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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희의 팔도유람기] 부산 용마고 행사 편, “9등신 트로트바비인형 가수!”

기사 등록 2017-02-1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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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전예슬기자] 이번 편은 부산 용마고등학교 체육대회행사 공연과 충남당진 아파트 모델하우스 오픈행사 이야기다.

늘씬한 9등신의 외모에 걸맞은 장태희가 가수 활동 외 이색적인 모델 체험기다. 팔방미인의 행보이자 또 다른 매력 속으로 빠져보라.

부산 용마고 체육행사에서 “부산이 낳은 가수, 초대박 글래머 가수”라고 MC가 소개하자 나는 그 멘트가 사실임을 확인시켜주고자 묵직하게 웅장한 표정으로 도도하게 걸음걸음 걸어 나갔다. 요즘 들어 바쁘게 다닌 만큼 늘어난 넉살로 좌중을 들었다 놨다 압도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씨름 왕 이만기 교수님이 이곳 용마고를 졸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초등학교 때 수업 중, 체육선생님이 긴급호출로 불려나가 5, 6학년 언니들과 씨름을 붙여 모조리 넘겨 버린 사연이 있다. 가수가 아닌 운동을 했으면 김연아 뒤를 이어 ‘미녀운동선수’로 ‘CF퀸’이 됐을 건데, 출세도 빨리하고 맞지예! 공감하면 맞는 소리 옳은 소리하면 이래박수가 나오는기라!

“이따가 노래하다 고마 불시에 내려갈건 데 섹시하게 찌어진 치마사이로 튼실한 다리 보고 놀라지 마이소. 발목이 가늘어서 각선미가 있어 다 속는데 에너지탱크 오늘 자랑한번 할까예”라고 나는 미리 예고를 날린다.

전국을 무대 삼아 바쁘게 다니다 보니 이렇게 저렇게 이렇게 눈여겨보던 분들에게서 모델 제의를 받았다.

충남당진아파트 광고모델섭외로 한껏 들떴던 이유는 어릴 적 난생 처음으로 좋아했던 TV 속 탤런트, 이종원 선배님과 함께 캐스팅이 됐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국민배우로 상당한 인기를 끌며 롱런하는 선배님에 비하면 이제 갓 인지도에 열을 올리는 신인인지라 그 옆자리만으로도
영광이었다.

추억의 드라마 ‘마지막 승부’ 당시 장동건, 손지창이 아닌 이종원 선배님이 좋다고 이야기하는 내게 엄마는 “왜 저 배우가 좋니?”라고 하셨는데 그 당시 9살이었던 나의 대답을 아직도 기억하신단다. “엄마! 나는 저 탤런트 오빠야가 TV 나오는 사람들 중에 눈빛이 제일 부리부리하고 빛이 나서 좋다아이가~!”

이후 나는 가수가 돼 TV 속 첫사랑 선배님 옆자리에서 화보를 찍는 짜릿한 추억을 새겼다. 너무나 리얼한 표정으로 한껏 상기된 혈색은 볼터치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였다. 9살 꼬맹이로 돌아가 가슴이 콩닥콩닥 얼굴이 빨개져 소녀 팬임을 인증했다.

그렇게 모델하우스 팬 사인회 이후 오픈식 무대를 꾸몄다. 동료 선후배 가수들과 다양한 공연에 지역주민들의 흥을 한껏 돋는 풍성한 시간이었다. 공연 이후 직접 모델하우스를 둘러보는데 나이 지긋한 남편과 너무나 젊은 외국인아내가 팔짱을 끼고 구경을 하는데 젊은 아내가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연신 뽀뽀를 해댔다. 그러면서 “이런 집에 살고 싶다”라고 강력하게 어필하는 장면에 마음 한 편이 짠했다. 그때 내 귓에 맴도는 노래 한 자락!

남진 선생님의 ‘둥지’.

‘너는 그냥 가만히 있어 다 내가 해줄게. 현실일까 아닐까 사실일까 아닐까 헷갈리고 서 있지마. 우! 사랑이 뭐지 그동안 몰랐지. 내 품에 둥지를 틀어봐~!’

남진 선생님의 ‘둥지’는 대한민국 남자들이 아침저녁으로 애국가처럼 불러야한다.

그렇다. ‘보금자리’. 여자들의 로망. 깨끗하고 넓고 편하고 따뜻한 아파트. 상쾌한 바람 큰 숨 한 번 몰아쉬며 하늘 한 번 보니 저기 저 나무위에 새들이 지어놓은 둥지가 기가 막혔다.

국악원 시절부터 이상하게 5천 원짜리 쫄바지만 사 입어도 어머니께서 “어디서 샀냐” “예쁘다”라고 하셨다. 값이 싼 것을 걸쳐도 좋아 보였던 이유는 타고난 골격과 포동포동 있어 보이는 살성. 작고 간편하고 귀여운 작은 경차는 아니지만, 크고 화려한 잘 빠진 세단 같은 이미지 덕분이었나? 어머니들은 내가 입은 옷은 자기들도 잘 맞을 것 같은 생각이 드셨나? 옷걸이 하나는 좋다는 피드백이 꽤 있었다.

실버시대의 도래로 다시 부활하는 백화점브랜드 마담복의 모델제의가 들어온 것이다. 마담복을 사 입는 고객층의 시야에 늘 등장하는 전국팔도의무대를 섭렵하는 장태희가 소화하는 패션
현실감 있는 글래머러스한 몸매에 너무 걸맞은 맵시를 보여줬다는 후문이다.

봄여름가을겨울 하루 종일 고된 촬영에 피곤했지만 무대 위의 카메라가 아닌 스튜디오의 카메라는 또 다른 신선한 자극이 됐다.

화보를 찍는 순간, 나의 경쟁상대는 여배우들이 된다. 마담복 어르신들 브랜드에 등장하는 모델들이 왠지 남다르게 보이게 되는 전환점이었다. 역시나 마담복은 실용성과 편리성을 기본으로 어떠한 화려한 디자인도 멋스러울 나이에 딱 들어맞는 품격이 넘치는 의상들이었다.

뷰티모델 도전기. 미용잡지 뷰티라이프 화보촬영을 하던 순간이다.

평소 즐겨 입던 드레스를 준비했는데 각 분야의 미용전문가들의 ‘금손’을 거쳐 화보촬영이 시작이 됐다. 멋진 자료로 우리 집 현관 앞에 비치돼 어머니의 손님이 오고 가실 때 마다 ‘우리 딸’이라고 자랑을 하시곤 한다. ‘더 예뻐져서 가수 이외의 다양한 활동으로 또 다른 에너지를 얻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어느 건물의 복도를 지나가다 너무나 우연히 오랜만에 공중전화를 봤다. 그것도 60원이 남은 전화를 말이다. 편지우체통도, 공준전화도 이제는 추억의 한 장면이 됐지만 여전히 마주하면 새록새록 돋는 기억이 있다.

“엄마 나 언제 태어났어?”라고 물으면 “정확히 몇 시 몇 분이라고 말하기 전에 점심 먹고 한숨자고 해가져서 저녁하려고 쌀 씻어 놨는데 배가 살살 아파서 병원갔지 아마~”라고 엄마가 얘기하는 시간은 도대체 언제일까?

때로는 아날로그 세상사가 정겹고, 그리운 이유다. 그 어느 시계보다 정확한 배꼽시계처럼 말이다.

태어나 처음 줄로 묶인 인연 줄은 누구일까? 바로 ‘어머니와의 탯줄’일거다.

우연히 길을 가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들 가방끈으로 묶어 다니는 모자를 봤다. 많은 생각이 드는 한 장면이었다.

몇 가닥의 의미 없는 줄도 서로 엇갈려 꼬이게 되면 단단한 밧줄이 돼 큰 힘을 가진다고 하는데, 우리는 얽히고설킨 줄들 속에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나의 목숨 줄을 쥐고 있는 보이지 않는 ‘갑을관계의 줄’도 있을 것이다.

강아지처럼 강아지 목줄을 쥐는 주인처럼 말이다. 사람을 살릴 때 줄을 던져주기도 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그 줄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줄을 잘서야 성공하고, 줄을 잘 잡아야 출세하는 세상사. 난 여기 있고, 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의 줄을 당기며 인연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의 조화다.

대단한 재력가이거나 동공이 커질 만큼 얼굴 뜯어 먹고 살만한 절세의미남이거나 제도권 내에서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멋지게 던져낼 명함의 인사는 아니더라도 날 위해 죽을 수 있는 순정이 있는 사나이라면

내가 담길 그릇
내가 앉을 자리
내가 누울 자리
내가 기대어 쉴 자리가 되어줄 몸과 정신의 안식처.

아무리 좋고 좋아도, 내 것은 단 하나. ‘임자’. 임자를 찾는 것 또한 인연 줄의 엮임이요, 꼬임일 것이다. 단단히 묶어지기 위해 열 가닥 백 가닥의 지혜의 시간이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