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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엄지원 "'미씽:사라진 여자' 내게 애증의 작품"

기사 등록 2016-12-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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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충무로에 반가운 영화가 출격했다. 바로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 이언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엄지원, 공효진이 출연 한다. ‘미씽: 사라진 여자’는 어느 날 아이와 함께 감쪽같이 사라진 보모, 이름도 나이도 모든 것이 거짓이었던 그녀의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하면서 시작되는 5일간의 추적을 그린 영화다. 모성애를 내세운 영화인 것 같지만 그 알맹이를 들여다보면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여자들의 고군부투를 다뤘다.

엄지원은 최근 본지와 만나 '미씽:사라진 여자'의 홍보 인터뷰를 진행했다. 촬영하는 동안 열악한 환경에 속상했고, 그렇기 때문에 치열하게 뛰어들어야 했다. 그 시간들은 마치 열병 같았다. 발음하는 모든 말들에 애정과 애증이 듬뿍 묻어있었다. 너무나 '잘' 하고 싶었고 너무나 '사랑'했던 영화임에 그랬다.

'미씽:사라진 여자'는 여성 감독이 만들고, 여배우가 출연하지만 결코 '여자만의' 영화는 아니다. 장르성을 더해 스릴러와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누구라도 재미를 느낄 수 있게 완성도를 높였다. 엄지원은 어느 때보다 많은 의견들로 고단했던 촬영 현장 이야기를 들려줬다.

"시나리오가 감성적으로 여자한테는 누구나 좋아할 것 같은데 남성관객들이 봐줄까란 의문이 만들 때도 많이 고민한 부분입니다. 미스테리, 드라마, 스릴러 등 장르적 재미를 추구해서 남성 관객층도 함께 극장에서 잡아야 한다는게 모두의 의견이었어요. 여성 감독님이지만 조명, 촬영 감독님은 다들 남성적인 스타일을 잘 구현하시는 분들이었어요. 여자들이 섬세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스타일적으로 그 분들이 잘 만져주신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현장에선 엄청난 충돌이 있었어요. 남성이 바라보는 시선과 감독님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조금 달랐어요. 남자 스태프들은 위대한 모성, 엄마라는 모성이 얼마나 대단한가에 초점이 가 있었어요. 지선이는 약간 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보시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설득하느라 저랑 감독님, 효진이가 정말 힘들었어요. 하하. 그래도 만약에 다른 스태프들마저 여자들이었다면 이렇게 영화가 잘나오진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선의 시선으로 남자 감독님들도 설득하고, 예산도 적고 치열했던 현장이었네요.(웃음)"

얼마 전 엄지원은 출연했던 브이앱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끝내 눈물을 흘렸다. 눈물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촬영이 끝난지 일년이 됐어요. 지선의 감정에서 다 벗어났다고 생각했어요. 그 촬영 끝나고 '마스터'도 찍었고요. 그래서 환기되서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영상을 다시 보니 그 떄의 느낌, 분위기가 순간 다 살아나더라고요. 공식석상에서 눈물 흘리는 모습은 자제하고 싶었는데 울고 말았네요."

당초 '미씽:사라진 여자'의 제목은 '미씽:사라진 아이'였다. 하지만 '사라진 여자'가 더 포괄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다는 의견들을 수렴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엄지원은 '사라진 여자' 제목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고.

"엄마가 아이를 찾아가면서 모성애를 극한으로 다루는 영화가 아니잖아요. 여자에 삶에 대해 다루죠. 한매 역시 그렇고요. 또 아이도 아들이 아닌 딸이고요. 싱글맘의 엄마로 자라서 또 그 딸이 자라나면서 여자로 사회를 살아가야 해요. 사회 속에서 갈아가는 여자를 이야기 하기 때문에 '사라진 아이'보다는 '사라진 여자'가 더 낫다는 의견들이 나왔죠.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으니까요. 제목이 바뀜으로서 많은 것을 의미하게 됐죠."

'미씽:사라진 여자'를 찍으면서 엄지원은 자신이 살아왔던 사회, 그리고 그 안에서 당연한 듯 자리하고 있는 여성혐오, 여성비하에 대한 시선들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자신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사실 여러가지 편견을 느끼지 못하고 일을 하고 있었어요. 영화를 만들면서 같은 작업하는 여자도, 남자도,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요. 남자 스태프들은 '우리 엄마는 안그랬다' 모든 여자의 기준이 엄마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여자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여자 이야기를 하다보면 엄마가 포함되죠. 지선과는 다른 의미로 아이를 낳고 커리어가 위축되거나 단절되면 어떻하지란 여러가지 걱정이 있긴해요. 저 역시 그런 사회 속에서 자랐으니까요."

'미씽:사라진 여자'는 많은 배급사를 돌고 돌아 지금의 메가박스가 맡게 됐다. 엄지원은 영화 출연을 결정하고 주위에서 '그 시나리오 재미있더라'란 말을 많이 들었다. '재미있는데 왜 안했어?'라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여자 투톱은 투자가 안돼'였다. 그럴 수록 엄지원은 마음 깊은 곳에서 보란듯이 잘해내겠다는 의지를 태웠다.

"사실 이 영화에서 엄마는 부차적인 거라고 생각해요. 나의, 내 친구의, 내 주변 여자들의 이야기죠.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하잖아요. 메이저 투자배급사에서 이 작품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지만 거절한 이유가 한국영화의 메인 타겟층이 2030여자인데, 그 여자는 여자주인공이 나오는 영화를 돈을 내고 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죠. 그런데 지금까지 이런 시선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없었잖아요. 남성 영화는 많았지만요. 선택할 수 있는데 선택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던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인터뷰를 통해 촬영하던 당시로 시간을 되돌리면 엄지원은 한없이 속상해진다. 적은 예산과 빡빡한 촬영 스케줄 등으로 인해 만족하지 못하는 연기들이 나왔다. 그가 이 영화를 '애증'으로 대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저는 마지막 엔딩신을 정말 좋아해요. 그런데 정말 아쉬운게 한테이크 밖에 못갔어요. 데이신(낮에 촬영하는 장면)인데 그날 구름끼고 날씨가 안도와줘서요. 그런데 그게 너무 한으로 남을 것 같아요. 그 얼굴 하나를 위해서 3개월을 달려왔는데 제대로 표현이 안됐어요. 하고 싶었던 표정이 있었는데 못잡아내서 너무 속상해요. 그만큼 모든 과정이 너무 열악했어요."

"너무 속상한 일이 많았어요.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비행기가 뜰 때도 무서워해요. 다들 그걸 아니까 지선이 난간에 올라가는 장면은 대역을 썼어요. 그런데 카메라로 연기를 보는데 지선의 발이 아닌거예요. 그래서 그냥 제가 다 찍었어요. 전 인서트도 감정의 연결이라고 생각해요. 제가하는 발과 남이 하는 발은 확연히 다르잖아요. 해지면 못찍어서 그 배 신도 하루 만에다 찍었어요. 그것도 데이신이라 시간은 정해져있고 모니터는 멀리 있고, 아기와 함께 찍어야 하니 또 아기한테 들이는 시간도 있고, 그 떄 시간이 없어서 모니터를 못했거든요. 모니터 보면서 했으면 더 잘했을 것 같은데 너무 속상해요."

엄지원과 공효진, 우리나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두 여배우의 만남. 엄지원은 공효진과의 촬영이 즐거웠다고 치켜세웠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조금 더 사명감을 가지고 영화 속 지선이 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배우 사이에 유대감이 있어야 스크린에도 에너지가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잘 맞는 배우가 오길 바랐어요. 안맞으면 그것 나름대로 또 스크린에 보이거든요. 다행히 성향적으로도 잘 맞는 효진이와 함께해서 너무 좋았어요. 서로 시나리오를 해석하고, 또 가고싶은 방향도 맞았어요. 지금까지 찍은 영화 중 가장 많은 대화를 한 파트너였죠. 동시대에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배우로서 배우들이 느끼는 시스템 안에서의 불합리함, 그런것들이 몸으로 알고 있고 느끼고 있잖아요. 그런 것들에 대해서 같이 만들어보자하는 의지가 통했어요.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고 하면서요."

12월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곧 2016년을 보내야 하는 시점에 '미씽:사라진 여자'를 내놨고 곧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주연의 '마스터'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올해는 개봉으로 끝나는 해인 것 같네요. 성적표를 받아드는 걸로 한해가 마무리 되겠어요.(웃음)"

마지막으로 '미씽:사라진 여자'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는지 물었다. 여러가지 시선들과 의견들 속에서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지키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하는 엄지원. 그의 바람대로 '미씽:사라진 여자'가 많은 관객들의 기억 속에 묵직한 여운으로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개봉하기 전까지 만들어가는 시간이 더 힘들었어요. 편집과정에서 시선이 너무 많이 들어오니까 영화를 오롯이 지켜내는게 힘들었어요. 우선 순위 1위는 재미예요. 이 영화는 상업영화기 때문에 재미가 있어야 해요. 그래서 장르적으로 잘 풀리길 바랐어요. 여자라면 여운이 남고, 남자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요."

유지윤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