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창용의 이 영화어때?]'밀정', 독립운동과 밀정 한 가지 선택을 강요한 시대의 혼돈과 아픔
기사 등록 2016-09-0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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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여창용 기자] 일제강점기는 우리 민족의 역사에 있어서 가장 암울하고, 가장 비참한 시기일 것이다. 물론 신문물이 들어오고, 근대화가 됐지만 그에 못지않게 상처와 아픔을 더 많이 경험한 시대이다.
'밀정(감독 김지운)'은 1920년대 말 일제의 주요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상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의 숨막히는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을 그린 영화다. 일제강점기 혼돈의 시대를 배경으로 숨막히는 교란 작전을 벌이는 영화답게 영화는 긴장감이 넘친다.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들의 분위기는 대부분 비슷하다. 독립운동가들은 비장하고, 친일파로 불리는 민족반역자들은 교활하다. 그리고 일제 경찰들은 잔혹하다. 실제 역사에서도 그랬기 때문에 반박의 여지는 없지만 내용이 너무 뻔히 보이는 이야기가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암살'이 천만영화에 등극할 수 있었던 것도 독립운동가들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있기 보다는 등장인물들간의 치열한 두뇌 싸움과 음모, 배신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케이퍼 무비로 해석했기 때문에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독립운동을 다룬 영화의 세련된 변신이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밀정' 또한 김지운 감독의 세련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잡아야만 하는 자들과 잡힐 수 없는 자들의 사이, 자신의 목표를 위해 서로를 이용하려는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이 숨가쁘게 펼쳐지는 긴장감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송강호가 연기하는 이정출은 조선인 출신 일본경찰로 의열단의 뒤를 캐라는 상부의 명령을 받고 움직이는 인물이다. 당시 조선인들이 그랬듯 나라를 위해 자신과 가문의 모든 것을 거는 사람들이 있던 반면 일신의 영달을 위해 일제에 협력하던 민족반역자들도 있었다. 이정출 또한 그런 인물이다.
이정출은 의열단 폭탄 밀반입사건에 연루된 황옥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인물이다. 황옥은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자신이 일제 경찰의 지령을 받은 밀정이라고 자백했지만 훗날 의열단의 리더 김원봉은 황옥을 의열단의 일원으로 증언했다. 진실은 알 수 없는 일이다.
영화의 분위기는 일제강점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 작품답게 암울하다. 또한 의열단과 밀정이 선악으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시대의 명분에 의해 움직인다는 점에서 기존의 영화들과는 차별화된다.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서로를 속여야 하는 이정출과 김우진은 시대가 만들어낸 비극을 함축한다.
구한말 왕족이나 대신들은 자신들의 영달을 위해 일제에 협력했다. 그 결과 그들은 높은 작위와 많은 재산을 얻게 됐다. 하지만 조선왕조 시스템에서 천대받던 계층들이 일제에 부역한 사례도 적지 않다. 그들은 독립운동가와 그의 가족을 밀고하는 밀정이 돼 일제에 적극적으로 충성했다.
나라가 망해가는 와중에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나라를 헌신짝처럼 버린 조선의 기득권층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서유럽 귀족 및 상류 계층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조선왕조 시스템의 억압을 견디다 못해 살길을 찾아 일제의 부역자가 된 이들은 어떻게 봐야할까?
'밀정'은 단순한 독립운동가와 일제의 대결보다는 독립운동가와 밀정 두 가지 중 하나의 선택을 강요당해야 했던 시대의 아픔과 혼란을 그리고 있다. 또한 관객들에게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고 묻고 있다. 7일 개봉.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여창용 기자 hblood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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