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시간이탈자' 임수정 "연기하는 인물마다 제가 조금씩 담겨있어요"
기사 등록 2016-04-1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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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질문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영화 ‘시간이탈자’에서 배우 임수정은 1983년의 은정과 2015년의 소은 역을 소화하며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은정과 소은이 임수정을 통해 같은 듯 다른 인물로서 매력을 발산할 때, 그를 위해 움직이는 지환(조정석 분)과 건우(이진욱 분)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난 8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임수정을 만나 영화 ‘시간이탈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2014년 즈음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꿈을 매개로 두 시대의 이야기를 그린다는 게 신선했어요. 이야기 때문에 선택했죠. 제가 제의받을 땐 남자배우분들의 캐스팅이 거의 다 됐었었어요. 이 배우분들과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 이미지도 시나리오 읽으면서 연상했던 것과 유사했습니다. 그래서 큰 고민없이 긍정적으로 선택했죠.”
다른 시대의 다른 인물로서지만 임수정은 이 작품에서 조정석과 이진욱에게 사랑받는 여인으로 분했다. 조정석의 지환과는 가장 애틋한 연인으로 스크린에 감성을 채워넣었고, 이진욱의 건우와는 다소 유쾌하고 막 설레임을 느끼는 커플로 극의 재미를 더했다. 임수정은 이 두 배우를 두고 “배우로도, 사람으로도 매력이 있어요”라고 운을 뗐다.
“일단 두 분 다 정말 잘 생겼죠(웃음). 배우로서도 매력 있고, 사람으로 봐도 무척 인성이 좋으시고. 상대 역뿐만 아니라 스태프분들에게도 매너있게 잘 해주세요. 배역하고도 잘 맞고요. 두 분 다 진지하시면서도 유쾌하시거든요. 이렇게 좋은 두 분을 만나서 현장에도 좋은 기운이 내내 함께 했어요. 저 역시도 그 기운을 많이 받았죠.”
배우들의 면면도 뛰어났지만 ‘시간이탈자’는 ‘엽기적인 그녀(2002)’ ‘클래식(2003)’의 곽재용 감독의 복귀작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배우로서 그렇게 이름있는 감독과 함께 한 소감은 어땠을까.
“곽 감독님은 한국 영화계에서 오랫동안 현장에서 감독 일을 하신 분이시잖아요. 저 역시도 신인 때부터 감독님의 전작들을 좋아했어요. 시나리오에서부터 감독님의 감성이 잘 녹아있다고 느꼈어요. 항상 표현하고 싶어 하시는 ‘시간을 초월하는 사랑의 감성’이 제가 할 역할에 들어가 있었죠. 그래서 기대가 많이 됐어요. 감독님은 청년 같은 젊은 감성이 있으셔요. 그게 순수한 느낌을 주고 주변에 전파돼요.”
‘감성스릴러’를 표방한 작품인 만큼 임수정의 역할은 극의 분위기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했다. 은정/소은이 진환과 건우에게 절실한 존재임을 관객들이 납득해야 두 남자의 이야기가 더욱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이 점이 본인에게 부담이 되진 않았는지 임수정에게 물었다.
“저로서는 상대배우가 달라서 수월했던 편이었어요. 다른 시대 속 다른 인물이지만 묘하게 닮았다는 게 설정이라 처음에는 분명히 다르게 연기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죠, 하지만 그거에 크게 염두하지 않고 그 상황에 맞춘 감정들을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랬더니 조금 다른 감정들이 담겼던 거 같아요. 사실 큰 행운이죠, 다른 상대배우와의 로맨스 연기를 한 작품에서 했으니까요. 정석씨하고 연기할 때는 아련함, 안타깝고 슬픈 감정을 가지고 있었고 진욱씨랑 할 때는 동지 같은 감정이랑 시작하는 과정의 ‘설렘설렘’함이 있었죠. 재미도 있었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어요(웃음).”
임수정을 두고 ‘동안배우’라는 수식어가 자주 묻곤 하지만 그는 단순히 ‘동안’이라기보다 소녀 같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차분하게 대화를 이어가는 와중에도 때때로 큰 감정적인 표현과 감정이 담겨진 눈빛에서 소은/은정의 순수함은 그의 내면에서 나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 전날 방송에 출연해 “감성이 나이들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는 그의 발언이 사뭇 궁금해졌다.
“제가 배우니까 그런 부분을 노력해야할 것 같더라구요. 참 어려운 거죠, 그렇죠? 50대가 넘어가도 배우로 보이기도, 소녀처럼 여성스럽고 때로는 사랑스럽고 관능적이기도 하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는 배우이고 싶어요. 여러 가지로 노력을 해야 해요. 여배우로서 세월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여배우에게 기대하는 심리가 있는 거죠. 배우니까 매력있게 보여줘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는 것도 사실이니까 자연스럽고 싶습니다. 김희애, 김혜수, 전도연, 그리고 다른 선배님들처럼 여배우답게 나이 들고 싶어요.”
그는 영화 ‘캐롤’의 케이트 블란쳇을 예로 들며 “여배우가 배우로서 활약할 수 있는 작품이면 큰 영화, 작은 영화 모두 왕래하며 자유롭게 연기하고 싶어요”라고 뜻을 밝히기도 했다.
“저를 표현하면서 살고 싶어 하는 욕구가 연기를 하고 싶게 하는 열정을 줍니다. 배우도 연기로 자신을 표현하고 대중과 소통하는 사람들이니까요. 노래, 춤, 음악, 미술, 글 같은 걸로 하는 분이 있다면 저는 배우로, 연기로 해결한다고 생각해요. 연기하는 인물마다 제가 조금씩 담겨있어요. 그걸 표현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살았을까요, 상상도 안 될 정도에요. 그럴 정도로 배우랑 잘 맞아요.”
그는 연기만큼이나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고 종종 밝혀왔다. 아직도 어릴 적 일기장도 갖고 있다는 그는 꾸준히 자신만의 글을 다듬으면서 언젠가 집필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예전부터 꿈이 많았어요. 피아니스트, 선생님, 배우, 그리고 작가였죠. 평소에도 메모를 항상 하는 편이라서 제 공간에 많이 포스트잇을 많이 붙어있어요. 참 신기한 건 연기만큼이나 글도 무섭다는 거예요. 연기도 제 안에서부터 확장되는 거지만, 정해진 캐릭터가 있잖아요. 글은 쓰다보면 제 자신이 많이 드러나요. 그걸 어디까지 보여주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어렵기도 하고 매력있는 작업이에요. 작가님들 하시는 말씀이 다 맞더라구요.”
배우 임수정은 그렇게 작품부터 자신의 삶까지 폭넓은 이야기를 숨김없이 털어놓으며 행복한 기운을 발산했다. 많은 질문에도 정성스럽게 대답해준 그는 “오래오래 배우하고 싶어요”라고 너스레를 떨며 미소 지었다. 그런 그의 열정이 담긴 ‘시간이탈자’가 관객들을 사로잡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오는 13일 극장가를 주목해도 좋을 것이다.
[사진=YNK엔터테인먼트 제공]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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