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해어화' 천우희, 뮤즈처럼 다채롭고 바다처럼 깊은 배우

기사 등록 2016-04-1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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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소준환기자]말을 이해하는 꽃이란 뜻을 가진 ‘해어화’. 완연한 봄을 맞아 영화 ‘해어화’가 13일 개봉한다. 천우희는 극중 예인의 태도를 중시하는 기생에서 대중의 마음을 중시하는 가수로 거듭나는 연희 역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영화 속 꿈도 사랑도 크게 관심 없던 ‘소녀’에서 꿈과 사랑을 열망하는 ‘여인’으로 올라선 연희. 그와 천우희는 얼마큼 닮았고 어떻게 다를까. 천우희와 최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나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제가 촉을 좀 믿는 편이이에요(웃음). 시나리오 볼 때 그렇습니다. 관객의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읽어요. 흥미가 일어야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작품 전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또 처음의 느낌을 제일 중요시합니다. 요즘 여자 배우들이 중심에 있거나 그런 작품이 많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출연하는 데 있어 그게 주된 이유였기 보단, 자주 듣던 얘기가 있었어요. 저의 연기가 깊거나 어려운 영화를 한다는 인식 등 그래서 밝은 면이나 다양한 면을 보이고 싶은 소망이 있었습니다. 분명히 그런 모습을 보일 때가 된 것 같았어요. 큰 도전이었습니다.”

사실 천우희에게 ‘해어화’는 그저 선뜻 수락할 수 있는 작품만은 아니었다. 연희라는 역할에 두려움도 고민도 잇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주변의 권유를 들었다. 이를 통해 천우희는 관객들에게 다른 모습과 다양한 면모를 보여줘야겠다고 결심한 것. 이는 배우로서의 결단이자 새로운 도전이라고 평가되는 바 의미를 남겼다. 소통이란 혼자만의 고집이 아닌 듣는 귀가 열려있는 자에게 가능한 것이기에 그렇다. 더불어 ‘해어화’는 가곡과 1943년 당시의 대중가요 등 출연진들의 가창이 필요한 작품이므로 더욱 난이도가 있었다.



“노래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그 곡마다 톤을 잡고 새로운 연습을 했던 것이 4개월 정도 걸렸어요. 기본적인 발성도 배우고 1940년대 창법을 구사하기 위해 트로트도 많이 듣고 따라 불렀습니다. 영화 속 중요한 노래인 ‘조선의 마음’은 촬영 중반에 나왔어요. 더욱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어느 날은 울컥한 적도 있어요. 4월의 봄이었고 제가 그 날이 생일이었는데 그날따라 연습이 너무 안돼서 좌절감을 맛보고 있었습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큰데 잘 안돼서 울었던 것 같아요. 촬영 기간이 길기도 했지만 복합적인 감정을 연기해야 됐고 어떠한 노선을 타느냐에 따라 인물이 달라지기에 출발을 어떻게 할지 고민했어요. 연희의 모습은 단적인데 내가 어떻게 표현해야 잘 대변할 수 있을지를 생각한 것 같아요.”

천우희는 진중한 어조로 말했다. 이는 배우로서 그의 강점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열정이 없었다면 잘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을 터. 어떤 것에 부족함을 느꼈다는 건 앞으로도 무한히 성장할 수 있음을 피력하고 있는 반증인 바 천우희는 연기에 대한 ‘좋은 목마름’이 있어 보였다. 더군다나 그는 ‘조선의 마음’ 1절을 직접 작사하는 열의를 내비쳤다.

“그 노래에 대한 감동이 더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조선의 마음’을 내 노래라 느끼면서도 당시의 시대상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고민을 하다가 끄적 끄적 적었어요. 감독에게 한번 써 봐도 될까요? 물어봤는데 흔쾌히 좋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절반정도는 써놓은 상태였죠(웃음).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무슨 자신감으로 내가 쓰겠다고 했는지.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에요. 그 노래가 주는 의미에 대해 젖어들고 싶었나 봐요.”



실제로 만난 천우희는 사실 낯가림도 수줍음 있는 면모가 강했다. 그런 그를 관계자들은 “사실 흥이 많다”고 표현할 만큼 의외의 ‘반전 매력’을 지니고 있는 걸까. 물론 자연인 천우희와 배우 천우희는 서로 닮은 점도 다른 점도 있을 것이다. 실제의 천우희는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예술가적 기질이 더 돋보였다면 영화 속 연희는 그보단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인물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예술’이라는 점 안에서는 교차하고 있었다.

“저희 집안이 음주가무를 좋아합니다(웃음). 노래방 기계도 있어요. 큰집인데 명절 때 다 같이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요. 하지만 사실 전 쑥스러움이 많은 편입니다. 남들 앞에 노래를 부르거나 혼자 노래방을 가거나 그러진 않아요. 그런데 영화 속에서 노래를 해야 되니 정말 부담스러웠습니다. 노래 관련 배역에 대해 캐스팅 제의가 온다면 다시는 안 할 거라고 마음먹었을 정도였는데 노래를 준비해오고 결과물을 통해 내 자신이 조금 나아지고 성장한 모습을 보니까 그 맛을 조금 보게 된 것 같아요(웃음). 노래와 성장에 대해서요. 그래서 한 번 더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뮤지컬이든 음악 영화든 다른 장르 다른 모습으로요.”

천우희는 ‘해어화’를 통해서도 다시 한 번 느낀 바 ‘음악의 힘’이 굉장히 크다는 점을 피력했다. 그 이유는 음악이 사람을 동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며 어떤 상황과 행동도 음악이 있을 때와 없을 때가 정말 다르다고 생각하기에 그렇다. 천우희에게 음악이란 심리적인 부분부터 무언가 결과적인 부분까지 위안이 될 수도 자극이 될 수도 있는 존재였다. 그가 평소 좋아하는 음악은 무엇일까.



“요즘 엄청난 대세인 노래가 있잖아요. 10 센치의 ‘봄이 좋냐’를 들어 봤습니다. 봄이 되면 항상 ‘벚꽃엔딩’이 나오는데 ‘봄이 좋냐’는 ‘그만해라 커플들아’라고 말하는게 인상 깊었어요. 물론 ‘벚꽃엔딩’의 멜로디는 봄의 말랑거림과 살랑거림이 느껴져 들을 때 마다 너무 좋아요. 그런데 무언가 새로운 게 없을까 하는 도중에 ‘봄이 좋냐’라는 노래가 나왔고 참 위트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거든요(웃음).”

그런가하면 천우희는 메모가 일상화 돼있는 배우였다. 그는 평소 일기도 쓰고 연기를 하면서 느낀 아이디어 같은 것도 적는다. 오늘의 소감이나 반성도 쓰고 한 해를 돌아보면서도 정리를 하고 있다. 문득 이토록 성실히 메모하는 이유에 대해 궁금했다.

“기억력이 좋은 편은 아닌데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메모하게 됐다. 주변에선 책 내라고 얘기도 많이 했어요(웃음). SNS를 통해 글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배우 지망생인데 나를 보면서 희망을 갖는다고. 힘이 된다고.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더욱 책임감이 들었어요.”

천우희는 여행을 좋아한다. 그러나 “2년 째 못가고 있다”고 말하는 그의 눈빛에는 어쩐지 순순한 소녀의 모습이 느껴졌다. 꾸밈없었기 때문일까. 그는 스페인 이비사에서 20대의 청춘을 불태우고 싶었으나 스케줄과 촬영으로 가지 못했고 “30대라도 가야겠다. 꼭 가고 말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말할 만큼 20대를 배우로서의 길을 향해 쉼 없이 달려왔다.

“작품마다 항상 떨리는 것 같아요. 당연히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만족스러운 마음도 있고 그렇습니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넘어갔을 땐 마음을 비워요. 다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봉을 할 때마다 캐릭터의 못 빠져나올 때 어떠세요? 라는 질문을 받는데 사실 그런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개봉 전쯤 관객들에게 넘겨주려고 할 때 ‘내가 연기한 그 친구와 끝이구나’ 그때까지만 딱 붙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보내줘야 한다는 마음이 커서 그때는 기분이 조금 이상해요(웃음).”



‘해어화’는 연희(천우희)와 소율(한효주)의 꿈과 욕망, 윤우(유연석)와 얽힌 사랑을 섬세하고 뜨거운 감성으로 담아냈다. 최선을 다한 연기는 좋은 작품을 만났을 때 빛을 발할 수 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천우희의 진면목이 담겨졌을지 한층 더 기대감이 모아지는 대목. 배우로서 그의 최종적인 꿈과 목표는 무엇일까.

“저는 다른 욕심은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지만 욕심이 많은 건 연기인 것 같아요. 연기엔 타협점이 없다고 해야 될까요. ‘이 정도 했으면 됐다’ 같은 게 없어요. 머리 터지게 고민하고 그런 게 더 재밌는 것 같습니다. 배우로서 최종적인 꿈과 목표라면 누구나 그렇듯 독보적인 배우가 되고 싶어요.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고 저에게 어떤 수식어가 붙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추구하는 선을 연기로서 말하는 배우이고 싶습니다. 다른 재능도 있고 매력도 있겠지만 결국 연기로 말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천우희의 꿈은 마치 뮤즈와 닮아 있었다. 예술가들에게 영감과 재능을 불어넣는 '예술의 여신'을 연상시켰기에 그렇다. 봄 햇살과 함께 보이는 그의 얼굴은 미소만큼 설렘을 머금고 있었다. 다채로운 매력과 깊은 감성을 지닌 천우희. 그와 ‘해어화’가 올 상반기 극장가에 어떤 숨결을 불어넣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전국 스크린에서 절찬 상영 중.

(사진=이슈데일리 남용희 기자)

 

소준환기자 akasoz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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