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케치]'해어화' 노래로 승화된 시대의 아픔과 운명

기사 등록 2016-03-15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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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40년대의 붐이 일었다. 영화 ‘귀향’과 ‘동주’를 시작으로 일제강점기를 직시하는 영화들이 극장가를 휘어잡았다. 이제 개봉을 앞둔 ‘해어화(감독 박흥식)’ 역시 일제강점기의 조선을 배경으로 운명적인 이야기를 다루며 3월 극장가 관객들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지난 14일 서울시 광진구에 위치한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점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해어화’의 매력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방송인 박경림의 진행 하에 박흥식 감독, 한효주, 유연석, 천우희가 함께 했다. 먼저 티저 예고편과 제작기 영상, 최종 예고편을 차례로 상영됐다. 이 영상들에는 ‘해어화’ 속 아름다운 비주얼과 세 배우의 열연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또 박성웅, 류혜영 등 시선을 끄는 조연들도 등장해 작품의 기대감을 높였다.

이날 박흥식 감독은 “이 시대 선택한 건 30년대 대중가요가 태동하던 시기였다. 모든 사람에게 그 시대의 영향이 있었다”고 말하며 ‘해어화’의 시대배경에 대해 말했다. 이어 그는 “해어화는 원래 양귀비를 지칭하던 말이다. 말을 알아듣는 꽃이란 뜻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글과 그림, 춤과 노래 등 모든 걸 갖춘 예인을 지칭하는 말로 아름다운 기생을 의미한다”고 제목 속 숨겨진 의미를 언급했다.



각종 영상에서 드러나듯 한효주가 맡은 정소율과 천우희가 맡은 서연희는 가장 친한 친구이면서도 모든 면에서 대조됐다. 정가와 대중 가요, 한복과 양복, 외모마저 단아함과 세련됨으로 전혀 다른 두 사람은 작품 속에서도 친구와 연정을 오가는 묘한 관계로 긴장감을 이끌어냈다.

한효주는 작품을 위해 정가와 한국무용을 연마했다고 밝혔다. 그는 ”배우는 게 많아서 그렇게 배가 고팠다. 하루에 다섯 끼를 먹기도 했다. 에너지 소모가 많았다“며 ”정가는 흰 쌀밥을 꼭고 씹어 먹는 느낌이다. 씹을수록 깊은 맛이 났다“라고 말해 배역을 위해 기울인 노력을 전했다.

천우희는 극중 가장 중요한 곡인 ‘조선의 마음’의 작사까지 했다고 전해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가 “부르는 입장에서 와 닿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감독님과 의논하고 새롭게 쓰게 됐다. 1절 부분만 썼다”고 말하자 박흥식 감독은 “그 1절만 영화에 나온다”라고 덧붙였다.



두 여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게 된 당대 최고의 작곡가 김윤우 역은 유연석의 끝없는 노력을 통해 스크린에서 독특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유연석은 “극중 ‘아리랑’을 연주할 때 윤우의 감정이 많이 들어가야 했다. 그 감정을 표현할 만큼 치고 싶었다. 그래서 더 노력했고 힘들었던 거 같다”며 “제주도에서 드라마 ‘맨또롱또돗’을 촬영하면서 피아노를 가져갔다. 쉴 때마다 연습했다”고 말했다. 실제 제작기 영상에서도 유연석은 능숙하게 연주를 펼쳐 이질감 없이 윤우로 분했다.

예고편에서 공개됐듯 ‘해어화’의 또 다른 표어는 “그 때는 왜 몰랐을까요”이다. 이번 제작보고회에서도 배우들은 각자가 느끼는 ‘몰랐던 것들’을 언급했다. 우선 한효주는 “그 대사에서 시나리오를 선택하게 됐다”며 각별한 애착을 보이는 대사임을 내비쳤다. 그는 “항상 그런 거 같다. 지금 이 순간도 잘 모르고 지나가는 것 같다. 누구나 다 그렇지 않나. 그때 얼마나 좋은건지 행복한지 모르고 지나가다가 지나치고 나서야 느끼게 된다”며 다소 깊이 있는 고민의 해답을 내렸다.

천우희는 “20대를 즐기지 못했다. 걱정이 너무 많았다. 그때도 한창 즐기며 살 수 있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걱정을 항상 했던 것 같다”고 말했고 유연석은 “군대 가면 다들 헤어진다고들 했는데 나는 아닐 줄 알았다. 그때는 왜 몰랐을까”라는 대답으로 현장의 웃음을 자아냈다.



또 ‘해어화’에서 주연배우들만큼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음악이다. 대중가요가 태동하던 시기를 다루며 기생의 정가의 쇠퇴를 함께 아우르는 이 작품을 위해 한효주와 천우희는 노래를 연마했다. 이날 현장에서도 두 사람은 각자 노래를 불러 실력을 선보여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한효주는 “처음엔 어려웠지만 이렇게 매력적인 노래가 있구나 뿌듯했다. 또 이 장르를 이어나가는 선생님 분들이 존경스러웠다”며 정가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고 천우희는 “이 역은 대중들을 사로잡을 만한 인물이어야 했다. 거기에 저만의 특색, 목소리를 덧붙여야 했다. 제 목소리를 찾고 그에 맞는 곡을 찾아보자고 생각했다”고 노래에 대한 고민이 극심했음을 표했다.

이에 유연석은 “두 분 노래하는 장면에서 놀랐다. 녹음한 걸 트는 줄 알았는데 현장에서 직접 불렀다”며 두 사람의 호흡이 대단했음을 전했다. 박흥식 감독 역시 “지켜보고 있으면 불꽃이 튀었는데 사실 더 튀길 바랐다. 둘 다 디테일이 너무 좋다. 테이크 갈수록 더 좋았다. 한번 더 갈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유연석이 “두 배우가 잘 어울려서 현장에서 사진을 찍어 선물했다”라고 말하고 또 ‘화이트데이’를 맞이해 두 배우에게 깜짝 사탕 선물을 선사하는 등 세 주연배우의 훈훈함과 끈끈한 동료애가 유독 돋보였다. 오는 4월 13일에 개봉할 ‘해어화’가 진중한 운명과 그 안의 인물들의 사랑과 아픔으로 관객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이슈데일리 박은비 기자)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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