 루브르 미술관.

[이슈데일리 박정은 미술컬럼 전문기자] 예나 지금이나 카드놀이는 서양의 가장 대표적인 놀이 문화 중의 하나입니다. 그래서인지 카드 놀이나 도박을 소재로 한 그림들이 꽤 많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카라바조나 세잔같은 유명한 화가들도 포커 게임을 소재로 한 작품을 남기고 있지만,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아마도 조르주 드 라 투르의 '다이아몬드 에이스를 이용한 속임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조르주 드 라 투르의 그림은 포커판에서 펼쳐지는 일종의 사기도박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엮어낸 작품으로 손꼽힙니다. 그래서인지 작품을 둘러싸고 여러가지 해석들이 존재합니다. 가운데 달걀형 얼굴의 여인이 포주이고, 술을 따르는 여인은 하녀이자 매춘부로 설명하는 해석이 있는가 하면, 가운데 여인은 도박장 주인이고 술을 따르는 여인은 단순히 하녀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해석에 따르든 왼손에 카드를 숨긴 맨 왼쪽의 남자는 도박꾼 내지 사기꾼이고, 오른쪽의 무심한 청년은 풋내기로 보는 것은 대개 일치하고 있습니다.

사실 누가 보더라도 맨 왼쪽의 남자는 사기꾼이고, 오른쪽의 남자는 일종의 먹잇감으로 사기를 당하는 애송이가 분명해 보입니다. 도박장 여주인과 하녀 그리고 도박꾼, 이 세사람의 눈빛은 정말 예사롭지 않습니다. 여주인과 도박꾼의 교묘한 제스처도 뭔가 꿍꿍이를 숨긴 채 상대를 기만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그러니까 여주인과 하녀 그리고 도박꾼이 한 통속이 되어 아무 것도 모르는 오른쪽의 청년을 호구 삼아 한 탕을 벌이고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한마디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얘기입니다. 세 사람의 음흉한 표정과 교활한 눈빛, 그리고 은밀한 손놀림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구도는 흡사 영화 '타짜'의 한 장면을 연상하게 합니다. 가운데 여주인은 도박 설계사 정마담이고, 도박꾼은 타짜 고니이고, 하녀는 바람잡이며, 오른쪽의 풋내기는 호구와 흡사하다는 생각입니다.

호구에게 몇번 잃어주다가 판을 키워놓은 상태에서 여주인이 도박꾼을 향해 카드를 보여달라고 하자, 도박꾼이 왼손에 숨긴 다이아몬드 에이스로 판을 쓸어버리기 일보직전의 형국으로 보여집니다. 도박꾼을 향해 뭔가 신호를 보내는 듯한 여주인의 사악한 눈빛과 별 것 아니라는 듯 도박꾼의 그 천연덕스러운 모습은 포커판의 사기 협잡을 꽤나 적나라하게 연출해내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 와중에 와인을 따라주는 하녀가 이제 때가 무르익었다는 듯 음험한 눈빛을 하고 있는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여주인과 사기꾼을 중심으로 세 사람의 표정이 너무도 생생하게 살아있습니다. 하지만 부잣집 자제인 듯한 오른쪽 청년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호구의 얼굴입니다. 화려한 의복으로 치장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청년은 도박판에 앉을 때부터 이미 이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었을 겁니다. 청년 앞에 놓인 금화는 이제 그의 것이 아닐 것이고, 자칫 입고 있는 고급스런 옷들까지 털릴 수도 있습니다.

조르주 드 라 투르는 국내에 그렇게 잘 알려진 화가는 아니지만 17세기 루이 13세 때 궁정화가의 자리에까지 오른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가 살던 시대에 벌어진 30년 전쟁으로 인해 작품의 대부분이 소실되어 잊혀져 있다가, 몇몇 작품들과 함께 20세기 들어 재발견된 화가의 한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빵업자의 아들로 태어나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투기와 고리대금업으로 말년에 상당한 재산을 축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농부들과 하인들을 상대로 악행을 일삼은데다 탐욕스러워서 주변의 평판은 대단히 좋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전쟁과 약탈, 학살이 횡횡하던 흉흉한 시절을 살아가느라 인간사회를 불신하게 된데다 재산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그리 된 것 같습니다.

결국 이런 조르주 드 라 투르의 속물스런 사고방식과 탐욕, 그리고 인간 사회에 대한 불신이 '다이아몬드 에이스를 이용한 속임수' 같은 작품을 낳은 원동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간 사회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미신도 유령도 아닌 바로 '인간의 속임수'라는게 조르주 드 라 투르의 메시지인지도 모릅니다.

박정은 pyk730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