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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창용의 사극돋보기]'육룡이 나르샤', 조선 최고의 여걸 '원경왕후'의 등장

기사 등록 2015-11-1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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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여창용 기자]'육룡이 나르샤'에서 태종 이방원의 부인이 될 원경왕후 민씨가 첫 등장했다.

16일 방송된 SBS 창사25주년 특별기획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연출 신경수) 13회에서 민다경 역의 공승연이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공승연이 연기하는 민다경은 극중 해동갑족 10대 가문 중 민제의 여식이자, 훗날 태종 이방원(유아인 분)의 비 원경왕후가 되는 인물이다.

민다경은 총명하고 수려한 언변을 지닌 여인으로 냉철한 판단력과 강단을 지닌 '여걸'이다, '난세에 사랑은 없다'라는 생각으로 오직 이(利)를 위해 이방원과 혼인하고, 훗날 남편을 왕위에 올리며 여인으로서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자리 왕후에 오르게 되는 정치적 인물이기도 하다.

실제로 역사에서 원경왕후는 태종 이방원 못지않은 카리스마와 정치적 수완을 지닌 여인이다. 이방원이 고려왕조를 무너뜨리고 조선왕조 창업에 큰 공을 세웠음에도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나자, 남편을 도와 2차례의 '왕자의 난'을 지원했다.

지금까지 려말선초를 시대배경으로 하는 사극에서도 원경왕후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남편 이방원에게 용기를 북돋우는가 하면 동생들을 통해 남편을 보좌하게 하며 왕실의 권위를 다지는데 큰 공을 세웠다.

원경왕후하면 떠오르는 배우는 최명길이다. 최명길은 '용의 눈물' '대왕 세종'에서도 원경왕후를 연기했다. 이밖에도 '정도전'에서는 고나은이, '순수의 시대'에서는 김사희가 원경왕후로 분했다.

원경왕후가 이방원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것은 바로 가문 때문이다. 원경왕후 뿐아니라 조선의 왕비들은 왕실의 권위 못지않게 가문의 안위를 신경썼다. 단 원경왕후는 왕실의 권위가 가문의 안위와 같다고 생각한 것 같다.

원경왕후는 가문의 모든 역량을 남편 이방원을 위해 헌신했다. 그의 남동생들인 민무구, 민무질도 매부인 이방원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다. 그 과정에서 민씨 집안은 왕권에 버금가는 권력을 얻게 됐다.

왕권을 능가하는 신권을 용납할 이방원이 아니었다. 아니 왕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권력을 나눌 태종이 아니었다. 태종은 민씨 일가의 권력이 강해지자 민무구, 민무질 형제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숙청을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태종과 원경왕후의 사이는 극도로 악화됐다. 태종의 처가집 탄압은 민무구, 민무질은 물론 그 아래 동생인 민무회, 민무휼까지 이어졌다. 세자인 큰 아들인 양녕대군을 끼고 권력을 행사한다는 이유였다.

태종과 원경왕후는 최고의 정치적 파트너였다. 태종의 야심을 위해 원경왕후는 자신과 가문의 역량을 총동원했지만 말년에 친정이 초토화되는 것을 보며 울분에 떨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자신이 낳은 아들들이 왕위를 놓고 피흘리며 싸우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선왕조 역사에서 손꼽히는 여걸 원경왕후는 남편 태종 이방원 못지않은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이었지만 그 역시 남편의 야망에 이용된 여인이었다.

여창용 기자 hblood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