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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①] 감독 유지태, 타인의 시선과 편견을 깨다

기사 등록 2013-06-0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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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양지원기자]배우 유지태가 첫 장편 영화를 연출하며 감독 데뷔에 나섰다. ‘마이 라띠마’라는 작품을 통해서다. 개봉 전부터 제15회 도빌 아시아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으며 언론 시사회 후 평단과 기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그가 한 땀 한 땀 공을 들인 ‘마이 라띠마’는 ‘배우 출신’ 감독이 연출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결코 순탄치 않은 과정 속에서 값진 결과를 창조해 낸 유지태 감독을 만났다.

“이쯤되면 혹평도 감사해요. 그냥 ‘마이 라띠마’라는 이름이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이렇게 좋을 수 없어요. 이 영화로 인해 앞으로 작품을 제작하고 감독을 함에 있어 더 유연한 삶을 살아갈 것 같아요. ‘마이 라띠마’를 촬영하면서 우여곡절도 많았는데, 아무런 주목도 못 받고 사라질까봐 걱정했는데 제 계획대로 돼서 천만 다행이죠.”

이 영화는 세상 어디에도 의지할 곳 없는 수영(배수빈 분)과 이주여성 마이 라띠마(박지수 분)의 사랑을 그렸다. 유지태는 좀 더 현실적인 전개를 위해 직접 이주 여성들을 만나며 그들의 삶을 취재했다고.

“물론 그들 모두가 라띠마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니에요. 한국 사람들과 잘 사는 분들도 많아요. 자기 경영을 잘 하는 분들도 많고요. 다만 몇몇 분들이 억울하게 살아가고 있죠. 그들의 모습을 영화화한 것이랍니다.”

당초 배수빈은 이번 영화의 출연을 자청하기도 했다. 유지태는 “이들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사실 배수빈 씨의 전작은 ‘26년’과 ‘무서운 이야기’밖에 보지 못했어요. 그렇지만 배수빈 씨의 순수한 마음을 느꼈고, 좋은 연기를 봤으면 하는 바람이 컸죠. 아마 박지수, 소유진, 배수빈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제 인생의 배우들이 됐죠.(웃음)”

멜로물이지만, 상당히 빠른 전개를 자랑한다. 늘어지거나, 지루한 장면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유지태의 전략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저예산 영화인만큼 빠른 전개로 경쟁력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이었죠. 기존의 저예산 영화들은 주로 원 신, 원 테이크로 가더라고요. 그런 건 가급적 피하려 했죠. 나름대로 전략을 쓴 겁니다. 하하”

유지태는 저예산 영화들에 대한 투자자들이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업성에만 치우친 영화계의 현실이 꽤나 안타까운 듯했다.

“영화업계에 뛰고 있는 종사자들이 저예산 영화의 가능성을 알았으면 하죠. 대기업들이 상업 영화에만 투자하지 않았으면 해요. 저예산 영화는 상업영화를 하다 지친 배우들이 재기의 힘을 만들 수 있는 곳이기도 하죠.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한 데 어우러지는 장이 마련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영화 역시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아요. 아주 적은 예산으로도 좋은 영화를 만들 준비가 돼 있죠.”

그의 조용조용한 목소리에는 굳건한 믿음과 자신감이 실려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만’이 아닌 자신의 목표에 최선을 다한 자의 여유였다.

“향후에는 큰 예산을 운영할 수 있는 영화의 감독이 되고 싶어요.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작가 영화감독으로요. 저는 상업 영화도 잘 찍을 자신이 있어요. 그렇지만 아무래도 사회의 기여나 조금 더 저에게 동기부여 될 수 있는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될 것 같아요. 돈도 중요하지만 한국에서 한국시장만을 바라보고 영화를 만들면 너무 자본의 논리를 따를 수 있잖아요.”

편견이나 시선 따위에 목매이며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는 “내가 앞으로도 영화를 잘 만들면 그런 편견은 자연스럽게 깨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데뷔를 모델로 했기에, 배우로 나왔을 때도 항상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델출신’이라는 말이 붙지 않는다”며 여유롭게 웃었다.

감독으로서, 배우로서도 입지를 굳건히 다진 유지태. 일에서는 ‘똑’소리 나는 그이지만, 아내 김효진에게는 여전히 따뜻하고 자상한 남편인 듯했다.

“늘 아내의 적극적인 내조가 있었죠. 저에게 있어 가족은 위안이고 휴식이에요. 집에 가는 게 너무너무 좋습니다. 하하. 따뜻한 온기를 느끼고 싶어요. 아무래도 제 꿈이 저를 이렇게 만든 것 같네요. 앞으로도 이 생활을 유지하려면 공부도 더 열심히 해야 하고, 관리도 철저히 해야겠죠?”

양지원기자 jwon04@ 사진 임한별 기자 hanbu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