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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기획] ‘치즈인더트랩’, 여성 범죄 경각심 일깨운 ‘리얼’ 시나리오

기사 등록 2018-03-0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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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이슈데일리 최하은기자] “자극적인 사건들의 단순 나열이 아닌, 사회적 문제를 시사하고 싶어요”

최근 늘어나는 ‘묻지마 범죄’로 대한민국이 울상이다. 특히 그 대상이 사회적 약자 중 하나인 ‘여성’에게 몰리는 현상을 볼 수 있다. 남성보다 힘이 약하다는 이유 하나로 범죄의 타겟이 된다는 것.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영화 ‘치즈인더트랩’이 이에 대해 말하고 싶은 바가 있는 듯하다.

‘치즈인더트랩’은 부드러운 미소 뒤에 무엇을 숨긴 듯한 비밀스러운 유정(박해진 분)과 개강파티에서 그를 처음 만나 복잡한 관계에 얽히게 되는 홍설(오연서 분)의 달콤 살벌 연애를 그린 ‘로맨스릴러’다.

원작은 네이버에서 총 11억뷰를 달성한 명실상부 ‘웹툰의 전설’이다. 그만큼 시나리오에 담긴 사건도 단편적이지 않다. 여러 개의 사건들이 촘촘하게 전개되며 캐릭터들의 성향을 구축해 나가는 스토리 전개이기 때문. 따라서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사건을 재구성하는 작업은 단단한 각오가 필요했다.

연출을 맡은 김제영 감독은 ‘현실성’을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했다고 밝혔다.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을만한 사건을 뽑아 시나리오를 각색했다. 그렇게 추려진 사건은 오영곤의 ‘스토킹’과 ‘빨간 벽돌’이라고 불리는 의문의 남성의 ‘묻지마 폭행’이다.

먼저 역대급 ‘밉상 캐릭터’ 오영곤의 스토킹 범죄다. 원래 설이의 가장 친한 친구인 보라를 좋아했지만 표현이 옳지 않고 공격적이어서 동기들의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어느 날 아무 사심 없이 인간적인 위로를 건넨 설이에게 마음이 향하는 영곤. 하지만 설이가 마음을 받아주지 않자 영곤은 설이를 따라가 집 층수를 세고, 성과 관련된 거짓 게시글을 올리는 등 섬뜩한 스토킹을 시작한다.

▲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또 ‘빨간 벽돌’이라고 불리는 의문의 한 남성 때문에 설이가 사는 대학가 주변이 공포로 휩싸였다. 여대생들에게 벽돌을 휘두르며 해를 가하는 범죄가 연속적으로 발생한 것. 보라와 설 역시 안전지대에 있지 않았다. 안타깝지만 이 역시 최근 우리 주변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 부상부터 죽음까지도 이르게 할 수 있는 끔직한 범죄다.

누가 봐도 ‘비상식적인’ 행동들이 왜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을까. 답은 한 가지로 단정 지을 수 없다. 연유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개 ‘결핍’에서 비롯되는 듯하다. 애정의 결핍, 관심의 결핍 등 내면의 문제 말이다. 외부의 자극이 범죄의 사유가 됐다면 ‘묻지마’라는 타이틀이 붙을 필요가 없다. 단순히 자신의 문제 때문에 타인에게 해를 입히는 것. 이대로라면 우리나라는 비상식이 상식으로 통하게 될지도 모른다.

사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설이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인호와 유정이 귀신같이 알고 나타나 백마탄 왕자처럼 나타나 구해주는 장면, 힘없이 당하는 장면 밖에 나오지 않는다. 해결책을 생각하는 몫은 관객들에게 넘긴듯하다.

내가 선택하지도 않은 성별 때문에 겪게 되는 불합리. 너무나 억울하지 않은가. 누군가 구해주지 않아도, 생활에 불편을 줄 정도로 지나치게 조심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현대 사회에 만연한 ‘정서적 빈곤’의 해결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청춘의 상징인 대학생들로 범죄를 다뤘기에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그렇기에 좀 더 경각심을 가지게 되고, 찬찬히 주변을 살필 수 있는 영화 ‘치즈인더트랩’은 오는 14일 전국 극장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최하은기자 rinon9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