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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7년의 밤’ 장동건, 그의 새 얼굴이 반갑다

기사 등록 2018-03-2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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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슈데일리 전예슬기자] ‘파격 변신’. 이 한 마디만 떠오른다. ‘멋짐’만을 연기한 그가 스스로 머리를 밀고, 얼굴을 한껏 일그러트린 채 딸을 잃고 복수심에 불타는 악마를 표현했다. 영화 ‘7년의 밤’에서 오영제 역을 맡은 장동건의 이야기다.

기자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장동건을 만나 ‘7년의 밤’(감독 추창민)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영화는 한 순간의 우발적 살인으로 모든 걸 잃게 된 남자 최현수(류승룡 분)와 그로 인해 딸을 잃고 복수를 계획한 남자 오영제(장동건 분)의 7년 전의 진실과 그 후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기간이 오래 걸렸어요. 촬영하면서 여러 버전들을 찍었기 때문에 스토리가 어떻게 엮일까 궁금했죠. 언론배급시사회 때 완성본을 처음 봤어요. 그전에 완성된 편집본이 있었는데 완성본과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됐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습니다.”

‘7년의 밤’은 정유정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우발적 살인으로 인해 파멸해가는 한 인간과 선악의 교묘한 경계라는 소재를 인간 내면에 대한 치밀한 분석으로 담아내 문단의 극찬을 받았다. 하지만 원작을 기반으로 한 영화는 재탄생되는 과정에서 조금 다른 이야기나 역할이 탄생되기도 한다. 스크린으로 옮겨진 ‘7년의 밤’은 소설과 어떤 점이 다를까.

“원작을 꽤 오래전에 읽었어요.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죠. 영화화된다는 소식, 추창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류승룡 씨가 캐스팅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영제 역할 제안을 받았을 때 기분이 남달랐어요. 신기하기도 했죠. 소설은 활자니까 독자에 따라 느낀 점이 다를 수 있어요. 제가 그렸던 오영제는 샤프하고, 댄디하면서 예민하고, 섬세한 사이코패스인데 섹시한 매력도 가진 인물이었어요. 유머러스한 사람은 아니지만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그런 캐릭터라고 생각한 후 감독님을 만났는데 (생각이) 다 부셔졌어요. 하하.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죠.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 저에게 ‘살을 10kg 찌워보면 어떨까? 지역사회 권력자로 군림하는 중년의 남자니까 기름기 있는 모습. 의상도 힘센 사냥꾼 같은 느낌으로 털 달린 것들을 입고’라고 하셨어요. ‘이거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단순히 사이코패스라고 하면 클리셰들이 있잖아요. 영화로써 표현하기에는 설득이 덜 되는 느낌? 너무 사이코패스에 매몰되지 말자, 조금 더 이해가 되는, 설득이 되는 인간으로 만들어보자라는 감독님의 말씀에 동의했죠. 그렇게 오영제를 만들게 됐어요.”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지만 사연이 주어진 오영제는 상상하던 것과 달라 원작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아쉬움을 주진 않을까.

“조금 당황스럽긴 했어요. 아예 원작을 모르고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와는 느낌이 달랐을 거예요. 원작의 좋은 점은 분명 있어요. 원작과 영화의 가장 다른 지점이 오영제죠. 처음 이 작품, 오영제를 만났을 때도 영화의 캐릭터가 원작보다 매력이 떨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동시에 관객들에게 그런 딜레마를 주면 재밌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장동건은 자신의 색깔을 덧입혀 오영제를 완성시켰다. 그는 그 자체가 되기 위해 마지막 촬영까지 특수분장 없이 면도칼로 머리를 밀며 ‘M자 탈모’ 머리까지 만들어낸 것. 데뷔 이후 쉽게 볼 수 없었던 장동건의 ‘새 얼굴’이다.

“다름에서 오는 당황스러움이 있을 수 있어요. 원작을 모르는 분들이 영화를 봤을 때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헤어라인 같은 경우, 처음에는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어요. 망가지는 걸 떠나, 너무 변신을 위한 변신이라 오히려 방해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였죠. 거울을 처음 봤을 때 낯설다는 느낌과 신선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스태프들의 반응도 좋았어요. 처음, 아내 고소영은 많이 놀라더라고요. 나중에는 ‘은근히 매력 있어’라고 했어요. 어제도 포스터를 보더니 생각보다 매력 있다고 했죠. 딸아이는 현장 스틸 사진을 보더니 ‘괴물이야’라고 했어요. 아빠인 걸 몰랐나 봐요. ‘성공적이구나’ 생각했죠. 하하”

극중 오영제는 세령마을의 대지주로 군림한다. 그는 이혼을 원하는 아내에 대한 분풀이로 딸 세령(이레 분)에게 잦은 구타를 한다. 극 초반, 허리띠를 풀어헤쳐 딸에게 가하는 폭력은 관객들의 두 눈을 질끈 감게 만들기도. 실제로 딸을 둔 장동건은 이 장면을 표현하는데 심적인 부담감이 컸다고 한다.

“어떻게 할거냐를 결정하는 게 힘들었어요. 사실 그런 고민을 하는 게 싫잖아요. 저보다 감독님이 굉장히 힘들어 하셨어요. 감독님도 딸이 있어서 그런지 찍기 싫어하셨죠. 솔직하게 토로하시더라고요. 저는 시나리오만 봤을 때 영화보다 표현수위가 셀 줄 알았어요. 오영제 캐릭터에게 중요한 정보니까요. 에둘러서 표현했지만 센 장면이었죠. 벨트를 풀러 학대하는 장면은 오영제의 감정적인 학대가 아닌, 늘 해오던 방식과 규칙이 있었을 거예요. ‘벽장 앞에 서’라는 대사도 틀이 있는 규칙, 늘 하던 것들인 거죠.”

그러면서 장동건은 세령을 연기한 아역배우 이레 양을 극찬했다. 최현수와 오영제의 악연이 시작되는 중요한 인물은 바로, 세령이기 때문.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우연히 대본을 봤는데 깜짝 놀랐어요. 대사 옆에 색깔별로 자기가 생각한 것들, 감독님이 이야기한 것을 빼곡하게 적어놨더라고요. 보면서 찔리고 반성도 됐어요. 작품 전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어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시간을 철저하게 지켜가면서 촬영했지만 감정적으로 힘들었을 거예요. 카메라가 돌지 않을 때 최대한 많이 감싸줬죠.”

결말이 가까워질수록 오영제, 최현수의 숨 막히는 대립 또한 관전 포인트다. 두 사람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은 벗어날 수 없는 몰입을 선사할 예정인 것. 파멸로 치닫는 최현수와 광기 어린 표정과 행동의 오영제는 123분의 러닝타임을 처음부터 끝까지 가슴 졸이게 만든다.

“최현수와 기계실에 맞붙는 장면이 있어요. 일방적으로 가해야하는 장면이라 조심스러웠죠. 상대배우 입장에서는 저의 감정 때문에 불편해질 수 있으니까. 주저하는 저의 모습을 류승룡 씨가 딱 알고 그러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덕분에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죠. 기억에 남는 건 뒷머리를 움켜쥐고 노려보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류승룡 씨의 표정이 진짜 겁에 질린 표정이었어요. 순간, ‘아 맞나 나 오영제지’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류승룡 씨에게 고마웠어요. 연기호흡이 단순히 친하다고 해서 좋은 건 아니에요. 친하지 않다고 호흡이 나쁜 것도 아니죠. 승룡 씨와는 말 그대로 ‘케미’가 좋았어요.”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일 수 있었던 것에는 추창민 감독의 섬세한 스토리텔링과 연출이 뒷받침됐을 터. 장동건은 추 감독을 향해 “처음에는 답답했는데 지금은 경이감이 들더라”라고 밝히며 말문을 이어갔다.

“진짜 영화만 생각하고 카메라 돌지 않고 쉬는 시간에도 찍었던 테이크를 생각하는 분이세요. 섣불리 선택하지 않는 모습에 자연스럽게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끌려들어갔죠. 그렇다고 현장 분위기가 엄숙하고 험악한 건 아니었어요.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집중할 수 있어 기분 좋은 텐션이었죠. 배우 입장에서는 도움이 많이 됐어요. 빠져들기 위해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되니까.”

연기 인생 25년. ‘최초의 파격 변신’이라는 타이틀을 장동건에게 안긴 ‘7년의 밤’. 그렇다면 그에게 ‘7년의 밤’은 어떤 의미로 남을 작품일까. 무엇보다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장동건의 결이 다른 연기와 얼굴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인생캐릭터’ ‘인생작품’이라고 말씀해주시는데 그건 관객들이 정해주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제가 했던 것들 중에 그 인물로서 속 안을 깊이 들여다본 캐릭터는 분명하죠. 잘했고, 못 했고를 떠나서. 마음먹고 ‘7년의 밤’을 보러 오셨으면 좋겠어요. 이 영화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있다고 생각해요. 규정할 순 없지만 마음이 정화될 거라고 생각해요. 감상한다는 느낌으로 와서 본다면 후회하지 않을 영화죠.”

전예슬기자 jeonys022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