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찬얼의 배우읽기] '본투비블루'로 돌아온 에단 호크, 그가 특별한 이유

기사 등록 2016-06-10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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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그는 어딘가 서성이고 있었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그는 외지인과 같은 이미지를 풍겼다. 에단 호크는 '본 투 비 블루'에서도 죽음과 음악 사이에서 서성인다. 그의 어딘가 공허한 눈빛은 음악에의 열정과 뒤섞이며 기묘한 생명력을 발산한다. 에단 호크의 작품을 다시금 짚어봐야한다고 느꼈던 것도 그 눈빛 때문이었다.

# 관객과 함께 살아온 시간



에단 호크가 유독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건 배우로서의 인생이 관객들과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에도 재개봉했던 '비포 선라이즈'를 시작으로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까지, '비포 삼부작'을 통해 그는 1995년부터 2013년까지 제시로서 살아온 셈이다.

갑작스럽게 여행지에서 만난 대학생과 사랑에 빠지는 다소 운명적인 환타지에서 9년만의 만남, 결혼에서 다시 권태기까지 줄리 델피와 함께 '비포 삼부작'은 어떤 영화에서도 줄 수 없는 시간의 감각을 관객들에게 안겨줬다.

이 작품에서 두 배우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에 녹였다. 그래서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는 '비포 선셋'에서는 각본에도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렇게 삼부작을 완성하는 도중에도 그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과 '보이후드'를 준비하며 또 다시 자신의 시간을 담아냈다. 장장 12년동안의 이야기를 실제 시간에 맞춰서 촬영한 이 영화는 영화에서 시간이 갖는 의미를 재조명함과 동시에 에단 호크의 절제된 연기력을 한껏 맛볼 수 있다.

# 메이저와 마이너 사이의 어딘가



에단 호크가 여느 배우들과 남다른 이유는 유명세에 비해 자신의 필모그라피를 꽤 다채롭게 쌓고 있다는 점이다. '죽은 시인들의 사회'로 유명세에 오른 이후 안톤 후쿠아 감독과 '트레이닝 데이'를 함께 하고 안젤리나 졸리와 '테이킹 라이브즈'를, 니콜라스 케이지와 '로드 오브 워'를 촬영했지만 그 와중에도 끊임없이 장르영화를 출연했다.

특히 그는 '데이브레이커스' '살인소설' '더 퍼지' 등 공포성이 짙은 영화를 섭렵하며 보다 깊이 있는 연기력을 쌓아갔다. '보이 후드' 다음 작품이 '타임 패러독스'였다는 점도 그의 행보를 한눈에 들어오게 하는 부분이다.

그런 그가 오랜만에 실존 인물 '쳇 베이커'를 연기한 '본 투 비 블루'는 그가 계속 탄탄하게 다져오던 연기력의 정수를 보여줬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전부터 이 인물을 연기하고 싶었다던 에단 호크는 그래서 대역 없이 트럼펫을 연주하는 노력을 쏟아붙기도 했다고.

이처럼 자신만의 필모그라피를 밟아오던 에단 호크의 '본 투 비 블루'는 지난 9일 개봉했다. "천상의 노래를 연주한 악마"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쳇 베이커를 에단 호크를 통해 만나볼 수 있는 이 기회를 관객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기대될 따름이다.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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